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두(星斗) 김두호(金斗浩) 성균관 전인·윤리위원
『논어』 「위정」편의 ‘지지위지지(知之爲知之) 부지위부지(不知爲不知) 시지야(是知也)’는 삼월 삼짓날 제비의 “지지배배 지지배배”가 되어 공부자(孔夫子)의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게 정말 아는 것이다’를 비웃기라도 하듯 요즘의 세상사에 물음표를 던진다.
『논어』 「이인」편에서 공부자는 ‘나의 도는 충서(忠恕)일 뿐이다’라고 말씀하셨듯이 충(忠)은 진심으로 책임을 다해 나 자신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고, 서(恕)는 나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도 시키지 말아야 하는, 타인의 입장에 서서 배려하는 양심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충서는 인간관계의 중심인데 지금은 그것을 논하는 것조차 공부자를 욕되게 하는 것 같은 세상사라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이 앞선다.
속은 문들어지고 있는데 겉모양은 기생오라비처럼 꾸미고, 거짓이 판을 치는 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며, 부담이 되는 진실과 정의 대신 그저 그런 타협과 굴종이 일반화되며 세상사가 요지경처럼 되어 버렸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알면 안다’고 하는 정직, 용기, 정의로움을 담은 지부상소(持斧上疏, 도끼를 가지고 대궐 문 앞에 나아가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를 뜻하는데 이와 같은 행위는 죽음을 각오한다는 충정을 보이는 것임)의 우직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상식의 정의가 허울 좋은 가면(假面)과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아쉬운 미소를 짓게 한다.
어른도 없고, 선생도 없다.
입 밖으로 새어 나오는 명구(名句)는 공부자를 한숨짓게 하고, 선악의 판결은 맹자를 웃게 한다. 그 옛날 배움의 명륜당에는 질서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문진작(斯文振作)이 사문난적(斯文亂賊)이 되었다. 시시비비의 올바른 판단은 사장(死藏)된 지 오래다.
사라졌던 붕당과 파벌이 되살아나 질서가 무너졌고, 불과 몇십 년 전의 소중한 우리 땅이 세상 저편의 수중이 되었으나 세월을 비껴갔듯이 그보다 수백 배 적은 재산이라 그런지 이제는 눈도 깜박하지 않는다.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金炳淵), 1807-1863)의 「죽시(竹詩)」처럼, 세상사 사람 사는 대(竹)로, 잊으면 잊는 대(竹)로, 끌려가면 끌려가는 대(竹)로, 알아도 휩쓸려 가는 대(竹)로, 모르면 모르는 대(竹)로, 말 그대(竹)로 요지경 세상사 대(竹)로 살고 있다.
배운 만큼 욕심을 앞세우고, 욕심을 앞세우다 보니 남의 것도 내 것처럼 만든다. 『사기(史記)』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양호유환(養虎遺患, 호랑이를 길러서 화근을 남긴다는 뜻으로, 화근이 될 것을 길러서 후환을 당하게 됨을 이름)’이라 했던가? 그 후환(後患)을 어찌 다 감당할꼬?
바르게 살자?
언제부터인가 주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이다.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된다면 누가 부자가 안 되고, 누가 권력을 쥐고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바른 길을 걸어야 올바른 세상의 문을 두드리게 되고, 역사에 선한 사람으로 그 이름을 남기게 된다라고 가르치고 있다. 『논어』에서도 ‘자왈 삼인행 필요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라고 했다. 누구를 따를 것인가?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많이 안다고 남용해서도 안 되고, 모른다고 해서 무조건 따른다면 세상일이 어떻게 되겠는가? 바른 길로 가고, 옳은 일을 하며 사람답게 사는 게 세상을 살아가는 정도(正道)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용기를 필요로 하는 세상에 살고 있고, 진정한 용기를 발휘하는 이가 존경받는다.
을사년 입동지절(立冬之節)에 속인(俗人, 학문이 없거나 풍류를 알지 못하고 고상한 맛이 없는 속된 사람)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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