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석포제련소, 낙동강 마시는 1300만 명 앞에서 ‘세계적 친환경’인가? [유교경영리포트]

  • 등록 2026.07.28 14: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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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 주민 혈중 카드뮴 국민 평균 최대 3.47배…영풍 “5400억원 투자·2021년부터 폐수 무방류” 반론

 

경북 봉화군 낙동강 최상류에 자리한 영풍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주민 건강과 환경오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풍이앤이 장세환 부회장이 지난 9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석포제련소를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로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포 지역 주민들의 혈중 카드뮴 농도가 국민 평균보다 최대 3.47배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가 제시되고,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의 복원 속도도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평가는 현장의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풍은 이에 대해 과거 환경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2019년 이후 대규모 환경투자를 이어왔고 2021년부터는 공정 폐수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며 ‘세계적 친환경 제련소’라는 표현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은 해외 행사에서 사용한 표현 하나의 적절성만을 따질 문제는 아니다. 낙동강 최상류의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피해, 제련소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안전, 더딘 토양·지하수 정화, 지역경제의 제련소 의존까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물어야 할 것은 하나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내세우는 ‘친환경’이라는 이름은 무엇으로 증명되고 있는가.

 

낙동강은 영남권 주민 약 1,300만 명의 식수원으로 이어진다. 그 물길의 시작점에 자리한 제련소라면 친환경의 기준은 해외 행사장의 발표자료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주민의 건강기록과 강물의 수질, 공장 안 노동자의 안전,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의 회복까지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옛글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편안하다”고 했다. 民惟邦本 本固邦寧(민유방본 본고방녕)이다. 기업 역시 지역과 주민, 노동자라는 근본 위에 선다. 그 근본이 흔들리는 자리에서 내세운 ‘세계적’이라는 수식은 화려할수록 더 무거운 책임을 동반한다.

 

◇ 주민의 몸에 남은 중금속 기록

 

석포제련소 문제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주민의 몸에 남은 기록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권호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주민 건강피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6년 동국대학교가 실시한 조사에서 노출 지역 주민의 요중 카드뮴과 혈중 납 농도가 대조 지역보다 유의하게 높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광암 발생률도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됐다는 내용이 함께 제시됐다. 별도로 실시된 주민 건강조사에서는 석포 지역 주민의 혈중 카드뮴 농도가 국민 평균보다 최대 3.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뮴은 장기간 체내에 축적될 경우 신장 기능 저하와 골밀도 감소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중금속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공해병인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 물질로도 알려져 있다.

 

특정 질환이나 개인의 건강피해를 하나의 수치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생활환경과 직업, 연령, 흡연 여부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반복적으로 확인된 중금속 노출 지표를 가볍게 넘길 수도 없다. 주민의 생체 시료에서 일반 국민보다 높은 카드뮴과 납 수치가 나타났다면 기업과 관계기관은 오염원과 노출 경로, 주민 건강에 미친 영향을 장기간 추적해 설명해야 한다.

 

◇ 영풍 “과거 환경 문제 인정…지난해까지 5400억원 투자”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과거의 환경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최근 수년간 진행한 환경설비 투자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풍 경영관리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환경 이슈가 없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다. 환경 이슈가 있었던 것은 맞다”며 “2019년부터 매년 약 1000억원 규모의 환경투자를 진행해 지난해 말까지 누적 540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친환경 제련소의 대표적인 근거로 내세운 것은 폐수 무방류 시스템이다.

 

이 관계자는 “2021년부터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한 방울도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있다”며 “아연제련소 가운데 이 같은 무방류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석포제련소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는 표현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자신 있다”며 “잘못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영풍이 제시한 환경투자와 무방류 시스템은 석포제련소의 변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다. 동시에 설비의 도입 사실만으로 친환경에 관한 모든 논란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무방류 시스템이 공정 폐수의 외부 배출을 차단하고 있다면, 그 성과는 주변 하천과 지하수, 토양의 측정 결과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주민의 중금속 노출 지표가 실제로 낮아지고 있는지, 기존 오염지역의 복원이 어느 속도로 진행되는지도 함께 공개돼야 한다.

