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04 (화)

  • 맑음동두천 35.7℃
  • 맑음강릉 30.2℃
  • 맑음서울 36.4℃
  • 구름많음대전 28.5℃
  • 구름많음대구 32.5℃
  • 구름많음울산 31.2℃
  • 맑음광주 37.4℃
  • 맑음부산 34.5℃
  • 구름많음고창 33.1℃
  • 맑음제주 31.8℃
  • 맑음강화 34.1℃
  • 구름많음보은 30.7℃
  • 맑음금산 35.4℃
  • 맑음강진군 32.9℃
  • 구름많음경주시 31.5℃
  • 맑음거제 32.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특별기고> 감 전통주에 대한 도전과 한국 전통주의 미래

 

 

어른의 술 심부름을 다녀오다가 처음 접한 경험이 어린 시절을 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힘든 농사일을 하는 과정에서의 술 한잔은 피로를 달아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새에게도 일정한 숫자의 감을 남기는 한국인의 마음은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문화이다(출처-연합뉴스). 

 


 

 

아시아인에 대한 애정을 가졌던 펄벅 여사는 여러 번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일화를 남겼다.

 

 


 

 

 

김용식 농업회사법인 오연가 대표

 


 

 

지난 글(<특별기고> 한국의 술 소비와 명절 전통주(傳統酒)의 변화 : 1146(2025.9.1.) 7, /coding/news.aspx/21/1/100429)에 이어 이번에는 필자의 전통주 입문 계기, 감으로 전통주를 만들게 된 과정, 전통주·전통문화와 유교문화와의 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1. 자연스럽게 우리 술을 접한 소년기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일반적인 농촌 지역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인생에서의 첫 술은 어른들의 심부름으로 읍내 양조장을 다녀오면서 시작됐다.

 

고된 노동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새참거리의 일환으로 아버님이 큰 주전자에 술을 받아와라고 하셔서 얼른 다녀와야지~’ 하면서도 주전자에서 풍기는 이상야릇한 냄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돌아오는 길에 맛을 보니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많이 먹지 않으니 양이 적어진 티가 나거나 취한 표시도 나지 않아 무사히 넘어갔다. 그리고 물론 그 술로 어른들은 농사가 아닌 잔치를 벌이는 듯한 흥겨운 모습을 보이셨다.

 

2. 전통주에 대한 관심의 계기

 

술을 즐겨서 양조업을 시작한 이도 있지만 필자는 술을 매주 좋아했던 애주가(愛酒家)아니었다.

 

 

 

지난 20183월 우연한 기회에 홍콩의 업체를 알게 되어 곶감 수출을 알아보던 중에 유통 과정의 품질 유지와 홍콩인들의 곶감에 대한 취향 등으로 과정이 쉽지 않았다. 대신 지역 농협에서 만든 감식초 음료를 수출해 뜻밖의 성과가 나타나 판매장을 확장하기도 했으나 일반 음료보다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한 저항 심리 때문에 결국 수출이 중단됐다.

 

이 때의 경험을 밑바탕으로 하여 감식초 외에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감 가공식품이 없을까 알아보던 중에 감으로 술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어 전통주와 전통주 시장, 세계의 술과 우리 술의 현재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각종 자료와 상황들을 파악해 보니 어느 나라의 술이 다른 나라에 진입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단순하게 술 하나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음식 체계를 비롯한 문화 자체가 스며드는 것이었고, 행사나 선물 등의 형태로 확장해가는 모습이 일반적이었는데 우리나라는 K-POP의 세계적 인기와 한식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었으나 한국의 술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된 것은 녹색병 소주와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막걸리 정도뿐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력과 문화전파력으로 볼 때 우리 술의 진정한 가치와 특색을 제대로 알릴 수만 있다면 3의 물결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백세주의 성공 신화일본을 중심으로 했던 한국 막걸리 열풍이 힌트가 되었다.

