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 및 유교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접해봤을 『논어』의 「안연」편에는 제자 번지가 공자께 지(知)에 대해 질문하는 구절이 있다. 이에 대해 공자께서는 ‘사람을 아는 것(知人)이다’라고 대답하셨는데 이 부분은 『중용』의 ‘하늘을 아는 것(知天)’으로 이어진다.
『중용』에서 공자는 “사람을 알 것을 생각한다면 하늘의 이치를 알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두 가지를 이어주는 것이 바로 성실함(誠)이고, ‘남이 한 번에 능하거든 나는 백 번을 하며, 남이 열 번에 능하거든 나는 천 번을 하는 것’이 바로 공부다.
주자가 15~6세 때 읽다가 전율을 느꼈다고 회고한 이 『중용』 제20장은 유교 정치사상의 백미를 담고 있다. 공자는 애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문왕과 무왕의 정사가 방책에 펼쳐져 있으니, 그러한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러한 정사가 거행되고, 그러한 사람이 없으면 정사가 종식된다”고 하면서 정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법이나 제도는 정치의 수단이지 본질이 아니며, 그것을 만들고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 몸을 인(仁)하게 하면 훌륭한 군주가 있고 훌륭한 신하가 있어서 정사가 거행되지 않음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용』 제20장에 담긴 유교 정치사상의 요지이다.
하지만 지금 유교 종단 성균관은 성현의 말씀과 정반대의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수장인 최종수 성균관장부터 거짓말과 위법·편법·불법을 대놓고 저지르면서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아랫사람들도 앞을 다투어 막무가내식 언행을 하며 유교 종단, 유림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일례로 어느 언론에서는 노성궐리사 추기석전을 보도하며 “올해 석전대제는 국제평화단체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 글로벌 10지부가 의전과 주차 등을 지원하며 한층 원만하게 치러졌다” “노성궐리사 대표자는 ‘논산 노성궐리사가 HWPL과 함께 한 이유는 세계평화 유지와 종교 간 화합, 평화문화 확산에 뜻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는데 HWPL이 신천지 유관 단체이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아는 바이다.
‘종교자유를 위한 세계 초종교 성직자 평화랠리 조직위원회’라는 단체가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한학자 통일교 총재 무죄 석방 기도회’를 열었다는 소식과 함께 유건과 도포를 착용한 성균관 전례위원이 참석해 “신앙의 자유는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보편적인 권리다. 모든 국가는 이를 침해하는 차별과 부당한 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신앙인들의 양심과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는데 이런 모습은 국민 불신을 부르는 대표적인 악행이다.
지난 7월에 한국민족종교협의회(갱정유도)가 설립한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사장 이권재)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받은 국비로 중앙아시아 3국을 방문해 행사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뜬금없이 성균관유도회총본부가 협력 단체로 표시됐고, 그 단체의 교육원장 등이 동행하여 마치 유교 종단이 여기에 함께하는 것처럼 포장했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이른바 ‘겨레얼 서포터즈’ 기자들이 작성한 블로그 내용 중 ‘겨레얼살리기운동과 향교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민족의 통일과 세계평화 구현’을 목표로 한다. 〇〇향교와 같은 전통 공간은 우리의 정신적 뿌리를 되새기며 미래 세대에 올바른 역사의식을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향후 〇〇향교에서는 전통문화 교육뿐만 아니라 겨레얼 정신을 담은 강연 체험프로그램이 확대된다면 더 많은 국민이 우리 문화의 가치를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썼는데 지역의 유교문화를 대표하는 기관인 향교를 갱정유도의 겨레얼 보급을 위한 전진 기지로 삼기를 원하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유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신천지·통일교·갱정유도 등 일반적인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이런 일들이 다수 발생하는 것은 한국 유교와 유림의 정체성 훼손이 그만큼 극심해지고, 이를 파악하려는 노력이나 시정을 위한 조치들이 전혀 없으며, 유교 종단 사수의 막중한 책임을 진 최종수 성균관장과 성균관 총무처가 여기에 대해 아예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정직한 사람을 기용하여 정직하지 못한 사람들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기용하여 정직한 사람들 위에 놓으면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혼군(昏君) 밑에 간신(奸臣)이 있고, 성군(聖君) 밑에 현신(賢臣)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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