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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노욕으로 인해 초래된 한국 유교의 비극

 

만세종사이신 공자께서는 “군자는 세 가지 경계하는 것이 있으니 어릴 적에는 혈기가 아직 안정치 않아서 경계함이 여색에 있고, 그 장성함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바야흐로 강성하니 경계함이 다툼에 있으며, 그 늙음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이미 쇠약하니 경계함이 얻음에 있다(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고 말씀하셨다(『논어』 「계씨」).

 

혼란이 가중되던 춘추전국시대의 다양한 모습을 접한 공자께서 늙어서의 탐욕을 경계하신 것은 노욕(老慾, 나이 들면서 생기는 욕심)이 노추(老醜, 나이 들며 추하게 됨)가 되기 쉽기 때문이었다.

 

1945년 광복 이후 유교 종단을 조직화하고, 성균관을 복원하는데 앞장섰던 심산 김창숙 초대 성균관장은 초기의 열정과 올바름을 잃어 버리고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며 독재자의 길을 가던 이승만 대통령을 ‘독부(獨夫, 인심을 잃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외로운 남자)’라고 칭하며 사회의 주요 지도자 중에서 거의 최초로 하야를 요구했는데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1875년생이던 이승만 대통령은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구집권을 꿈꾸다가 4·19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이렇듯 어느 집단보다 노욕과 노추를 경계해 온 유교 종단과 유림은 사회의 건강한 어른이자 한국전통문화의 수호자로서 오늘도 젊은이들과 장년층이 주목하지 못하는 부분, 꼭 필요한 데 놓치는 사항들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때로는 오해의 시기를 지나기도 했으나 지금은 존재감에 대한 인식들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부지불식간에 이런 흐름을 역행하는 일들이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1941년생으로 올해 만 85세인 최종수 성균관장은 지난 2023년 제34대 성균관장 선거에 출마하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임하지 않고, 정상화된 성균관을 후진에게 물려 주겠다’고 공언했고, 이러한 진심은 전국 유림에게 다가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균관장으로 선출되는 가장 큰 밑바탕이 되었다.

 

공자의 세 가지 경계 중 ‘급기노(及其老)’에 대한 답을 내놓은 것과 마찬가지였던 당시의 모습은 이전의 성균관장들이 관행적으로 임기를 1년 정도 남긴 시기부터 재선을 준비하며 온갖 불법과 부정을 저질렀던 모습을 봐온 유림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그의 공언이 거짓으로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방조자들을 성균관 조직으로 끌어들인 그는 연임을 위해 ①2023년 5월31일의 2023년 제3차 임시총회, ②2024년 3월28일의 2024년 제1차 임시총회, ③2024년 11월28일의 2024년 정기총회, ④2025년 3월27일의 2025년도 제1차 임시총회를 통해 임기 중 무려 네 번이나 종헌과 제규정을 불법으로 개정하며 선배유림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긴 내용들을 무력화하고, 자신의 재선을 확실하게 보장하기 위한 각종 조치들을 취해 나갔다.

 

대표적으로 이전까지 서면의결서가 존재하지 않았던 중앙종무회의에 ‘서면의결’을 신설했는데 그동안 종헌에서 이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은 100여 명에 불과한 중앙종무회의 재적인원에 대해 서면의결을 인정하는 것은 총회를 대신하여 유교 종단의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중앙종무회의의 위상과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중앙종무위원들의 직접 참석율을 떨어뜨리고, 성균관장을 비롯한 성균관 지도부의 자의적인 진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리에 맞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수 성균관장은 ‘종헌 개정은 중앙종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종헌 규정에 따라 2023년 5월 12일 열린 성균관 제2차 임시중앙종무회의에 ‘중앙종무회의 서면의결서’ 조항을 넣는 종헌 개정안을 상정하였으나 해당 회의는 성원이 되지 않아 아예 성원보고도 하지 않은 채 개최되며 심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이어 열린 2023년도 임시총회 역시 해당 안건을 불법으로 상정했으나 출석대의원 2/3 찬성으로 의결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승인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다.

 

해당 임시총회에서 종헌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자 그는 황당하게도 ‘반대하신 분 외에는 다 찬성하는 것으로 보겠다’며 일방적으로 의결되었음을 선포하고 회의를 종결했다. 정식적인 회의 절차대로 찬반 여부를 묻지도 않고, 의결정족수에 맞는지도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승인받지 않은 종헌 개정안으로 이후의 중앙종무회의와 총회를 개최하였고, 2024년 11월28일 승인받지 않은 종헌 개정안을 근거로 2026년 3월18일 성균관장 선거를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불법적인 과정을 인식했던 뜻있는 유림들은 헌법과 법률, 종헌과 제규정까지 깡끄리 무시하며 강행되는 성균관의 폭거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50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는 ‘지난 2024년 11월 28일 개최된 2024년도 정기총회에서 최종수 성균관장이 57명의 찬성으로 종헌 개정안이 의결되었음을 선포한 것은 출석대의원 2/3의 찬성을 요구하는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종헌 개정안에 의거해 치러진 제35대 성균관장 선거는 무효임을 공식 천명했다.

 

당시 현장 사진을 대조해 보면 해당 총회에는 대의원이 아닌 이들이 대거 참석하고, 의결에도 참여함으로써 57명이 찬성했다는 성균관의 발표도 거짓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미 2025년 3월 27일 개최된 2025년도 제1차 임시총회에 대해서는 ‘임시총회 결의무효 소송’이 제기돼 재판이 진행 중이고,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도 ‘2023년 5월31일의 2023년 제3차 임시총회’와 ‘2024년 3월28일의 2024년 제1차 임시총회’에 대해 ‘결의무효소송’과 고소·고발 등 민·형사적 조치를 통해 준법정신이 투철했던 선배유림의 뒤를 따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애초부터 불법으로 시작됐고, 이후에도 법과 규칙을 제대로 지켜서 진행된 회의가 없었으므로 지난 3월 18일의 제35대 성균관장 선거는 무효 판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사람의 노욕과 편승한 방조자들로 인해 빚어진 지난 수년간의 범죄 행위들과 앞으로 예견되는 혼란한 상황은 한국 유교의 비극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한국 유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려는 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가 앞장서기 시작한 것은 유교 종단 내부의 정화기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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