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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이불개(過而不改)의 SK렌터카… '보험 변경 누락 논란'이 묻는 책임경영 [유교경영리포트]

법인 고객 보험 연령 변경 요청 4개월간 미반영 의혹… “이메일 뒤 유선 연락 필요” 해명에도 고지·관리 책임 쟁점

 

SK렌터카가 법인 고객의 보험 연령 변경 요청을 사고 발생 전까지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기업의 고객 관리 체계와 책임경영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민원 처리 지연을 넘어선다. 법인 차량의 보험 조건은 사고 발생 시 보상 범위와 직결된다. 고객사가 정상적인 절차로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는지, 렌터카 업체가 이를 어떻게 접수·확인·반영했는지, 또 미반영 사실을 고객에게 알렸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제보자 측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4월 27일 오전 9시 30분께 발생했다. 회사 소속 기사 직원이 운전하던 렌터카 차량이 접촉사고를 냈고, 보험 접수 과정에서 해당 차량의 보험 연령 조건이 실제 운전자와 맞지 않는 상태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보자 측은 앞서 지난해 12월 3일 신규 운전직원 입사에 맞춰 기존 ‘26세 이상’으로 설정된 보험 연령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신청서를 작성해 SK렌터카 대표 이메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약 4개월 전 이미 변경 요청을 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후 처리 과정이다. 제보자 측은 해당 요청이 사고 당일까지 시스템에 반영되지 않았고, 보완 요청이나 반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고 이후 정상적인 보험 적용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SK렌터카 측 입장은 다르다. 회사 측은 보험 연령 변경을 위해서는 신청서를 대표 이메일로 발송한 뒤 유선 연락을 해야 한다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이메일 계정은 신청서와 민원, 증빙 등 여러 문의가 접수되는 통합 창구이며, 법인 고객의 경우 별도 접수 절차와 담당 부서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K렌터카는 제보자 측이 과거 두 차례 보험 연령 변경 신청 경험을 갖고 있어 해당 프로세스를 알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는 입장도 냈다. 다만 회사 측은 고객 요청이 최종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고객 접수 채널과 안내 절차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단일 창구 접수 때도 요청이 누락되지 않도록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쟁점은 여기서 갈린다. SK렌터카가 주장하는 ‘이메일 발송 후 유선 연락’ 절차가 계약서, 신청 양식, 안내문, 자동 회신 등에서 고객에게 명확히 고지됐는지 여부다. 제보자 측은 계약서상 해당 연락처나 ‘유선 연락 필수’ 문구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인 장기렌트 계약에서 렌터카 업체는 단순 차량 제공자를 넘어 보험 조건과 사고 처리 절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법인 차량은 운전자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다. 운전자 연령 조건이 제때 반영되지 않으면 사고 발생 시 회사와 운전자 개인에게 손해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전화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만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고객이 공식 창구로 보낸 신청서가 접수 이후 어떻게 추적되고, 누가 확인하며, 미비 사항이 있을 경우 어떤 방식으로 통보되는가에 있다.

 

《논어》 위령공편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는 말이 있다.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참된 잘못이라는 뜻이다. 기업 경영에서 이 말은 단순한 도덕 훈계가 아니다.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조직은 같은 위험을 반복한다는 경고다.

 

유교 경영의 핵심은 신의(信義)다. 거래는 문서와 규정으로만 성립하지 않는다. 고객이 기업의 시스템을 믿고 맡길 수 있어야 지속된다. 대표 이메일이라는 공식 창구로 신청서를 받았다면, 그다음 책임은 고객의 기억이나 관행이 아니라 기업의 절차와 시스템 안에서 관리돼야 한다.

 

현대 경영의 언어로 보더라도 이는 ESG와 CSR의 문제다. ESG는 보고서에 적는 구호가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안에 책임을 내재화하는 일이다. 고객 접수, 변경 처리, 결과 통보, 미비사항 안내 같은 기본 절차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현장에서 무너진다.

 

특히 “과거에도 해봤으니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고객의 과거 경험이 기업의 고지 의무를 대신할 수는 없다. 보험 변경처럼 사고 리스크와 직결되는 사안일수록 기업은 절차를 더 분명하게 안내하고, 처리 결과를 추적 가능하게 남겨야 한다.

 

이번 논란은 SK렌터카 한 곳의 민원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법인 렌터카 시장 전반에 남아 있는 이메일·전화·담당자 확인 중심의 수기 관행을 돌아보게 한다. 고객이 신청한 내용이 처리됐는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조라면, 그 시스템은 이미 신뢰의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SK렌터카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고객 절차 미이행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고객 접수 채널, 보험 변경 처리 기준, 결과 통보 방식, 법인 고객 안내 체계를 공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피해 고객에 대한 지원 방안도 책임 있게 제시해야 한다.

 

유상(儒商)의 도리는 이익 앞에서 신뢰를 잃지 않는 데 있다. 기업이 고객의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세울 때 비로소 상도(商道)가 선다. 이번 보험 변경 누락 논란은 SK렌터카가 스스로의 시스템을 고칠 것인지, 아니면 내부 절차라는 울타리 뒤에 머물 것인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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