 

지난 1992년에 국순당에서 출시된 백세주는 한국 주류 시장에서 전통주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30년간 7억 병이 판매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고, 유산균과 건강한 이미지를 통해 일본 수출 등으로 주목받았던 막걸리는 2011년 연간 5,000만 달러 이상의 수출고를 기록했다.

 

이때 특히 일본으로의 막걸리 수출이 잘 된 이유는 우리 정부의 진흥 정책, 일본 내 한류 열풍, 엔고에 따른 수출가격 인하와 함께 20113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발생 지역인 센다이 일대에 위치한 맥주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일본 내 마트 진열대에는 대체 상품으로 한국 막걸리가 들어갔다.

 

문제는 준비가 덜 된 상태이다 보니 수출 막걸리 대부분이 살균 처리된 캔막걸리였고, 생막걸리보다 감미료를 2배 더 넣어 단맛을 강조한 제품이었다. ‘일본 소비자는 단맛을 좋아한다는 현지화 전략이었으나 금세 질리는 단맛은 무엇보다 음식과 매칭시키기가 어렵다 보니 일본 소비자의 관심도가 딸어졌고, 수출업체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결국 일본 시장에서 한국 막걸리는 값싼 술이 되어 버렸다.

 

이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포화상태로 인식되던 세계 주류시장에서 인지도와 영향력이 커지고 있던 우리나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의 전통주가 최소의 마케팅으로 최고의 효율을 창출시키는 거대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서 잠시 한국 전통주의 주류인 세 가지에 대해 언급되어야 할 것같다.

 

첫 번째, 막걸리는 막 걸렀다는 값싼 표현으로 표현되어 왔으나 지금은 신선하게제조한걸리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술을 만들어 본 이들은 물을 타지 않고, 제대로 발효된 막걸리가 얼마나 맛있는 술인지 알 것이다.

 

두 번째, 약주(藥酒)는 맑은 특성으로 인해 선비의 술로 인식되어 왔는데 일본의 사케와는 다른 깊고 다양한 맛을 간직하고 있다. 그 어원은 크게 두 가지로 약재를 넣어 빚었거나 약효가 있다고 인정된 술을 뜻하는 원래의 의미와 윗사람이 마시는 술을 높여 부르는 말로 쓰인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세 번째, 소주(燒酒)는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태운 술'이라는 뜻인데 전통 방식에서 불을 피우고 온도를 높여 증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5천년 전 아라비아 지역에서 시작되며 아라크라고 불렸던 증류기술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한자로 '아자길' 등으로 표기되며 우리 땅에도 전해진 후 귀하고 귀한 쌀로 만드는 원래의 방식은 여러 시대에서 금지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3. 감을 재료로 하여 전통주에 도전하다

 

곶감의 생산과 유통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고향에서 부모님은 일정 시간 동안 따뜻한 물에 감을 담가 두는 과정을 통해 원래의 떫은 맛을 없애고 또 다른 맛의 감(우린감)을 만들어 꽤 큰 성공을 거두셨는데, 필요 시간과 물의 수온 등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실패한 감이 집 마당에 산처럼 쌓일 정도였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일하는 모습과 말씀이 크게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후에 부모님으로부터 당시 2~3시간 밖에 못 자고, 어떻게든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두 분의 노고에 경외감을 느꼈고,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했던 감을 이제는 또 다른 형태로 자식이 함께하고 있는 지금을 생각하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지난 20194월부터 시작한 (, persimmon)으로 만든 술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발효하는 과정에서 초산(醋酸)으로의 빠른 진행으로 이어지던 예민함과 다른 과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탄닌(tannin) 함유로 심했던 갈변(어떤 물질이 갈색으로 변색되는 현상) 작용, 재료 본래의 맛, , 향이 물에 잘 드러나지 않는 불용성(不溶性, 액체에 녹지 않는 성질)으로 인해 감의 색과 맛, 향을 구현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약주를 시작으로 하여 홍시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린 증류주를 개발했고,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전통주로 알려지며 소비자들에게 유명해지고 있으며, 홍시의 은은한 맛과 향을 감안하면 양념 맛이 강한 안주보다는 회와 같이 마실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점도 소비자들을 통해 알게 됐다.

