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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이한우 대표의 “버틸 수 있다”…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나? [기자수첩]

철근 빠진 GTX-A 삼성역 기둥에 ‘전문가 판단’ 앞세운 현대건설…시민은 삼풍을 떠올렸다

 

“사람도 장기 일부 빠져도 살 수는 있지?”

 

GTX-A 삼성역 공사 현장의 철근 누락 논란을 접한 한 시민의 댓글이다. 풍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분노가 함께 담겨 있다.

 

문제의 발언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부사장이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내놓은 답변에서 나왔다. 이 대표는 철근 일부가 빠졌더라도 “지하 3·4층 하중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시민들이 묻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철근이 빠진 구조물이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은 누가, 어떤 책임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GTX-A 삼성역 공사에서는 지하 구조물 기둥 80본 가운데 50본에서 설계와 다른 철근 누락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의 6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한 시공 오차로 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다. 수도권 핵심 교통망의 지하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공공 안전과 직결된다.

 

그런데도 현대건설은 즉시 공사를 전면 중단하지 않았다. 외부 전문가 의견을 받았고, 서울시와 협의했으며,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국가철도공단이나 국토교통부까지 보고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도 했다.

 

이 대목은 가볍지 않다. 발주처와 일부 관계기관 협의만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GTX-A 삼성역은 민간 건축물이 아니라 시민 다수가 이용할 국가 기반시설이다. 중대 결함 가능성이 확인됐다면 보고 체계는 더 엄격했어야 했다. “몰랐다”거나 “생각하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이 아니라 관리 체계의 허점을 드러내는 말에 가깝다.

 

설계 기준이란 무엇인가. 최소한의 형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의 마지노선이다. 설계도는 공사 현장의 참고 문서가 아니라 시민 안전을 담보하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무너졌는데, 시공사가 스스로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시민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공자(孔子)는 “과이불개(過而不改), 시위과의(是謂過矣)”라고 했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허물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 철근이 빠진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그 이후의 판단과 보고, 대응 과정은 더 큰 책임을 묻고 있다.

 

현대건설 측은 전문가 판단을 강조한다. 다만 시민들이 듣고 싶은 말은 “버틸 수 있다”가 아니다. “왜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았는가”, “왜 즉시 상급기관에 보고되지 않았는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어떤 제도적 조치를 하겠는가”다.

 

시민 댓글에는 “그럴 거면 설계도가 왜 있는 거냐”는 지적도 있었다. 단순하지만 핵심을 찌른 말이다. 설계 기준을 어긴 뒤 사후적으로 안전성을 따지는 방식은 공공 안전의 순서를 뒤집는 일이다. 안전은 결과적으로 무너지지 않았다고 면책되는 영역이 아니다. 위험을 방치하지 않는 과정 자체가 책임이다.

 

이번 사태가 더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한국 사회가 이미 대형 붕괴 사고의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삼풍’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는 “괜찮을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준 비극이었다.

 

물론 GTX-A 삼성역 사안을 삼풍 참사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같은 이름을 떠올렸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고다. 구조 안전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맹자(孟子)는 “군자유종신지우(君子有終身之憂), 무일조지환(無一朝之患)”이라 했다. 군자는 평생 경계하는 근심을 품되, 하루아침의 환란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가 기반시설을 짓는 기업이라면 바로 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공정률과 비용, 일정은 중요하다. 그러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

 

 

현대건설은 국내 대표 건설사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과 윤리 기준을 요구받는다. “버틸 수 있다”는 말은 기술적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공공의 언어로는 부족하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버티는 구조물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구조물이다.

 

사상누각(沙上樓閣)이라는 말이 있다.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은 아무리 높아도 무너진다. 설계 기준을 어기고, 보고 체계를 건너뛰고, 자체 판단으로 공사를 이어간 구조라면 그것은 물리적 구조물 이전에 신뢰의 기반부터 흔들린 것이다.

 

이번 사태는 철근 몇 가닥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 인프라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 보고 체계의 엄정성, 감독기관의 역할, 그리고 시민 안전을 바라보는 기준의 문제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누락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보강 공법의 적정성도 독립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현대건설의 자체 판단만으로 시민 불안을 해소할 수는 없다.

 

시민의 댓글 한 줄이 전문가 보고서보다 더 정확하게 본질을 짚었다. “설계도가 왜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현대건설은 답해야 한다. 이한우 대표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는가. 그리고 그 자신감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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