성현의 가르침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이웃과 사회 및 국가에 공헌하는 존재가 되기를 추구하는 우리 유교인·유림의 모습은 본인과 가족의 번영을 기원하고,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편안한 삶이 이어지길 기원하는 보통의 이웃종교들과 다른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유교가 본래부터 가졌던 성격들은 성현들의 말씀과 생각이 담긴 경전들을 통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전파되었고, 「국민윤리」 등의 학교 수업을 통해 누구나 알만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맹자께서 언급하신 사단(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도 그 중 하나이다.
여기에서 수오지심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을 이른다. 인의예지(仁義禮智) 가운데 의에서 우러 나온다’라고 설명되는데 지난 12·3 불법비상계엄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명백히 위반하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자유를 위협했던 이들이 뻔히 드러날 거짓말로 눈속임을 했던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며 더욱 존재감이 부각되었다.
그들은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의 시스템에 의해 준엄한 심판을 받고 있고, 국민 다수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을 교체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과정들을 주목했다.
하지만 유교 종단과 성균관은 시대를 역행하며 우리 사회의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 주요 사회조직, 거의 모든 종단들이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이해 기념사, 성명서를 발표하거나 기념식, 경축 행사 등을 진행했는데 수많은 선배 유림들이 모든 것을 희생하며 항일독립운동에 매진했던 유교 종단의 중앙기구인 성균관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8월15일을 흘려보냈다.
유교 종단의 수장인 최종수 성균관장은 12.3 불법비상계엄을 지지하고, 일왕의 생일 파티에 참석했으며,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 매우 다른 시각을 가진 인사들과 종종 만나는 모습을 거듭 선보여 ‘극우친일파로 자리매김하느냐?’ ‘국가와 민족의 운명에 대해 최선두에서 고민하고 활동해온 우리 유교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느냐?’는 유림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대통령조차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으면 탄핵되고 파면되는 시대를 살면서도 선배 유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종헌과 제규정을 지키지 않으며 마음대로 해석하고, 2년 5개월의 재임 기간동안 무려 네 번이나 종헌을 바꿨으며, 앞으로 속속들이 드러나겠지만 그 개정의 저의가 매우 부도덕하고 불법적이었다.
성균관의 마지막 재산인 서울 성북동 토지 1만여 평의 재산 가치를 확연히 떨어뜨리고, 재산권 행사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법적 조치인 근저당권 설정을 자행해 “본인, 가족, 문중 재산이면 저렇게 했겠느냐?”는 비판을 만들었다.
‘유교 종단과 성균관이 좀 더 힘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맡았던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직위도 원래는 전임 회장이었던 손진우 전 성균관장의 잔여 임기 동안 수행하고, 종단별로 순차적으로 맡게 되어 있던 관례에 따라 다른 종단 대표자가 후임 대표회장에 취임하면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임기를 한 번 더 하고 싶었던 최종수 성균관장은 지난해 3월12일 성균관 유림회관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KCRP 중앙위원 84명 중 52명이 위임하고, 실제 6명이 참석(이 중 3명이 성균관 관계자)한 가운데 신임 대표회장으로 추대되는 무리수를 뒀다.
1965년 10월18일부터 2일간 용당산 호텔에서 개최된 6대 종교인의 최초 모임에서 만남이 이뤄진 이후 많은 부문에서 갈등이 지속되어 온 한국 사회에서 종교인 및 종단들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한국종교인연대 등의 각종 기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협의하며,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오며 평화와 화합의 분위기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종수 성균관장의 무리한 연임은 아직도 이웃종단에서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고, “이번의 일로 인해 아마 다음 순번에서는 유교 종단에게 차례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꽤 있다”는 분석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난 12·3 불법비상계엄 당시 모 언론의 최초 보도에 의하면 대부분의 종단 및 종교조직에서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가 이어진 가운데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는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최종수 성균관장이 계엄 선포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혀 입장문의 논조를 정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했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빠른 시간 안에 해당 부분은 수정되었으나 이미 최초 보도 내용이 각종 블로그 등에 전파되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맹자의 가르침 앞에 우리 유교 종단은 얼마나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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