 

친환경은 투입한 돈이나 시설의 이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환경투자가 주민의 몸과 강물, 토양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가 최종적인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 끝나지 않은 오염과 더딘 복원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은 지나간 사건이 아니다.

 

환경부는 2021년 11월 무허가 지하수 관정에서 생활용수 기준을 크게 초과한 카드뮴이 검출된 사실 등을 근거로 석포제련소에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일부 관정에서 검출된 카드뮴 농도는 생활용수 기준의 최대 33만2650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드뮴이 오염된 지하수를 통해 낙동강으로 유입됐다는 조사 결과도 제기됐다.

 

주변 산림에서는 아황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에 따른 고사 현상이 오랫동안 논란이 됐다. 공장 안팎에 남은 중금속과 오염물질의 흔적은 환경오염 문제가 과거의 행정처분만으로 끝난 사안이 아님을 보여준다.

 

환경시설 투자와 별개로 이미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를 되돌리는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화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 면적은 약 75만2000㎡다. 이 가운데 공장 내부 복원율은 41.8%, 주변 농지와 임야 복원율은 12.2%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토양과 지하수 복원에 약 286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자체 추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정화 대상과 복원 비용, 완료 시점이 외부 전문기관의 객관적인 검증을 충분히 거쳤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복원은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고 정화계획을 발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오염원을 먼저 차단하고 정화 대상과 기준을 확정한 뒤,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 상황과 측정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복원율이 낮은 상태에서 ‘세계적 친환경 제련소’를 자평한다면 주민들이 느끼는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피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호소도 계획서에 적힌 복원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 사이의 간극에서 나온다.

 

◇ 환경문제 뒤에 가려진 노동자의 죽음

 

석포제련소를 둘러싼 평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기록은 노동자의 안전이다.

 

친환경 기업이라는 평가는 공장 밖으로 배출되는 오염물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장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안전하게 하루를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는지 역시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가르는 핵심 기준이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영풍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만 21명에 이른다”며 “영풍은 노동자의 생명과 낙동강 상류의 환경을 훼손해 온 환경범죄기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노동자 사망 문제는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논란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주민에게 깨끗한 물과 공기를 보장하는 일과 노동자에게 안전한 일터를 제공하는 일은 모두 기업이 지역사회 안에서 감당해야 할 기본 책무이기 때문이다.

 

환경설비에 투자했다는 설명만으로 노동자 사망과 작업장의 위험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영풍이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를 내세우려면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사고 원인, 재발 방지 대책, 원·하청 노동자를 포괄하는 안전관리 체계도 주민과 노동자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장 밖의 강이 오염되고 공장 안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이 이어진다면 ‘친환경’이라는 말은 기업 홍보를 위한 수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주민의 환경권과 노동자의 생명권을 함께 지켜낼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평가도 가능해진다.

 

◇ 미국 제련소에 무방류 기술 공유하겠다는 영풍

 

영풍은 장 부회장의 미국 방문이 단순한 기업 홍보가 아니라 미국 내 제련소 건설사업을 지원하고, 석포제련소의 환경관리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행보였다고 설명했다.

 

영풍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측 제련소 예정지는 석포제련소와 마찬가지로 산과 강이 인접한 지형이다. 강이 가까운 만큼 현지에서도 환경오염 가능성에 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에서는 아연뿐 아니라 납을 비롯한 전략광물을 함께 생산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며 “납은 아연보다 유해성이 높은 금속이어서 오염물질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석포제련소는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과 운영 경험이 미국 제련소의 환경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행사 참석 배경에 대해서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현지 사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으로 제련소 사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며 “경영권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영풍은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사업의 추진과 성공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부회장의 자격과 관련해서도 “영풍이앤이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풍과 고려아연 최대주주 측 일원으로서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이 석포제련소의 무방류 기술과 운영 경험을 미국 사업에 공유하겠다는 구상은 산업적 의미가 있다. 그 기술의 신뢰도는 국내 현장에서 축적된 환경자료와 주민 건강지표, 토양·지하수 복원 성과를 통해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에서 아직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외 기술협력을 강조한다면, 석포제련소가 실제로 어떤 변화를 이뤘는지부터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순서다.

