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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승부루(乘桴樓)

  • 오흥녕 기자
  • 입력 2026.04.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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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성균관 원임 전인·원임 윤리위원·원임 감사

 

살아가며 가장 지키기 어려운 신념인 정직(正直)에 대해 국어사전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이라 표현하고, 정의(正義)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설명한다.


『사자소학(四子小學)』에는 「행필정직 언즉신실(行必正直 言則信實)」이라고 하여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하고, 말은 미덥고 성실하게 하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도 전해오며 악의(惡意)를 떨치고 귀감(龜鑑)이 되도록 격려해왔다.


한편으로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올곧은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으면 ‘정의를 위한 의기가 있다’라고 여겨 ‘의(義)롭다’고 칭찬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불의(不義)하다’라고 하여 누구도 본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근자(近者)에 유림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不正)과 망언(妄言), 폐해(弊害)에 관한 소식들이 들리고, 인생을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아오신 어른들이 “유림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느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 등의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계시니 선배 어른들을 모시고, 후배들을 이끌며 나아가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스럽다.


다들 기억하겠지만 우리들의 어린 시절은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어려서부터 바른 마음, 바른 자세, 바른 말을 하도록 엄하게 훈육 받았고, 만약 그런 모습에 어긋난 짓을 했을 때는 동네 어르신, 부모님, 학교 선생님, 형제 사이의 형님과 누님을 비롯한 연장자(年長者)들에게 혹독할 정도의 훈계와 체벌까지 진행되었으나 주변의 누구도 그런 꾸짖음의 모습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너가 잘되라고 이러시는 거다”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귀찮게 시간 내고 힘들여서 왜 혼을 내시겠냐?”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라, 이놈아!”라던 그들의 한 마디가 어떤 때는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 것같아서 서운하고 서글펐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가족과 직장에서 인정받고, 국가와 사회에 쓰임새가 있는 존재로 성장하여 지금의 자리에까지 이르렀다.


백형(伯兄)의 권유로 지난 1989년부터 유림사회에 출입을 시작하여 2026년 현재 만 37년의 기간 동안 갓 쓰고 흰 수염을 기른 어르신들부터 이제 막 향교에 입문한 이들까지 수많은 선배, 동료, 후배 유림과 교분을 쌓아오는 동안 특히 올곧은 선배유림들의 추상(秋霜)같은 가르침과 몸소 실천해 보인 언행들이 유림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켜 왔음을 오랜 유림생활을 했던 이들은 알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분들이 세상을 떠나시자 정직과 정의보다는 거짓과 불의가 횡행하고, 잘못과 편법이 일상화되는데도 ‘듣기 싫은 소리 해서 괜히 불편한 사람이 되기 싫다'라는 알량한 마음이 보편화되어 엄정하게 꾸짖는 어른도 없고,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그대로 지적하는 스승도 없으며, 자료집에 싣는 글에는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잔뜩 넣어서 마치 대단히 온순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으로 포장하는 지도자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나와 마음이 맞은 입장이면 어떤 짓을 저질러도 웃고 박수치며 모르는 척 넘어가 주고, 반대의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는 온갖 선동과 폄훼(貶毁)를 하며 안면(顔面)도 몰수(沒收)한다.


후안무치(厚顔無恥, 뻔뻔스러워 부끄러움이 없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을 정도의 무법과 불법이 넘치는데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하며 외면하다가 그 피해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서 각종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제는 가면을 벗자.

아무리 숨기려 해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대가 알고, 내가 안다.


매죽헌(梅竹軒) 성삼문(成三問) 선생과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 선생의 절명시(絶命詩),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성성자(惺惺子)와 단도(短刀),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선생을 비롯한 수많은 선배유림이 몸소 보여준 지부상소(持斧上疏)의 전통을 알고 있는 우리가 아닌가.


‘차라리 머리를 나란히 하고 죽을지언정 맹세코 일본의 노예가 되지는 않겠다’고 외쳤던 파리장서(巴里長書) 137인 서명 유림과 항일독립운동 및 반독재 투쟁의 선봉에 섰던 심산 김창숙 초대 성균관장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는 그분들의 의(義)를 되찾아야 한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니 부유(腐儒)의 춤에 놀아나고, 가면을 쓴 비유(非儒)의 미소에 정신을 빼앗길 필요도 없다.


만세종사(萬世宗師)이신 공부자(孔夫子)께서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허물이라고 한다)’라고 하셨다(『논어』 「위령공(衛靈公)」).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충과 신을 위주로 하고 자기보다 못한 이를 벗으로 삼지 말며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도 하시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잘못이 있는데도 고치지 않는 태도가 더욱 큰 문제라고 하셨다(『논어』 「학이(學而)」).


공부자께서는 『논어』 「공야장(公冶長)」에서 ‘도불행 승부부우해(道不行 乘桴浮于海,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 떠내려가 볼까)’라고도 하시며 답답한 심정을 표현하셨는데 37년째 기장향교를 출입하며 오늘도 바라본 풍화루(風化樓)가 마치 ‘망망대해(茫茫大海)에 안개 가득한 곳을 떠다니는 뗏목’처럼 변하여 승부루(乘桴樓)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오호 통재(嗚呼痛哉)라, 이쯤되면 경전의 명구를 찾아다니는 이들과 똑같은 부류로 치부 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황고(皇考)께서 생전에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신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다.


“야야, 절대로 남의 것을 탐내면 안 된다. 특히 공익(公益)에 반하는 행동하지 말고, 공공(公共)의 재물에 손대면 더더욱 안 되니 명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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