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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요순(堯舜)의 치수(治水) 용인에 닿다…46.9㎞ 반도체 생명수 '본궤도'

팔당~용인 국가산단 통합 용수 관로 설계 착수… 명분과 실리 쥔 지자체의 '치수 정치' 결실

 

팔당댐에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으로 이어지는 46.9㎞ 통합용수 관로가 기본·실시설계 단계에 들어갔다. 21세기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치수(治水) 공사’가 도면 위에 오르면서, 용인특례시 처인구 일대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도 주요 동력이 마련됐다.

 

이번 통합 관로 설계 착수는 단순한 토목 공사를 넘어선다. 반도체 산업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국가계획의 신속한 이행을 요구해 온 지자체 노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반도체 팹(Fab)이 제때 가동되기 위해서는 용수와 전력, 교통 등 기반시설의 적기 구축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당시 재임 중인) 이상일 시장은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 공급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용인시는 단순한 협조 요청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 기반시설의 이행 문제를 공론화하며 중앙정부에 적기 구축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했다.

 

요순 시대 우(禹) 임금이 물길을 다스려 백성의 삶을 안정시켰듯, 오늘의 치수는 산업과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국가 과제가 됐다. 팔당댐에서 용인으로 이어질 물길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움직이는 생명수이자, 용인 국가산단의 성패를 가를 핵심 기반이다.

 

◇ 치수(治水) 넘어 치전(治電)으로…‘민본(民本)’ 행정이 성패 가른다

 

물길이 열린다고 반도체 팹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치수의 물꼬를 텄다면 이제는 막대한 에너지를 적기에 공급할 ‘치전(治電)’이 남아 있다. 송전망 구축과 배후도시인 이동지구를 잇는 도로·철도 등 교통망 확충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중앙정부는 이번 용수 관로 설계 착수에서 보여준 실행 속도를 전력망 구축과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적용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은 국가 전략산업을 책임지는 정부의 기본 책무다.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실제 공정과 일정으로 실행력을 입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지역 주민의 수용성이다. 국가 전략산업이라는 대의 아래 지역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요구하던 방식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앞으로 이주 대책과 보상, 생활 인프라 확충 과정에서 지자체는 중앙정부와 주민 사이의 완충 지대가 돼야 한다. 주민의 삶을 보듬는 ‘민본(民本)’ 행정이 필요한 이유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로 불리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제 물길을 넘어 전력, 교통, 주거, 주민 수용성이라는 복합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용수 인프라에서 확인된 지자체의 집요한 실행력이 남은 기반시설 구축과 지역사회 통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용인시민과 산업계의 관심도 여기에 쏠리고 있다.

 

《순자(荀子)》 수신(修身) 편에는 “도수이 불행부지, 사수소 불위불성(道雖邇 不行不至 事雖小 不爲不成)”이라는 말이 있다. 길이 가까워도 걷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일이 작아도 행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 도면 위에 그려진 물길을 현실의 생명수로 바꾸는 일만 남았다. 중앙정부의 약속 이행과 지자체의 실무적 결단이 함께할 때,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비로소 산업의 기반 위에 설 수 있다. 용인시민은 그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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