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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벼랑 끝의 자가당착(自家撞着), 통일교의 비겁한 '배교(背敎)'를 꾸짖다 [기자수첩]

 

공자(孔子)의 가르침 중 가장 으뜸이 되는 정치 철학은 정명(正名), 즉 "이름과 실재가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릇 종교라면 그 교리와 행위가 일치해야 하며, 스스로 내세운 진리 앞에 당당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 보여준 작태는 이름과 실체가 철저히 어긋난 양두구육(羊頭狗肉)이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들의 뿌리마저 부인하는 비겁한 '배교(背敎)'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7일, 통일교는 '정치적 중립 및 선거 관련 준법 지침'을 발표하며 모든 정치적 활동으로부터 거리를 두겠다고 천명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에 나온 조치다. 현재 한학자 총재가 구속 수감되어 재판을 받는 풍전등화의 위기 속에서, 사법적 칼날을 피하고 '어머니'를 구명하기 위한 얄팍한 꼬리 자르기임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 스스로의 경전을 부정하는 코미디

 

통일교의 정치 불개입 선언은 그들의 핵심 경전인 『원리강론』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들의 교리는 분명히 '지상천국(地上天國)' 건설을 창조 목적이자 구원섭리의 최종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재림주가 지상에서 만왕의 왕으로 군림하는 신정정치(神政政治)야말로 그들이 수십 년간 좇아온 이상향이 아니었던가.

 

멀리 갈 것도 없다. 2003년 천주평화통일가정당, 2008년 평화통일가정당을 직접 창당하며 국회 진입을 노골적으로 시도했던 역사가 생생하다. 무엇보다 한학자 총재 본인이 2019년 일본 나고야 집회에서 "정치와 종교는 하나 되어야 한다"며 정교일치를 부르짖지 않았던가. 수십 년간 일본 자민당과 '기브 앤 테이크'식 선거 유착을 벌이다 결국 1,040억 엔의 자산 청산과 해산 명령이라는 철퇴를 맞은 것도 모자라, 이제 와서 "우리는 헌법의 정교분리를 준수해 왔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을 기만하는 짓이다.

 

◇ 신념을 헌신짝처럼 버린 지도부의 '견리망의(見利忘義)'

 

유교에서는 이로움을 앞세워 의로움을 저버리는 것을 견리망의(見利忘義)라 하여 군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덕목으로 삼았다. 종교 지도자라면 탄압과 위기 속에서도 자신의 교리와 신념을 지키는 순교자의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진정 '지상천국'이 하늘의 뜻이라 믿는다면 법정에서 당당히 그 교리적 정당성을 설파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 통일교 지도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사법적 단죄라는 '화(禍)'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뼈대인 교리마저 부정해 버리는 치졸한 행태다. 이는 평생을 바쳐 헌금하고 헌신해 온 신도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며, 스스로를 사이비(似而非)로 전락시키는 영적 자살 행위다.

 

◇ 침묵 뒤에 숨은 자들의 말로

 

본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통일교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일러 잘못이라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고 했다. 진실 앞에 당당하지 못한 자들이 굳게 닫힌 문 뒤에 숨어 내놓는 '정치 불개입 선언'을 어느 국민이 믿어주겠는가.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를 잃으면 조직은 존립할 수 없다. 통일교는 알맹이 없는 거짓 선언으로 위기를 덮으려 할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온 정교유착의 민낯을 솔직히 인정하고 법과 역사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 자신의 신념마저 형틀 앞에서 꺾어버리는 나약한 배교자들에게 허락될 지상천국은, 적어도 이 땅 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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