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교수 ‘성 의혹’ 공방… 인권 대응 체계 다시 시험대

  • 등록 2026.04.30 21: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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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독립 조사·피해자 보호” 촉구… 교수 측 “성폭력·성착취 아니다” 반박
서울대 “인권센터 사안 비공개”… 30년 이어진 징계 지연·피해자 보호 논란 재점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소속 교수를 둘러싼 성적 침해 의혹이 제기되면서 서울대의 학내 인권 대응 체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는 이번 사안을 교수와 학생 사이의 비대칭적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고 독립적인 진상 조사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촉구했다.

 

△ 관련기사: 서울대 로스쿨 교수 '성폭력 의혹'…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독립 조사해야”

 

반면 해당 교수 측 법률대리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성폭력이나 성착취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서울대 인권센터에 관련 신고가 접수됐으나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서울대 측은 구체적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본지 질의에 “인권센터 조사 사항은 관련 규정상 업무 관련자 외에는 학내외 모두 비공개”라며 “학교 측도 인권센터 사항 등 관련 사항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구체적 사실관계는 공식 절차와 객관 자료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다만 이번 논란은 당사자 간 공방을 넘어, 서울대가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제기되는 권력관계·인권침해 의혹과 반론을 어떤 절차로 확인하고 설명할 것인지라는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 제도는 쌓였지만, 신뢰는 흔들렸다

 

서울대의 성비위 대응 체계는 1993년 이른바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이후 단계적으로 정비돼 왔다. 이 사건은 국내 직장 내 성희롱 법리 형성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서울대는 1998년 신고전용 핫라인과 상담교수제를 운영했고, 성폭력 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했다. 2000년에는 「성희롱·성폭력예방과 처리에 관한 규정」을 공포하고 성희롱성폭력상담소를 열었다. 2012년에는 「인권센터 규정」을 공포하고 인권센터를 개소했다.

 

현재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은 성희롱·성폭력 상담과 조사, 구제 조치, 공간분리 등 임시조치, 피해자 지원, 비밀유지와 사건기록 비공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신고 사건은 조사개시일부터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 처리하도록 돼 있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예외가 가능하다.

 

문제는 제도의 존재가 곧 실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내 성비위·인권침해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처리 지연, 징계 수위, 피해자 보호의 실질성을 둘러싼 논란은 반복됐다.

 

◇ 반복된 징계 수위 논란

 

2017년 사회학과 H교수 사건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폭언·사적 지시 의혹이 제기됐다. 인권센터 제소 이후 정직 3개월 권고와 징계위원회 결정이 이어졌지만, 학생들은 징계 수위가 낮다며 파면을 요구했다. 일부 학생은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며 반발했다.

 

2019년 서어서문학과 A교수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이어졌다. 인권센터는 정직 3개월을 권고했으나, 학생들은 파면과 징계규정 개정을 요구했다. 서울대는 이후 해임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형사상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확정됐지만, 별도 행정소송에서는 성희롱 발언과 부당지시 등 학내 징계사유를 근거로 한 해임 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됐다는 취지의 판단으로 이어졌다.

 

이는 대학 징계가 형사재판의 결론만 기다리는 절차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형사상 유죄 여부와 별개로 교수의 품위 유지, 학생의 학습권, 교육 공동체의 신뢰 훼손 여부는 대학이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할 영역이다.

 

◇ 피해자 보호와 후속 조치의 실효성

 

2020년 음대 B교수 사건도 학내 대응의 실효성을 묻는 사례로 남았다. 인권센터는 정직 12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요청했고, 서울대는 해당 교수를 직위해제한 뒤 징계위에 회부했다.

 

다만 재발방지대책 제출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후속 조치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서울대는 해당 교수를 해임했다.

 

2024년에는 성희롱 의혹으로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인 교수가 초대형 강의 대상자로 거론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인권센터는 피해 대학원생 신고 일부를 성희롱·인권침해로 인정하고 징계를 권고했다. 다만 사건 접수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 경징계 권고가 통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사례들은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서울대의 인권 대응 체계는 피해자를 실제로 보호하고 있는가? 징계 절차는 납득 가능한 속도와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인권센터 권고와 학교 최종 처분 사이의 간극은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가? 이번 논란 앞에서 학내 구성원과 시민사회는 서울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 비공개 원칙과 설명 책임 사이

 

피해자 보호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성비위 의혹 사건에서 가장 먼저 보장돼야 할 것은 피해 주장자의 학습권과 안전이다.

 

규정상 공간분리와 임시조치, 심리·법률·의료 지원이 가능하더라도 실제 학사 운영에서 의혹 당사자인 교수가 강의나 지도 업무와 계속 연결될 경우 2차 피해 우려는 남을 수 있다.

 

비공개 원칙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사건 관계자의 신원과 기록을 보호하기 위한 비밀유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건 처리 과정이 지나치게 닫혀 있을 경우 피해자와 학내 구성원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 어렵다.

 

서울대가 인권센터 규정을 이유로 구체적 사실 확인을 하지 못한다고 밝힌 만큼, 향후 쟁점은 더 분명해졌다. 비밀유지가 피해자 보호의 장치인지, 행정 책임을 가리는 장치로 오해받지 않도록 대학 차원의 균형 잡힌 설명이 필요하다.

 

◇ 교수 윤리와 대학의 독자적 책임

 

이번 로스쿨 교수 의혹 역시 같은 기준에서 다뤄져야 한다. 의혹의 사실관계는 공식 절차와 추가 확인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 동시에 서울대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권력관계에서 제기된 문제를 어떻게 조사하고, 피해 주장자를 어떻게 보호하며, 공동체가 납득할 설명 책임을 어떻게 다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서울대는 국내 대표 국립대학법인으로, 교수 윤리와 학내 인권 기준에서 높은 책임을 요구받는다. 교육자의 권위는 직위나 학문적 성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권력관계 앞에서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가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세울 때 비로소 지식의 권위도 지켜진다.

 

공자는 『논어』 「자로」에서 “그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고 했다. 가르치는 자의 권위는 말보다 몸가짐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또 『논어』 「위령공」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일러 진짜 잘못이라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는 구절이 있다. 서울대가 지난 30년 동안 제도를 정비하고도 같은 논란 앞에 반복해서 서고 있다면, 이제 문제는 규정의 유무가 아니라 실행의 책임이다.

 

이번 사안을 개인 간 공방으로만 축소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서울대가 다시 같은 질문 앞에 섰다는 점이다. 교수 권력, 피해자 보호, 징계 지연, 비공개 절차, 대학의 독자적 윤리 책임.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서울대 인권 시스템은 또 한 번 실효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기 기자 desk@c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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