 

◇ 환경권과 생존권, 어느 쪽도 지울 수 없다

 

석포제련소 문제는 환경단체와 기업의 대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주민들은 지난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오염된 토지와 지하수의 실질적인 복원, 관계기관의 행정조치 강화를 요구했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장형진 전 대표이사를 형사 고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주민 건강권 회복과 환경정의 실현을 위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봉화와 태백 일부 주민들은 제련소 폐쇄나 이전이 지역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석포제련소가 수십 년간 지역의 일자리와 상권을 떠받쳐 온 만큼, 일방적인 폐쇄는 노동자와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쪽은 건강과 깨끗한 물을 지키려 하고, 다른 한쪽은 일자리와 생계를 지키려 한다. 환경권과 생존권 가운데 어느 하나도 함부로 지울 수 없다.

 

문제는 주민들이 건강과 생계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내몰려 왔다는 점이다. 환경을 지키려면 일자리를 포기해야 하고, 일자리를 지키려면 건강피해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구도 자체가 잘못됐다.

 

기업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주민과 노동자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오염원을 차단하고 실질적인 환경복원을 진행하는 동시에 노동자와 지역 상권이 감당해야 할 경제적 충격을 줄일 전환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제련소의 존치든 이전이든 폐쇄든 그 결정 과정의 중심에는 주민과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비용 절감이나 행정기관의 편의가 먼저 고려돼서는 안 된다.

 

◇ ‘친환경’은 주장과 반론을 넘어 결과로 증명해야

 

영풍은 2019년 이후 5400억원을 환경 분야에 투자하고, 2021년부터 폐수를 외부로 방류하지 않는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며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는 표현에 자신감을 보였다.

 

회사가 밝힌 환경투자와 기술적 성과는 있는 그대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문제만을 근거로 현재의 변화까지 부정하는 것도 온전한 판단은 아니다.

 

그렇다고 투자 규모와 무방류 시스템만으로 주민의 건강기록과 기존 오염 토지의 복원 문제, 노동자의 안전까지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기업은 해외 투자자와 산업계 관계자에게 기술적 성과를 설명할 권리가 있다. 그 설명에는 주민 건강조사 결과와 환경부의 행정처분, 토양·지하수 복원 현황, 산업재해와 안전관리 대책도 함께 포함돼야 한다.

 

공자는 “백성에게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했다. 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이다. 기업 역시 신뢰가 무너지면 거대한 공장과 첨단 설비만으로 오래 설 수 없다.

 

석포제련소가 진정으로 ‘세계적인 친환경 제련소’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주민 건강조사의 장기 추적 결과와 중금속 노출 경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토양과 지하수 정화 대상, 복원율과 완료 시점도 주민이 직접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오염물질 배출자료와 무방류 시스템의 실제 성능, 산업재해 발생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도 공개 검증의 대상이 돼야 한다.

 

회사와 관계기관, 주민, 노동자,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환경복원과 건강조사,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改過遷善(개과천선)은 과거의 잘못만을 들춰내는 말이 아니다. 허물을 인정하고 바로잡은 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실천을 뜻한다.

 

영풍이 강조한 5400억원의 환경투자와 무방류 시스템도 그 실천의 일부일 수 있다. 그 변화가 주민의 몸과 낙동강의 물, 오염된 토양과 노동자의 일터에서 확인될 때 비로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낙동강의 물은 공장 담장에 머물지 않는다. 강을 따라 흘러 수많은 사람의 식수가 되고 밥상에 오른다. 그 공장 담장 안에서는 노동자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를 보낸다.

 

‘세계적 친환경 제련소’라는 이름이 제값을 얻는 순간은 미국 행사장에서 박수를 받을 때도, 기업이 투자액을 발표할 때도 아니다.

 

주민의 건강기록이 개선되고, 노동자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며, 강물의 수질과 오염된 토양이 회복됐다는 사실이 그 말을 뒷받침할 때다.

 

이름과 실상이 만나는 자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김정기 기자 desk@c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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