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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안 무산, 민심보다 정파가 앞섰다 [정치이소]

6·3 지방선거 D-25, 소통 없는 정치가 부른 ‘정출다문’의 국정

 

6·3 지방선거를 25일 앞둔 정치권의 핵심 쟁점은 단순한 여야 판세가 아니다. 39년 만의 헌정 체제 개편 논의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사실상 선거 이후로 밀리면서, 이번 정국은 ‘누가 이기느냐’보다 ‘왜 합의하지 못했느냐’를 묻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다.

 

헌법 개정은 한 정당의 선거 전략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큰 틀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대통령 권한, 국회 책임, 지방분권, 기본권 확대 등은 여야가 이해득실을 넘어 국민 앞에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충분한 공론화와 타협의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헌법안 무산은 제도 개혁의 좌절이자 정치 소통의 실패로 남게 됐다.

 

이번 주 정치판을 관통하는 사자성어는 ‘정출다문(政出多門)’이다. 정사가 여러 문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권한은 나뉘었으나 책임은 모호하고, 말은 많으나 결론은 없는 정치의 난맥상을 가리킨다. 지금의 개헌 정국이 그렇다. 대통령실, 여야 지도부, 국회, 사법 이슈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합의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여야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각 유리한 프레임을 앞세우고 있다. 여당은 높은 국정 지지율과 민생 행보를 내세우며 지방 권력 확대를 노린다. 야권은 물가, 부동산, 사법 논란을 앞세워 정권 견제론을 부각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더 실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헌법을 고치겠다는 정치가 왜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는가. 권력구조를 바꾸겠다는 정치가 왜 자기 권한을 내려놓는 데는 인색했는가.

 

선거 판세도 단순한 ‘압승론’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초기에는 여당 우세 전망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등 일부 지역에서 접전 흐름이 부각되고 있다. 여당에는 민생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야권에는 대안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권 지지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생활 민심, 지역 인물 경쟁력, 보수 결집 여부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사법 이슈도 정국의 또 다른 불씨다. 대통령 관련 재판과 헌법 84조 해석 논란은 ‘국정 안정’과 ‘법 앞의 평등’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여기에 검찰 수사 과정의 회유 의혹 등 사법 신뢰 문제까지 겹치며, 검찰권과 법치의 균형도 선거 국면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정국의 본질은 사법 공방 자체에 있지 않다. 핵심은 정치가 제도를 다룰 능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개헌은 헌법 조문 몇 개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국가가 어디로 갈 것인지, 권력은 어떻게 절제될 것인지, 지방은 어떻게 자율성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약속이다. 그 약속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소통이다.

 

공자는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명(正名)의 뜻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회는 국회답게, 정당은 정당답게 자기 이름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개헌을 말하면서도 정작 국민 앞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면, 이는 이름과 실상이 어긋난 정치다.

 

이번 지방선거는 여야의 승패를 넘어 헌정 운영 능력을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사면초가의 선거전, 풍전등화의 민심, 가정맹어호의 사법 논란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지만, 정치권이 끝내 새겨야 할 말은 ‘민귀군경(民貴君輕)’이다. 백성이 귀하고 권력은 가볍다. 헌법도, 선거도, 사법도 결국 국민의 삶을 두텁게 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

 

헌법안 무산은 끝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다시 출발해야 할 지점이다. 선거 이후 개헌 논의가 재개된다면, 먼저 필요한 것은 조문 경쟁이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반대편을 설득하며, 권력의 몫을 줄이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

 

유교신문은 이번 6·3 지방선거를 정파의 승패가 아니라 국정의 바름을 묻는 계기로 바라본다. 정치는 표를 얻는 기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민심을 두려워하고, 제도를 존중하며,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덕치의 과정이어야 한다. 정론직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 정치이소(政治異少)


‘정치이소’는 유교신문이 정치권의 주요 흐름을 다른 시각에서 짚어보는 정치 해설 코너명이다. ‘정치권의 남다른 소식’이라는 뜻을 담았다. 단순한 정쟁 전달을 넘어, 정치 현안의 이면과 민심의 흐름, 국가 운영의 본질을 정론직필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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