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이 선임한 손해사정 조사관이 보험금 청구 민원인에게 금융감독원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말을 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부적절 발언이 아니다. 보험사와 대등하게 맞서기 어려운 민원인에게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했다는 데 있다.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현대해상 가입자 A씨는 아버지의 업무상 낙상 사고 후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판단한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이후 현대해상이 선임한 손해사정법인 조사관은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금감원은 보험사가 만든 기관”, “금감원은 보험사 출신들이 있는 기관”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대기업이다 보니 끝까지 가려는 경향이 많다”고도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가 만든 기관이 아니다. 금감원은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되면서 1999년 1월 2일 설립된 금융감독기구다. 이후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재의 체계로 이어졌다.
따라서 “금감원은 보험사가 만든 기관”이라는 말은 객관적 사실관계와 배치된다. 민원인을 상대로 한 단순한 설명 착오로 넘기기 어렵다.
더 무거운 대목은 그 발언이 향한 대상이다. 보험금 청구 민원인은 약관 해석, 후유장해 지급률 판단, 손해사정 절차 어디에서도 보험사와 대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 그런 민원인에게 감독기관의 독립성과 공적 성격을 흐리는 말을 했다면, 이는 권리 행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공자는 “사람이 믿음이 없으면 그가 어찌 설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인이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其可也)의 가르침이다. 보험은 본질적으로 신의를 바탕으로 한 약속이다. 가입자는 보험사의 약속을 믿고 보험료를 납입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약속이 이행되리라 기대한다. 그 신의의 끝에서 보험사 측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자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면, 이는 보험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현대해상은 해당 발언에 대해 “잘못된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손해사정 업무는 외부 법인에 위탁하고 있으며, 조사관 개인의 일탈로 판단된다는 입장도 냈다. 해당 조사원을 현대해상 업무에서 배제하고 경위서와 시정계획서를 받겠다고 했다.
다만 외주라는 이유로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손해사정법인이 보험사를 대신해 민원인과 접촉했다면, 그 응대 과정은 보험사의 관리 책임 범위 안에 있다. 위탁은 업무를 맡긴 것이지 책임을 넘긴 것이 아니다. 결과는 보험사가 받고, 응대 과정의 문제는 외부 법인으로 돌리는 구조라면 이는 신의를 외주화한 경영이다.
이번 사안을 조사관 개인의 발언으로만 좁혀서도 안 된다. 보험금 분쟁 과정에서 소비자는 정보와 절차 모두에서 약자다. 보험사는 약관, 지급 기준, 손해사정 절차를 알고 있지만 민원인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이때 필요한 것은 압박성 언급이 아니라 정확한 설명과 투명한 절차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동일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대해상 업무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도했다. 현대해상 측도 불쾌감을 준 점과 안내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지도와 사과만으로 끝낼 사안은 아니다. 보험사가 위탁 손해사정법인의 민원인 응대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감독기관 민원에 대한 부당한 언급을 금지하는 매뉴얼이 있는지, 민원인이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공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라고 했다. 과이불개(過而不改)의 경계다. 현대해상은 외부 조사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선을 긋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왜 그런 말이 민원인 앞에서 나왔는지, 그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민원인이 사실과 다른 말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보험사는 민원을 부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신의를 회복할 기회로 봐야 한다. 금감원 역시 보험사와 위탁법인이 민원인을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응대하고 있는지 사후 점검의 폭을 넓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