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취임 2년 2개월…비위·수사로 얼룩진 흑역사② [유교경영리포트]

  • 등록 2026.05.13 21: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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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대 금품수수 의혹부터 재단 사업비 4억9천만원 유용 정황, 청탁금지법 위반까지…정부합동 감사 14건 수사 의뢰 진행 중

 

동아일보가 13일 단독 보도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농협중앙회 준법지원부 압수수색은 2025년 10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집무실 압수수색에 이은 두 번째 강제수사다. 강 회장 취임 2년 2개월, 농협을 둘러싼 비위 의혹과 수사는 어디까지 와 있는가?

 

◇ 2024년, 취임과 의혹의 동시 출발

 

강호동 회장은 2024년 1월 두 번째 도전 끝에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정부합동 감사 자료와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강 회장이 같은 시기를 전후해 농협중앙회 계열사와 거래하던 한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1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제기됐다. 관련 혐의는 현재 수사 대상이라는 전언이다.

 

강 회장은 2024년 3월 11일 취임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선포했다. 그러나 같은 해 농협경제지주가 81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서도 임원진에 특별성과보수가 지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24년 3~4월에는 강 회장이 18년간 조합장을 지낸 경남 합천 율곡농협에 농협재단이 두 차례 총 100억 원가량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정황도 보도된 바 있다.

 

◇ 2025년, 황금열쇠와 첫 압수수색

 

2025년 2월 강 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한 지역조합운영위원회로부터 58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10돈)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추가된 배경이다.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강 회장의 금품 수수 의혹과 함께 농협 내부 감사 체계의 허술함, 조합장 금품 선거 문제가 잇달아 도마에 올랐다.

 

2025년 10월 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뇌물수수 혐의로 강 회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지기도 했다. 한 달 뒤인 11월 12일 강 회장은 퇴직자 재취업 제한과 수의계약 원칙적 금지 등을 담은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다만 본인이 수사 대상인 상태에서 발표된 개혁안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의문이 따라붙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한 26명 규모로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12월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농협은 진짜 문제"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일부 매체가 전했다.

 

◇ 2026년 1월, 65건 부적정 사례와 대국민 사과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결과 발표(2026년 1월 8일)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농협재단을 합쳐 부적절한 운영 65건(중앙회 43건, 재단 22건)이 확인됐다.

 

같은 자료는 강 회장의 5차례 해외 출장에서 1박 250달러 한도를 모두 초과한 사실을 적시했다. 가장 많이 초과한 금액은 1박당 186만 원 수준의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숙박이었고, 5차례 출장에서 총 4000만 원이 과다 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장 연봉 7억 원 수준, 조합장들에게 23억 원 상당 휴대폰 선물 지급 정황, 성희롱 혐의 직원에 대한 형식적 징계도 핵심 지적사항으로 거론됐다.

 

농식품부는 이 가운데 임직원 형사사건 관련 변호사비 약 3억 2000만 원 공금 대납 의혹과 농협재단 임직원 업무상 배임 정황 2건을 1월 5일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5월 13일 압수수색의 단초가 된 사안이 바로 이 변호사비 대납 건이다.

 

1월 13일 강 회장은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사임했다. 일부 주요 임원들도 동반 사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강 회장은 중앙회장직 사퇴 요구는 일축했다. 임기는 4년으로, 현재 절반에 채 이르지 못한 상태다.

 

◇ 2026년 3월, 정부합동 특별감사…14건 수사 의뢰

 

1월 26일 국무조정실·농림축산식품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41명 규모의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이 출범했다. 농협중앙회·자회사·회원조합 전반에 대한 전면 감사가 이어졌다. 3월 9일 발표된 최종결과 브리핑에 따르면 위법 소지가 큰 14건이 수사 의뢰됐고, 96건의 시정·제도 개선이 권고됐다. 강 회장 본인 관련 사안 6건이 포함됐다.

 

브리핑이 가장 무겁게 다룬 사안은 농협재단 사업비 약 4억 9000만 원 유용 의혹이다. 강 회장이 재단 핵심 간부 A씨를 통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중앙회장 선거에서 자신을 지지한 조합장·임직원에게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을 제공한 정황이 적시됐다. 황금열쇠 580만 원 수수 건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별도 입건된 것으로 전해진다.

 

A씨에 대해서는 재단 사업비와 포상금으로 개인 사택 가구를 구매한 의혹이, 또 다른 핵심 간부 B씨에 대해서는 강 회장의 선거 비위를 다룬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해당 신문사에 광고비 1억 원을 증액 집행한 배임 의혹이 각각 제기됐다. 감사반은 계열사 관련 수의계약·특혜성 거래 정황과 퇴직자가 감사·경영 요직에 복귀하는 이른바 '관뚜껑 인사' 등 내부통제 실패 사례도 함께 지적했다.

 

3월 4일 강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3월 10일에는 농민신문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강 회장 측근으로 분류돼 온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차기 사장으로 추대했다는 보도가 이어져 또 다른 논란이 일었다. 3월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강 회장은 "환골탈태"를 약속하면서도 사퇴 요구는 다시 일축했다.

 

◇ 그리고 5월 13일, 두 번째 강제수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5월 13일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를 위해 농협중앙회 준법지원부 등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했다. 강 회장 취임 2년 2개월 만에 농협중앙회 본부에 대한 두 번째 강제수사다. 농협 측은 13일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강 회장 측과 유찬형 전 부회장 측의 입장도 별도로 확인된 바 없다.

 

200만 조합원과 800조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최대 협동조합 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은 농협 비리의 근본 원인으로 '작동하지 않는 내부 통제장치'와 '금품에 취약한 선거제도'를 지목한 바 있다.

 

◇ 정도경영의 시각에서

 

『논어』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협동조합은 본질적으로 농업인 조합원이 위탁한 자조 조직이다. 그 자금이 회장 선거 답례품으로, 임직원 사적 변호사비로, 5성급 호텔 스위트룸 숙박비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은 공(公)과 사(私)의 경계가 무너진 자리를 가리킨다.

 

자정 능력이 작동하지 않는 자리에서 발표되는 자체 개혁안은 모래 위에 누각을 짓는 일에 다름 아니다. 강 회장 취임 2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압수수색을 맞은 농협이 거버넌스의 토대부터 새로 다질 수 있을지, 정부합동 특별감사가 지목한 '내부 통제장치'와 '선거제도' 두 축의 근본 개편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수사가 의혹의 실체를 정밀하게 가려내는 일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것이 200만 조합원과 농업인을 위한 본연의 정도(正道)다.

김정기 기자 desk@c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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