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인정했지만, 왜 36개월 교도소 합숙이어야 하나? [기자수첩]

  • 등록 2026.08.10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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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등급 4급에도 예외 없는 대체복무…병역 형평과 ‘징벌성’ 사이, 다시 선 헌재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36개월간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도록 한 현행 제도가 다시 헌법재판소의 판단대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대체복무의 기간이나 교정시설 근무 자체를 다시 전면적으로 다투기보다, 건강상 이유로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은 사람에게까지 아무런 예외 없이 장기간 합숙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를 묻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심판과 결이 다르다.

 

사건 당사자는 2020년 10월 대체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체역에 편입됐다. 이후 질병으로 소집을 연기한 채 치료를 받아왔고 2024년과 2025년 세 차례에 걸친 신체검사에서 모두 4급 판정을 받았지만, 현행 대체역 제도에서는 건강 상태에 따라 출퇴근 방식 등 다른 형태의 복무를 선택할 길이 없었다.

 

일반적인 병역체계라면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은 사람은 원칙적으로 보충역으로 편입돼 사회복무요원 등 출퇴근 형태의 복무를 할 수 있다. 반면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2항은 대체복무요원이 합숙해 복무하도록 규정하면서 신체등급이나 건강 상태에 따른 별도의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당사자는 병무청과 법무부에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업무를 맡거나 출퇴근 방식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관련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사건번호 2025아14608 결정에서 대체역법 제21조 제2항을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제기한 의문은 어렵지 않다. 건강상 이유로 현역복무가 어렵다고 국가가 판단한 사람에게는 일반 병역체계에서 신체조건에 맞는 복무 방식을 적용하면서, 같은 사람이 대체역에 편입됐다는 이유만으로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합숙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차별인가 하는 문제다.

 

우리 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법적 기준은 이미 한 차례 큰 변화를 겪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6월 대체복무제를 두지 않은 병역법상 병역종류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같은 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하면서 오랫동안 형사처벌의 대상으로만 다뤄졌던 양심적 병역거부를 제도 안으로 받아들이는 길이 열렸다.

 

이후 국회가 대체역법을 제정했고 2020년부터 실제 대체복무가 시작됐다. 국가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면서 병역의무를 면제하는 대신 별도의 공적 의무를 부과한 것으로, 병역의 형평성과 양심의 자유를 함께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현재의 대체복무제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된 뒤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현재 대체복무요원은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36개월 동안 근무해야 하고, 이 기간에는 합숙이 의무적으로 따라붙는다. 육군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18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간만으로 두 배에 해당하며, 다른 장기복무 형태와 비교해도 합숙이라는 추가적인 부담이 있다는 것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쪽의 핵심 문제 제기다.

 

헌법재판소도 이미 한 차례 이 문제를 판단했다. 2024년 5월 30일 헌재는 36개월의 복무기간과 합숙 의무, 복무기관을 교정시설로 한정한 제도를 다툰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수의견은 대체복무가 군사훈련이나 군사적 역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특성과 현역병과의 병역 부담 형평성, 대체복무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현역복무와 다른 형태의 의무를 부담하는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복무기간과 합숙을 요구하는 것이 입법자의 재량을 벗어난 과도한 제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반대의견을 낸 네 명의 재판관은 다른 지점을 봤다. 육군 현역병보다 두 배 긴 36개월을 복무하면서 합숙까지 의무화하고 있고, 같은 36개월을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이나 공중보건의사·공익법무관 등 다른 병역 형태에는 일률적인 합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현행 대체복무가 병역의 형평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의 징벌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표 차이였다. 그만큼 대체복무의 적정한 부담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는 헌재 내부에서도 판단이 팽팽하게 갈렸다는 의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현행 제도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2023년 4월 국방부에 36개월인 복무기간을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조정하고, 교정시설 이외에도 공공성과 사회적 필요가 높은 다양한 분야에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복무기관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는 복무기간을 줄이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같은 해 10월 현역 복무기간의 1.5배를 넘어서는 대체복무 기간은 징벌적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기존 판단을 재확인했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다.

