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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달러 분배' 성과 내세운 MBK 서한…도의(道義) 잃은 자본의 '엄이도종(掩耳盜鐘)' [유교경영 리포트]

1164억 전자단기사채 관련 혐의 등 당국 칼날 여전…출자자 수익 챙기기에 치중하며 '상생' 외면 지적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최근 국내외 출자자(LP)들에게 보낸 연례서한을 두고 시장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촉발된 사법 리스크와 금융당국의 제재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임에도, 연례서한은 회생의 불가피성과 투자 회수 성과를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묻는 시대적 요구 앞에, 자본의 수익성만을 앞세우는 일각의 행태는 우리 전통의 상도의(商道義)와 경영 철학에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 사법 리스크 여전한데…'엄이도종(掩耳盜鐘)' 지적 피하려면

 

현재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를 둘러싼 당국의 조사와 수사는 진행형이다. 금융감독원은 2023년 검사를 통해 홈플러스 인수 및 운영 과정의 부당거래 정황을 포착했고,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병주 회장 등 핵심 경영진을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트랙)를 통해 검찰에 이첩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 인지하고도 1164억 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사기적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혐의로 올해 초 김 회장 등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비록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었으나, 이는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일 뿐 수사 계속 여부 및 최종 위법성 판단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한에서 홈플러스 회생 신청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며 현재까지 위법행위가 확정된 것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LP들에게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사법적 최종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홈플러스 사태가 불러온 거대한 사회적 파장과 도의적 책임까지 부인하려는 태도는, 고사 '엄이도종(掩耳盜鐘·귀를 막고 방울을 훔치는 자)'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17억 달러 분배 이면의 눈물…상생(相生)의 도리 잃은 자본

 

더욱 뼈아픈 대목은 서한에 담긴 배당 성과다. IB 업계 보도에 따르면, MBK는 연례서한에서 지난해 투자 회수를 통해 LP들에게 약 17억 달러(10억 달러대)에 달하는 분배 성과를 기록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고통 분담을 외면한 '돈잔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본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목적이다. 그러나 논어(論語) 이인(里仁)편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막대한 펀드 분배금 이면에는 무리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으로 인해 고용 불안에 떠는 수많은 노동자, 그리고 생존 벼랑 끝에 내몰린 지역 납품업체들의 눈물이 서려 있다는 것이 노조와 상인단체 등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업 윤리의 관점에서 볼 때, 수만 명의 생계가 얽힌 기업 생태계의 희생을 수반한 결과를 단지 '성공적인 투자 수치'로만 포장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김 회장이 서한에서 언급했다는 '아시아적 사회적 책임'이 출자자들의 이익 극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 공정위·정치권의 경고, 德(덕) 잃은 기업은 영속할 수 없다

 

정치권과 규제 당국 역시 이러한 사모펀드 운용 관행을 '탐욕적 자본의 병폐'로 지적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 경제에서 누린 수익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위법행위에 대한 엄정 제재를 시사했고, 국회에서는 무분별한 엑시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맹자(孟子)는 '위아래가 교대로 이익만을 좇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上下交征利, 而國危矣)'고 경고했다. 기업 경영 역시 마찬가지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의 무결점만을 내세우며 도의적 책임을 방기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결국 시장의 신뢰를 잃고 대중의 지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일부 사모펀드들의 엑시트 지상주의가 도마 위에 오르는 지금, 진정한 경영의 요체는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이롭게 하는 애인휼민(愛人恤民)에 있음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도덕과 의를 상실한 채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이익의 탑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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