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았던 '9대 성남시의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학교폭력 피해 학생 지원 조례안이 정확히 소속 정당에 따른 표결로 부결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지원과 미래를 위한 투자에 있어서 정치 논리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시민들 앞에 보여준 사건이다.
해당 조례안은 심의, 처벌과 관계없이 오로지 성남시민인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일상을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성남시의회는 부결을 위한 근거로 “교육감의 권한” 및 “상위법과의 충돌”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또한 “피해 학생”에 대한 정의를 놓고 충돌했을 뿐만 아니라, 조례안 내용과 관계 없는 발의 의원에 대한 정치적 공격까지 등장했다.
우선, 조례안은 교육감의 사무를 침해하지 않으며, 아동, 청소년 등을 포함한 성남시민들의 복지를 위한 조례안은 지자체가 입법할 수 있음을 법제처가 공식 의견제시로 내놓았다. 행정안전부의 자치법규 담당 부서 역시 법제처의 해석을 인용하며 복지 차원의 입법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상위법인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학교폭력 예방뿐 아니라 피해학생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 관련 단체 등 민간이 제안하는 것들을 충분히 입법과 행정으로 녹여내야 한다는 책무도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학교폭력이 <초중등교육법>에 기반한 학교 시스템의 한계 내에서 전부 처리될 수 없고, 사회 공동체 전체가 나서서 함께 협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피해 학생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미 상위법이 그 답을 하고 있다.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피해 학생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에 재학 중이면서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자’를 말한다.
이를 반대한 의원들은 교육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 피해자라고 규정한 아이들만이 피해자이고, 그것이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 어차피 형사사법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하지 않느냐, 피해 학생에 대한 보상은 가해 학생 측이 할 일이라는 식의 발언으로 제도와 현실에 대한 철저한 무지를 드러냈다. 피해 학생이란 결국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아이들’이고, 심의 이전에도 피해, 가해 학생 분리에 관한 용어를 통칭으로 사용하며,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심의를 거치거나 법적 절차를 동반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해당 법에서 규정하는 ‘학생’이 아닌 대안학교, 비인가 국제학교 등 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이나 학교 밖 청소년 등 다양한 아이들이 겪는 폭력을 전부 끌어안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의미를 넓게 포괄하는 것은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며, 정신건강을 위한 심리치료 및 상담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에 특화된 조례안을 만드는 것은 그 어떤 측면으로 보아도 상위법 및 교육감의 사무와 충돌하지 않는다.
성남시는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인 자녀들의 학교폭력 사태로 근조화환 시위와 심의녹취록 국정감사 공개 등 학교폭력에 관한 수치를 견뎌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 대한 지원을 오로지 정치 논리로 거부한 것은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일말의 책임조차 거부한 셈이다. 시민들의 제안으로 시작한 조례안을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이 있었던 시의원이 ‘위선’이라고 표현한 것이야말로 최악의 마무리다. 교육청을 핑계 삼아 조례안을 보완하면 논의하겠다는 의견을 이제 곧 무대에서 퇴장해야 할 의원들이 내놓는 것은 시민에 대한 기만이며, 위선이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입시에서 배제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크게 돈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대한민국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끝까지 피해자의 삶을 응원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 사회가 폭력이라는 문제를 대하는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며, 어떤 논리도 이에 우선하지 않는다. 다음의 성남시의회는 시민이 원하는 혁신을 이해하는 구성원들로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 신혜정(학폭OUT학부모시민모임)
※ 본 칼럼은 외부 필자의 독자 기고이며, 내용은 유교신문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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