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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외풍보다 무서운 것은 ‘준비 없는 구조’다 [유교경영리포트]

중동 전쟁·미국 관세 이중 압박…성장률 하락보다 대외 의존 체질이 더 큰 문제

 

2026년 한국 경제가 중동 전쟁과 미국 관세 인상이라는 이중 충격 앞에 섰다. 겉으로는 유가와 관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더 깊다.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미뤄온 에너지 안보, 수출시장 다변화, 산업 체질 개선의 과제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낮췄다. 정부도 최근 경제 진단에서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을 거두고 하방 위험을 언급했다. 숫자는 조정됐지만, 경고의 무게는 숫자보다 크다. 성장률 1%대는 일시적 둔화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중동 전쟁은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를 직접 건드린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곧바로 유가 상승과 수입 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비가 오르고, 물가는 뛰며,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다. 제조업과 건설업은 원가 부담을 안고 투자를 미룬다. 이것이 외부 충격이 국내 경제 전반으로 번지는 경로다.

 

미국의 관세 장벽도 가볍지 않다. 한국은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도 관세 불확실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동차, 반도체, 화학 등 주력 산업은 미국 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기업의 투자 판단은 늦어진다. 결국 수출 둔화는 생산과 고용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두 위험이 동시에 온다는 점이다. 중동 리스크는 비용을 높이고, 미국 관세는 수출을 막는다. 한쪽에서는 물가가 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성장이 둔화된다.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가 부담이고, 금리를 유지하자니 경기가 걱정이다. 정책 선택지가 좁아지는 국면이다.

 

이 위기를 단순히 외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외풍은 늘 있었다. 다만 버틸 구조가 약했을 뿐이다. 에너지는 특정 지역에 기대고, 수출은 특정 시장과 품목에 집중됐다. 반도체가 버티면 경제가 버티고, 유가가 흔들리면 물가가 흔들리는 구조가 반복돼 왔다.

 

《중용》에는 “무릇 일은 미리 대비하면 서고, 대비하지 않으면 폐한다(凡事豫則立 不豫則廢)”고 했다. 지금 한국 경제가 마주한 상황은 바로 이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준비하지 못한 구조가 먼저 있었다.

 

또 《논어》는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君子務本)”고 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수출액과 성장률이라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떠받치는 근본을 살펴야 한다. 에너지 조달 구조, 산업 경쟁력, 내수 기반, 외교·통상 전략이 모두 경제의 근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만이 아니다. 추경과 물가 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 조달처를 넓히고, 전략 비축 능력을 키우며, 주력 산업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범용 제품 중심의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대체 불가능한 기술 경쟁으로 옮겨가야 한다.

 

수출 구조도 다시 짜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신흥시장과 서비스 산업, 문화·디지털 분야까지 성장 축을 넓혀야 한다. 내수 기반이 약하면 외부 충격이 올 때마다 경제 전체가 흔들린다.

 

정도경영은 기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국가 경제 운영에도 정도가 있다. 눈앞의 수치만 좇는 것은 말단이고, 구조를 바로 세우는 것이 근본이다. 위기를 넘기는 정치가 아니라, 위기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뜻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여러 차례 경고를 받았다. 에너지 위기 때마다 수입 구조를 말했고, 통상 갈등 때마다 시장 다변화를 말했다. 그러나 위기가 지나가면 개혁의 속도도 느려졌다.

 

이번에도 같은 길을 걷는다면 성장률 하락보다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외풍은 멈추지 않는다. 문제는 바람이 아니라, 바람 앞에 서 있는 집의 구조다.

 

2026년 한국 경제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외부 충격을 견디는 임시 방편을 넘어,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경제 구조를 세우는 일이다. 그것이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정도(正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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