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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원 과일세트가 법정으로 간 이유…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마주한 ‘불균’의 무게 [법정문답]

지노위·중노위 “계약직 제외는 차별” 판단…영업이익 2조 기업의 복리후생·ESG 책임 공방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기간제 근로자에게 명절 선물을 지급하지 않은 사안을 두고 노동당국의 차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겉으로 보이는 쟁점은 10만 원 상당의 과일세트다. 다만 이 사건의 본질은 액수가 아니라 구조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사람을 고용형태로 갈라 복리후생에서 배제한 ‘차별’의 문제다.

 

논어 계씨편에는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이라는 말이 있다. 적음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의 무게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10만 원이 적었는가가 아니다. 누구에게는 주고, 누구에게는 주지 않은 불균의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정규직과 파견직 근로자에게 10만 원 상당의 과일세트를 지급했다. 기간제 계약직 일부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 판단했다. 명절 선물은 업무 난이도나 책임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금품이라기보다, 구성원에게 공통으로 제공되는 복리후생적 혜택이라는 취지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사측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해당 사안의 법리적 쟁점에 대해 사법부의 명확한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가 내세우는 논리는 두 갈래다. 하나는 정규직 엔지니어와 단기 계약직 샘플러 사이에 업무 유사성이 낮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근로계약 체결 당시 처우 조건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사측은 논란이 된 근로자들에게 명절 선물을 이미 지급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이 해명이 설득력을 충분히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회사가 업무 차이를 말하려면, 왜 파견직에게는 같은 명절 선물이 지급됐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파견직 역시 정규직과 고용형태가 다르다. 업무 내용도 반드시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파견직은 지급 대상에 포함됐고, 기간제만 제외됐다면 기준은 업무 차이라기보다 고용형태였다는 의문이 생긴다.

 

이 대목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정규직과 기간제의 업무가 얼마나 같은지를 따지기 전에, 명절 선물이 애초에 업무 성과나 책임에 따라 지급되는 성격인지부터 봐야 한다. 명절 선물이 구성원의 노고를 격려하고 소속감을 확인하는 복리후생이라면, “업무가 다르다”는 방어는 출발점부터 약하다. 같은 공간에서 일한 사람에게 명절 선물 하나를 두고 선을 그은 기준이 무엇이었는지가 더 본질적인 질문이다.

 

그럼에도 소송을 이어가는 이유는 과일세트 자체보다 향후 파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 판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명절 선물뿐 아니라 다른 복리후생 항목으로 차별 시정 요구가 번질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개별 사건보다 인사·노무 관리 전반의 선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계산이 정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영업이익 2조 원대 기업이 10만 원 상당의 명절 선물을 두고 기간제 근로자와 법정 다툼을 이어가는 장면은 결코 가볍지 않다. 법리 확인이라는 명분 뒤에 기업이 지켜야 할 기본적 형평의 감각이 밀려난 것은 아닌지 묻게 된다.

 

법적 핵심은 ‘동종 또는 유사 업무’ 여부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같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2012년 3월 29일 선고한 2011두2132 판결[차별시정재심판정취소]'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 판단 기준을 비교적 폭넓게 봤다. 업무의 범위나 책임·권한에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주된 업무 내용에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판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세운 ‘업무 차이’ 논리를 따져볼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직함이나 세부 역할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시정의 비교 대상에서 곧바로 제외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쟁점은 명절 선물의 성격이다. 명절 과일세트가 성과급이나 직무수당처럼 업무 성과·책임에 따라 달리 지급될 수 있는 금품인지, 아니면 모든 구성원에게 공통 제공되는 복리후생인지가 관건이다. 노동위원회는 후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명절 선물이 복리후생이라면 고용형태만을 이유로 기간제 근로자를 제외하기 어렵다. 복리후생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다. 기업이 구성원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일상적인 지표다. 정규직에게는 소속감을 주고, 파견직에게도 배려를 하면서, 기간제에게만 선을 긋는 방식은 조직 내부에 명확한 위계를 각인시킨다.

 

근로계약상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 차별금지 규정은 강행규정 성격을 갖는다. 계약서에 특정 처우가 명시돼 있더라도 그 내용이 법이 금지한 차별에 해당한다면 합의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노동관계에서 계약은 형식일 수 있지만, 차별금지는 법의 기준이다.

 

이번 행정소송이 제기됐다고 해서 노동당국의 시정명령 효력이 곧바로 멈추는 것도 아니다. 행정소송법상 처분 취소소송 제기는 원칙적으로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는다. 별도의 집행정지 결정이 없는 한 노동위원회의 차별 시정명령은 유지된다.

 

이번 사건은 금액보다 상징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말하고, 지속가능경영을 강조해 온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명절 과일세트 10만 원을 둘러싸고 기간제 근로자와 법정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가 됐다.

 

큰 이익을 내는 기업이 작은 배려의 문제에서 인색했다는 역설이 사건의 파장을 키우고 있다. 10만 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금액일 수 있다. 다만 그 10만 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는 “나는 같은 구성원이 아니었나”라는 질문으로 남는다.

 

논어 요왈편에는 “혜이불비(惠而不費)”라는 표현이 나온다. 베풀되 낭비가 아니라는 뜻이다. 명절 선물은 기업 재정을 흔드는 지출이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한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소속감을 확인해 주는 신호다. 2조 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작은 복리후생을 아끼는 방식이 오히려 더 큰 신뢰 비용을 부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ESG 경영의 진정성 문제가 제기된다. ESG는 환경과 지배구조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 인권, 차별금지, 공정한 처우 역시 사회적 책임의 핵심 영역이다. 기업이 대외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말하면서 내부 노동 현장에서는 고용형태별 복리후생 차이를 고수한다면, 그 ESG는 보고서의 문장에 머물 뿐이다.

 

더구나 이번 사안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 회사와 노조는 임금·단체협약, 쟁의행위, 고소전 등을 놓고 충돌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간제 근로자 차별 판정 불복 소송은 별개의 노무 사건을 넘어 노사 신뢰 전반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노동계는 이를 복리후생 차별을 제도적으로 다투는 사건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법리적 불확실성을 정리하기 위한 절차라고 방어할 수 있다. 다만 법적 설명과 사회적 설득은 같은 말이 아니다. 기업이 소송에서 다투는 명분이 곧 여론의 이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노동위원회 판단을 유지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내 복리후생 제도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사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업무 유사성 판단 기준과 복리후생 차등의 허용 범위가 다시 쟁점화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이번 소송은 대기업의 비정규직 처우 기준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교 경영의 핵심은 사람을 비용 항목으로만 보지 않는 데 있다. 이익을 보거든 의로움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기업 경영에서 비용 절감과 법적 방어만 앞세우면 당장의 손실은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구성원이 느끼는 박탈감과 조직 신뢰의 균열은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이번 사안은 10만 원 과일세트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대우하는가의 문제다. 정규직, 파견직, 기간제라는 이름이 달라도 노동의 존엄은 달라질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법정에서 다투려는 것은 차별 판정의 법리일 수 있다. 다만 사회가 묻는 질문은 더 간단하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명절 선물 하나에도 공정의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 기업의 ESG는 어디에서 증명되는가.

 

공자는 적음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못함을 걱정하라 했다. 이 사건의 본질도 그렇다. 10만 원은 작다. 다만 불균은 작지 않다. 법원은 법리를 판단할 것이다. 시장과 노동자는 태도를 볼 것이다. 기업의 정도는 판결문 밖에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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