 

4. 감의 철학적 의미와 관련 이야기들

 

시간이 흐르다 보니 감의 특색과 의미 등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는데 영양성분이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어 상당수 애주가가 음주 후 숙취 해소를 위해 홍시를 먹고 있다고 한다.

 

감나무는 씨를 발아시킨 후 성장한 나무에서 곧바로 과실을 맺지 않고 좋은 수종의 나무를 접붙여 더 튼실한 과실을 맺게 하는 특성이 있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어느 지역이든지 감나무를 흔하게 키웠던 것은 잘 자라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자손이 좋은 스승이나 인연을 만나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로, 대지(The Good Earth)를 써서 1938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던 펄 벅(Pearl Sydenstricker Buck, 1892-1973) 여사는 여러 번 방문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유명한데 시골집 감나무에 남아있는 감을 보고 먹을 것도 부족한데 왜 다 따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새들의 먹이로 남겨 놓았다고 주인이 말했다면서 화려한 문화유산보다도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에 깊은 감명을 받아 한국의 이익과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5. 전통주의 흐름과 발전 방향

 

유명한 장인의 이름을 내건 명인주(名人酒), 집안에 대대로 전해오던 비법을 현재에 재현한 종가주(宗家酒),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한 지역특산주(地域特産酒), 그 외에 여러 독특한 방법으로 시도한 형태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전통주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젊은 층의 선호 현상, 주세법 개정, 새로운 맛과 향을 더한 하우스 제조, 퓨전 형태의 변화 등의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며 소비자들의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고, 박재범 소주로 유명한 원소주 등의 출시는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주목할 만하다.

 

과거처럼 거의 매일 마시는 모습이 없어지고, 요즘의 생활모습으로 볼 때 낮은 도수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로 높은 도수의 술이 가지는 개성과 풍미를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와인이나 위스키보다 원가 및 노동력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전통주들도 있는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도외시했던 스토리화, 고급 이미지 구축 등과 함께 한국인과 세계인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미감(味感)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어야 하며, 민간에만 전부를 맡겨두지 말고 국가 차원에서도 한국의 전통미를 전하는 문화 요소, 관광객 유인 요인, 수출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한다.

 

전통주의 역사가 곧 우리의 아픔과 고난은 물론 극복과 발전의 역사였던 만큼 한국의 전통주를 아는 것이 한국인을 빠르게 아는 지름길이다라는 주제 강조도 필요하다.

 

6. 유교전통문화와 전통주

 

유럽은 파티 문화를 통해 술의 품격과 가치를 표현해 왔고, 그들의 파티는 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자리였기에 지금도 이런 면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한다.

 

품격 있는 문화와 철학적 깊이를 가졌던 우리의 유교 전통을 상징했던 갓을 쓴 선비의 모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계인들에게는 낯설었지만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가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면서 이제는 갓, 선비, 한복 등의 개념이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가치와 사람까지 담고 있는 전통주도 우리의 유교 문화, 전통 문화, 선비 문화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으며, 뿌리에 기반한 전통을 알리고 여기서 파생된 모습까지 보여줌으로써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한국전통문화의 본류가 유교이기에 가장 한국스러운 전통주도 유교와 함께 고민하는 속에서 만들어지고, 유교의 도움으로 브랜드화 및 이미지 메이킹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시대와 호흡하고, 세대와 공감해왔던 유교의 능동적인 정신이 전통주와 원만하게 결합되길 기원해 본다.

 


 

 

재료의 신선함이 품질로 이어지기에 입고 단계부터 꼼꼼히 확인하곤 한다.

 

프로필 사진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