 

여기까지 오면 논쟁의 초점도 조금 달라져야 한다.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질문만 반복할 단계는 지났다. 우리 법은 이미 대체역을 병역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으며, 지금 필요한 논의는 그 제도가 병역의 형평성을 유지하면서도 필요 이상의 불이익을 부과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병역의 형평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가치다. 현역병은 일정 기간 병영에서 생활하며 군사훈련과 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개인의 자유도 상당 부분 제한받기 때문에, 대체복무자가 현역병과 비교해 현저하게 가벼운 부담만 지게 된다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병역기피를 위한 우회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형평성을 단순히 ‘누가 더 오래 복무하고, 누가 더 힘든 생활을 하느냐’의 문제로 환원해서도 곤란하다. 서로 다른 형태의 병역이라면 각자가 맡은 방식으로 공동체에 필요한 책임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제도가 부과하는 부담 역시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지는 않는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36개월이라는 복무기간과 전원 합숙, 교정시설로 한정된 복무 장소는 하나로 묶어서 볼 문제가 아니다. 현역복무와의 형평을 위해 일정 수준의 추가적인 복무기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모든 대체복무자에게 합숙까지 의무화해야 하는지, 또 그 업무가 반드시 교정시설에서만 이뤄져야 하는지는 각각 별도의 이유와 필요성이 설명돼야 한다.

 

교정시설에서 근무한다는 사실만으로 대체복무를 형벌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이뤄지는 교정행정은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공공업무이며, 그곳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를 처벌한다는 의미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소방과 보건·의료, 재난구호, 사회복지처럼 대체복무자가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영역이 있음에도 왜 교정시설만을 사실상 유일한 복무 공간으로 유지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체복무의 목적이 군사적 역무 대신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면, 복무기관을 다양화하면서도 병역의무에 걸맞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위헌제청은 여기에 건강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까지 더했다.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아 일반 병역체계에서는 현역복무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 사람에게조차 대체역이라는 이유만으로 36개월 합숙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하는 질문이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조건을 적용한다고 해서 언제나 공평한 것은 아니다. 신체적 조건이나 건강 상태가 다른데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형식적으로는 같은 대우일지 몰라도 실제 부담에서는 오히려 큰 차이가 생길 수 있고, 병역제도 자체가 이미 신체등급에 따라 복무 형태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체역만 이러한 고려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7일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국제 인권단체 기자회견에서도 한국 대체복무제의 36개월 복무기간과 교정시설 중심 운영이 지나치게 무겁고 징벌적인 성격을 띤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네 명의 재판관이 현행 제도의 과도성을 지적한 데 이어, 이번에는 행정법원까지 신체등급을 고려하지 않는 일률적 합숙에 헌법적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쟁은 보다 구체적인 단계로 들어섰다.

 

본지는 제도를 실제로 경험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10일 여호와의 증인 한국지부 공보실에도 관련 질의서를 보냈다. 서울행정법원의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와 함께 신체등급 4급 등 건강상의 이유로 합숙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파악하고 있는지, 현재의 36개월 복무·합숙 의무·교정시설 근무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물었다.

 

또 202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이후 국방부나 병무청 등 정부에 별도의 제도 개선 의견을 전달한 사실이 있는지, 대체역으로 편입된 이후에도 현행 복무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해 형사절차를 밟은 사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질의했다. 지난 7일 국제 인권단체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이 실제 국내 제도 변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보는지와 함께, 1기 대체복무를 마친 복무자의 경험을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인터뷰 협조도 요청했다.

 

실제 제도를 경험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중요하다. 법률 조문과 정부의 설명만으로 36개월의 시간이 어느 정도의 부담인지, 합숙생활이 건강 상태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교정시설에서의 실제 복무가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를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병역의무의 공정성과 국가안보, 병역기피 방지라는 국가의 고민 역시 현실적인 문제이며, 2024년 헌재 다수의견이 현행 제도를 합헌으로 판단했던 이유도 결국 이 같은 가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위헌제청을 계기로 몇 가지 질문은 다시 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 상태가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합숙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정말 공평한지, 병역의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36개월 복무와 전원 합숙, 교정시설 근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지, 그리고 다른 공익 분야에서 같은 수준의 병역의무를 이행하게 할 현실적인 대안은 정말 없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양심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해서 병역의무가 가벼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역병이 감당하는 의무와 희생을 존중하면서 대체복무자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대로 병역의 형평성을 지킨다는 이유만으로 대체복무를 필요 이상으로 무겁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 대체복무는 병역의무를 피하기 위한 특혜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과거 형사처벌을 다른 형태로 이어가는 제도가 되어서도 곤란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두 가치를 함께 지킬 수 있는 기준을 찾는 일이다.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병역의무를 요구하면서도 건강 상태와 복무 여건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고, 대체복무자가 공동체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를 다듬는 것이 지금의 과제다.

 

이번 위헌심판이 다시 묻는 것도 결국 그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할 것이냐는 오래된 질문이 아니라, 이미 우리 법이 병역의 한 형태로 인정한 대체복무를 얼마나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 답은 ‘더 힘들게’와 ‘더 쉽게’ 사이에 있지 않다. 병역의무의 무게는 지키되, 그 의무를 수행하는 방식까지 불필요하게 징벌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사회적 합의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김정기 기자 desk@c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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