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MBK파트너스의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인수 추진에 제동을 걸면서, 전략산업을 둘러싼 경제안보 논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2017년 일본 외환 및 외국무역법 개정 이후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인수 중단 권고가 내려진 첫 사례로 알려졌다. 단순한 기업 인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술 주권과 산업 안보를 둘러싼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마키노는 일본을 대표하는 고성능 공작기계 제조사다. 공작기계는 민간 제조업뿐 아니라 항공·방위산업 부품 가공에도 활용된다. 이른바 ‘이중용도 물자’다. 일본 정부가 마키노 인수를 단순한 민간 거래로 보지 않은 이유다.
MBK의 인수 시도는 자금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핵심은 시대적 대의인 경제안보를 충분히 헤아렸는가에 있다. 전략산업은 가격과 수익률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가 공급망과 방위 기반, 기술 주권이 함께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MBK는 마키노 인수를 추진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모펀드 특유의 외연 확장과 엑시트 중심 사고가 안보 장벽 앞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논어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 했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참된 잘못이라는 뜻이다. 같은 성격의 전략산업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안보 논란이 불거졌다면, 이는 단순한 운용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철학의 문제로 봐야 한다.
유교 경영의 핵심은 ‘견리사의(見利思義)’다.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이 의로운지를 생각하라는 가르침이다. 자본의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방위 기반과 산업 생태계를 흔들 수 있는 거래라면 공동체의 안전과 신뢰를 먼저 살펴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신뢰는 자본보다 무겁다. 논어 안연편은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했다.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뜻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정부와 시장, 시민사회의 신뢰를 잃은 자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이번 일본 정부의 제동은 한 건의 인수 무산을 넘어선다. 방산, 공작기계, 핵심광물, 첨단 제조업 등 전략산업을 더 이상 사익 추구의 대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경고다.
책임 없는 자본에 미래는 없다. 기술 주권과 국가 안보를 존중하는 것은 오늘날 기업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禮)다. MBK는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자신들의 경영 판단이 공동체의 의(義)를 향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익만 좇는 소인(小人)의 길에 머물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정도(正道)를 벗어난 자본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본이 커질수록 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이번 마키노 인수 제동은 그 단순한 이치를 다시 확인시킨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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