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오비섬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에서 주목받는 지역이다. 이곳에는 니켈 제련 시설이 들어서 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와 2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핵심 광물이다. 겉으로 보면 친환경 산업과 연결된 사업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오비섬 니켈 제련 사업은 막대한 전기를 필요로 한다. 이 전기를 어디서 가져오느냐가 논란의 핵심이다. 국제 환경단체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해당 제련 시설은 일반 전력망이 아니라 제련 단지를 위해 지어진 전용 석탄발전 전기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지적돼 왔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이름은 ‘니켈 제련소’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간다. 그래서 친환경 산업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니켈을 만들기 위해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겉은 배터리 소재지만, 속은 석탄발전에 기대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하나은행 논란이 시작된다.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이 이 오비섬 니켈 제련 사업 관련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나은행은 “석탄발전소에 직접 돈을 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주선한 것이 아니라 여러 은행이 함께 참여한 대출에 일부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의 설명은 반영돼야 한다. 사실관계는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유교신문에 보내온 회신에 따르면, 2022년 싱가포르개발은행(DBS), UOB 등이 함께한 5억3000만 달러 규모 신디론에서 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의 참여 금액은 1500만 달러였다. 해당 건은 전액 상환됐다고 했다.
이후 2024년 같은 차관에 대한 5억 달러 리파이낸싱 목적 신디론에 3000만 달러를 다시 참여했고, 현재 잔액은 2550만 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2021년 탈석탄 선언 이후 석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출을 취급한 사실이 없다”고도 했다.
여기까지가 하나은행의 반박이다. ‘주선’과 ‘참여’는 다르다. 전체 5억3000만 달러 대출 규모와 하나은행의 1500만 달러 참여분도 구분해야 한다. 석탄발전소를 짓는 돈을 직접 댄 것인지, 니켈 제련소 대출에 일부 참여한 것인지도 구별해야 한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다.
석탄발전소에 직접 돈을 댄 것은 아니더라도, 석탄발전 전기로 돌아가는 사업에 돈을 댄 것은 맞는가. 이 질문이다.
여기서 쟁점은 ‘직접 대출’과 ‘간접 지원’의 차이다. 하나은행 말처럼 돈이 석탄발전소 건설비로 바로 들어간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니켈 제련소가 석탄발전 전기에 의존해 운영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제련소에 돈을 빌려준 것이 결과적으로 석탄발전 기반 사업을 가능하게 한 금융 지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이를 ‘우회 석탄 금융’으로 보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석탄발전소라는 이름표가 붙은 사업에는 돈을 대지 않았지만, 석탄발전 없이는 돌아가기 어려운 사업에 돈을 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문제는 하나금융그룹이 2021년 탈석탄 선언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 하나금융은 국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ESG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선언 이후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이 석탄발전 전기에 기대는 니켈 제련 사업 대출에 참여했다면, 소비자와 시민사회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석탄발전소 직접 대출만 아니면 괜찮은 것인가. 석탄발전 전기를 전제로 움직이는 사업은 탈석탄 기준 밖인가. 하나금융의 탈석탄 선언은 어디까지 적용되는가.
하나은행은 “석탄 화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체에 대출하지 않는 것은 타 금융사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 설명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기업이 쓰는 전기의 출처를 은행이 일일이 따져 대출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오비섬 사례는 일반적인 전력 사용과 다르다. 일반 공장이 국가 전력망에서 전기를 쓰는 것과, 특정 제련 단지가 전용 석탄발전 전기에 기대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전자는 넓은 전력 구조의 문제지만, 후자는 사업 자체가 석탄발전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하나은행은 전환금융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고탄소 업종이 탄소를 줄일 수 있도록 금융이 도와야 한다는 취지다. 이 역시 원칙적으로는 가능한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고탄소 산업을 하루아침에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환금융이라면 조건이 있어야 한다. 돈을 빌려간 기업이 언제까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탄소를 줄일 것인지 분명해야 한다. 은행도 그 약속을 대출 조건과 연결해야 한다. 그런 기준 없이 “고탄소 기업에 돈을 빌려줬지만 전환금융”이라고만 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기후·환경단체와 K팝 팬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나은행은 K팝 스타를 앞세워 젊고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석탄발전과 연결된 사업에 돈이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고의 이미지와 실제 돈의 흐름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공자는 사람의 말을 들었으면 반드시 그 행동을 보라고 했다. 청기언이관기행(聽其言而觀其行)이다.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회사의 ESG도 다르지 않다. 탈석탄 선언은 말이고, 자금 집행은 행동이다.
하나은행이 이번에 수치와 입장을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2022년 참여 금액은 1500만 달러였고 이미 상환됐다고 했다. 2024년에는 3000만 달러를 참여했고 현재 잔액은 2550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주선이 아니라 단순 참여”라는 점도 밝혔다.
그럼에도 핵심 질문은 남는다. 하나금융그룹은 석탄발전 전기로 돌아가는 사업에 어디까지 돈을 빌려줄 수 있는지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석탄발전소 직접 대출만 금지하면 되는 것인지, 석탄발전에 크게 기대는 사업도 제한할 것인지 선을 그어야 한다.
“석탄 PF는 아니다”라는 설명은 필요한 반박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금융의 신뢰는 말로 쌓이지 않는다. 돈이 어디로 갔는지, 어떤 기준으로 빌려줬는지, 앞으로 어떤 사업에는 돈을 대지 않을 것인지로 증명된다.
선언은 한 줄이면 가능하다.
신의는 돈의 흐름과 기준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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