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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산업 회생절차, ‘기업 정상화’인가 ‘자산 유출 수습’인가 [유교경영리포트]

전 경영진 횡령·배임 의혹 수사 확대…관리인 “600억 원대 자산 유출 추정, 회복 절차 진행 중”

 

국내 중견 가설재 임대업체 서보산업을 둘러싼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및 자산 유출 의혹이 회생절차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 회생절차가 기업 정상화를 위한 제도인지, 아니면 이미 빠져나간 자산을 회복하기 위한 사후 수습 절차인지가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서보산업은 시스템 거푸집과 가설재 임대 분야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다. 2002년 법인 전환 이후 건축·토목공사 현장에 사용되는 알루미늄폼, 서포트 등 주요 자재를 공급해 왔다. 기술연구소와 다수 특허를 보유했고,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500억 원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회사 자산의 흐름이다. 전 대표이사 이모 씨는 회삿돈을 가지급금 명목으로 빼돌려 가족 명의 토지 매입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금액은 166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청주시 장성동과 풍정리 일대 토지를 가족 명의로 취득한 뒤, 회계상 ‘건설 중인 자산’으로 처리해 회사 자산처럼 보이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당 토지는 이후 고가에 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매각 차익의 귀속과 세금 처리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 외부 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가공세금계산서가 발행됐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자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자산 이전 의혹도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친동생이 운영하는 A건설에 회사 자산을 넘기거나 담보 성격의 권리를 설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장 부지에 A건설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 가등기가 설정됐고, 알루미늄 서포트 등 주요 자산이 외부로 이전됐다는 주장이다.

 

후임 대표들의 자산 반출 의혹도 별도로 제기됐다. 전 대표 김모 씨는 거래처 판매대금 일부를 서보산업 계좌가 아닌 자신이 운영하는 B업체 계좌로 입금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양도담보로 제공된 알루미늄폼 1,000여 톤이 심야 시간대 화물차를 통해 외부 업체로 반출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전 대표 김모 씨 역시 담보물 환가 절차와 관련한 의혹에 이름이 오르고 있다. 원자재 기준 140억 원 상당으로 평가되는 알루미늄폼이 정상적인 평가와 처분 절차 없이 외부로 넘어갔다는 내용이다. 고철 시세 기준으로는 20억 원대 규모로 거론된다.

 

사안의 무게는 회생절차와 맞물리며 더 커지고 있다. 서보산업은 지난해부터 회생신청과 취하를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자산 유출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법원은 제3자 관리인을 파견했다.

 

회생절차 관련 관리인 김 모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현재 2월 5일 개시 결정이 나서 채권자 신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경영진은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관리인은 전 경영진의 자산 유출 의혹에 대해서도 “자산 유출에 대해서는 거의 파악을 했고 법원에 보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충북경찰청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5년도에 회생을 신청했다가 취하하는 방법으로 자산 유출이 있었고, 그 자산 유출을 회복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자산 유출은 600억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상황도 회생절차의 중요한 변수다. 김 관리인은 “구사주들의 경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350억 원 횡령·배임 혐의가 송치된 것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김낙준 씨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관련 혐의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전 경영진 측의 반론과 수사기관의 최종 판단, 검찰 처분, 법원 판단을 통해 사실관계가 가려져야 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경영 비리 의혹에 그치지 않는다. 회생절차가 기업을 살리는 제도인지, 부실 경영진의 책임을 덮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 사건이다. 법정관리는 채무자에게 시간을 주는 제도이지만, 그 전제는 투명한 자산 공개와 성실한 회생 의지다.

 

유교 경영의 관점에서 기업의 자산과 회계는 숫자가 아니라 신의(信義)의 지표다. 상도(常道)를 어긴 이익 추구는 단기적으로 현금을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거래처와 금융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회생절차도 단순한 채무 조정의 기술이 아니다. 기업이 다시 거래사회 안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 검증받는 신용 회복의 도덕적 시험대다.

 

서보산업 회생절차가 시험받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빠져나간 자산이 회복되지 않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채무만 조정된다면 회생은 정상화가 아니라 손실의 전가가 될 수 있다. 기업의 계속가치는 장부상 자산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납품업체, 금융기관, 근로자, 채권자가 다시 믿을 수 있어야 비로소 회생의 명분이 선다.

 

공자는 “그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전·현 경영진의 횡령·배임 의혹이 오가는 기업에서 회생절차는 숫자가 아니라 리더십의 윤리를 다시 세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법원이 제3자 관리인을 파견한 조치는, 유교식 표현으로 하면 어그러진 윗사람의 도를 제도로 보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현재 가장 큰 피해는 채권자와 근로자에게 향하고 있다. 하청업체와 직원들에게 지급돼야 할 기성금과 임금이 체불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대로 거론된다. 100여 명의 상거래 채권자와 하청업체가 회생절차의 향방을 지켜보는 이유다.

 

김 관리인은 향후 회생 가능성에 대해 “회생절차에는 인가 전 M&A도 있고, 절차를 진행하면서 일부 채무 탕감을 받는 방법도 있다”며 “법원은 이를 진행하기 위해 제3자 관리인으로 저를 파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핵심은 유출 자산의 회복이다. 회생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회사 밖으로 빠져나간 자산을 되돌리고, 담보권자와 상거래 채권자, 근로자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회생법원과 수사기관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서보산업 사태는 기업 경영에서 이익이 의로움을 앞설 때 어떤 파국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맹자는 “어찌 하필 이익을 말하느냐, 오직 인의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기업회생이라는 공적 제도 역시 사익의 방패가 아니라 책임 회복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회생절차의 목적은 부실의 은폐가 아니다. 채권자 피해를 줄이고, 기업의 계속가치를 살리며, 책임 있는 경영 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다. 서보산업 사건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법원이 회생절차를 통해 무엇을 살릴 것인지, 수사기관이 유출 자산과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규명할 것인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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