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항해에 나섰던 네덜란드 국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해 현재까지 8명이 감염되고 3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외 감염병 사고에 그치지 않는다. 감염병이 특정 지역이나 계절에 머물지 않고, 이동과 여행을 통해 언제든 생활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당 선박은 지난 4월 초 아르헨티나를 출발한 뒤 남극 항해에 나섰다. 이후 승객 가운데 감염 의심 사례가 확인됐고, 70세 네덜란드 남성이 발병 닷새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네덜란드 국적 부부와 독일인 승객도 목숨을 잃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이러스의 유형이다. 이번 감염이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안데스 변종’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설치류의 소변, 대변, 타액이 마른 뒤 먼지 형태로 흡입되면서 감염된다. 반면 안데스 변종은 제한적이지만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액이나 비말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과거 아르헨티나에서는 한 생일 모임을 계기로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해 다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사례가 있다. 이번 크루즈 감염 사례가 국제 보건당국에 긴장감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위험도는 현재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국내 공중보건학적 위험도는 낮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주로 확인되는 한탄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 사례가 없고, 치명률도 안데스 변종보다 낮다는 판단이다.
다만 안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제주도에서 한타바이러스가 현지화돼 감염을 일으킨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육지에서 유입된 감염으로만 보던 시각을 넘어, 지역별 감염 지형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한타바이러스는 한국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1976년 이호왕 박사가 경기도 동두천 한탄강 유역의 등줄쥐에서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하면서 ‘한탄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유사 바이러스군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한타바이러스’가 쓰이게 됐다.
문제는 감염 초기 증상이 감기나 몸살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이 먼저 나타나고, 이후 신장 기능 저하나 폐부종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방의 핵심은 설치류 배설물과 먼지를 피하는 데 있다. 창고, 풀숲, 야산, 농가 주변 등 쥐가 서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직접 눕거나 옷을 벗어두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야외 활동 뒤에는 옷을 세탁하고 샤워하는 생활수칙이 필요하다.
감염병 대응은 위기 때만 작동하는 체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평상시 감시망과 현장 대응력이 더 중요하다. 변종 유입 가능성, 국내 설치류 감염 분포, 지역별 토착화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논어에는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다(人無遠慮 必有近憂)”고 했다. 감염병도 다르지 않다. 먼 곳의 비극을 남의 일로만 보면 가까운 위험을 놓치기 쉽다.
남극 크루즈의 집단 감염과 국내 토착화 가능성은 방역의 기본을 다시 묻고 있다. 작은 조짐을 가볍게 보지 않는 태도, 위험을 낮게 보되 감시는 높게 유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일상은 그런 세심한 대비 위에서 지켜질 수 있다.
■ 한타바이러스 예방 수칙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의 배설물과 오염된 먼지를 통해 감염된다. 야외 활동 때는 풀밭에 직접 앉거나 눕지 말아야 한다. 창고나 헛간을 청소할 때는 먼저 환기하고,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쥐 배설물이 보이면 빗자루로 쓸어 먼지를 일으키기보다 소독 후 젖은 천으로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갑작스러운 고열, 오한, 두통, 근육통이 나타나고 최근 야외 활동이나 설치류 접촉 가능성이 있었다면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초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신장과 폐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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