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DL이앤씨 직원의 볼펜형 카메라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4월 10일 입찰 마감 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입찰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 측이 문제를 제기했고, 조합은 절차를 한때 중단한 뒤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후 조합은 DL이앤씨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시공사 선정 절차는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압구정5구역은 1397가구 규모, 사업비 1조5000억원 안팎의 대형 정비사업이다.
법적 책임과 세부 사실관계는 더 가려져야 한다. 실제 촬영이 이뤄졌는지, 어느 범위까지 문제가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이 사안을 단지 “입찰은 계속 간다”는 행정 절차의 문제로만 축소해선 안 된다. 강남구청이 개봉 뒤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입찰 무효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윤리적 정당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살아남는 것과 기업으로서 떳떳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자는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 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경계다. 정비사업 수주전은 설계와 공사비, 기술력과 사업 조건으로 겨뤄야 할 자리다. 그런데 상대 제안서와 현장 공간을 둘러싼 촬영 논란이 벌어졌다면, 그것은 경쟁이 아니라 경계의 붕괴다. 수주 의지가 강하다고 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더 무거운 대목은 이번 일이 단발성 해프닝으로만 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 성남 상대원2구역에서도 DL이앤씨를 둘러싼 현장 통제와 용역 동원 논란이 불거졌다. 조합원 일부와 조합 측은 시공사 교체 총회를 앞두고 공사 현장 점거와 기반시설 공사 방해 의혹을 제기했고, DL이앤씨는 자신들이 적법한 시공사이며 조합원 안전과 현장 보안을 위한 출입 통제·보안 강화 조치를 시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실관계는 더 가려져야 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인상은 분명하다. 압구정에서는 촬영 논란, 상대원에서는 현장 통제 논란이 이어지며 “이 회사는 경쟁과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상대원2구역은 조합장 해임 이후 총회 소집 권한, 시공사 계약 해지, 총회 강행 여부를 둘러싸고 충돌이 격화한 사업장이다. 이런 민감한 국면에서 시공사가 현장 갈등의 한복판에 서고, 조합원 일부가 물리적 압박과 사업 지연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설령 회사 측 설명처럼 안전과 자산 보호를 위한 조치였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조합원과 시장에 불신을 안겼다면 그 또한 기업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일부다.
더 심각한 것은 조 단위 사업장이 걸린 현장에서 이런 논란이 잇따라 불거졌다는 사실 자체다. 한 직원의 돌출 행동이었다, 현장 관리 차원의 대응이었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현장 실무자가 어떤 장비를 들고 어떤 행동을 해도 되는지, 분쟁 국면에서 어디까지가 허용되고 어디부터가 과도한 개입인지조차 분명히 통제하지 못했다면, 그 회사의 내부 윤리와 현장 관리 수준을 의심받는 것이 당연하다. 기업의 품격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위기 순간 드러나는 행동으로 판단된다.
DL이앤씨는 이번 논란을 “불미스러운 일”이나 “오해” 정도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압구정5구역 논란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조합과 시장이 납득할 수준의 설명과 사과를 내놓아야 한다. 상대원2구역 논란에 대해서도 법적 지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왜 불안해하고 왜 반발하는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수주 경쟁에서 이기는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신뢰를 잃지 않는 태도다.
견리사의(見利思義)라고 했다. 이익을 보거든 먼저 의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지금 DL이앤씨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수주 전략이 아니다. 무너진 신뢰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다. 수주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먼저, 기업윤리의 바닥이 어디까지 내려갔는지 돌아보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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