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왕시 내손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30일 화재가 발생해 부부가 숨지는 사고가 났다. 해당 세대가 법원 경매 절차를 거쳐 퇴거를 앞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거 위기 가구에 대한 사회안전망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30분쯤 의왕시 내손동의 20층짜리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해당 세대에 거주하던 60대 남성 A씨가 숨졌고, 집 안에서는 50대 아내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 명의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유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온라인에서는 사망자 연령과 사고 경위 등을 둘러싼 미확인 내용이 확산됐다. 다만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망 원인과 화재 발생 경위, 유서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배경에는 법원 경매 절차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법원 경매 기록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거주하던 전용면적 84.81㎡ 세대는 지난해 말부터 경매 절차가 진행됐다.
해당 세대는 지난 1월 1차 유찰을 거친 뒤 2월 24일 감정가의 90% 수준인 5억9510만 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금 지급 기한을 거치며 소유권 이전 절차도 진행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가 발생한 날은 부부가 집을 비우기로 한 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화재 사고를 넘어, 경매와 퇴거 압박 속에 놓인 가구의 현실이 겹쳐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경매는 법이 정한 채권 회수 절차다. 채권자의 권리 보호도 필요하다. 다만 그 절차의 끝에 주거지를 잃는 사람이 있을 때, 위기 가구를 조기에 발견하고 연결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채무 조정, 긴급 주거 지원, 공공임대 연계, 복지기관 개입 등 제도는 마련돼 있다.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퇴거 위기에 놓인 가구가 이 제도까지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번 사고는 개인의 채무 문제를 넘어 현행 주거 안전망이 위기 상황을 얼마나 촘촘히 포착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유교에서 말하는 의(義)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묻는 기준이다. 빚을 갚지 못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기 전에, 사회가 최소한의 퇴로를 열어두었는지 살피는 일도 그 기준 안에 있다.
정명(正名)의 관점에서도 이번 사건은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주거 안정’과 ‘회생 보호’를 이름으로 내건 제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지 못했다면, 그 이름과 실상 사이의 간극은 다시 점검돼야 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 지역사회에서는 경매·퇴거 위기 가구에 대한 사전 개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