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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켐생명과학 DAC 개발, ‘동물실험 없는 신약개발’ 과제 던졌다 [유교경영리포트]

FDA·EU, 인체 기반 대체시험법 전환 속도…생명윤리와 환자 안전 사이 균형 필요

 

엔지켐생명과학이 차세대 정밀항암 플랫폼인 DAC 개발에 나선 가운데, 신약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존을 줄이고 인체 기반 대체시험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항암 신약 기술 경쟁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학이 다른 생명의 희생 위에 서 있어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이다. 과학기술은 이제 이 질문에 대해 새로운 답을 요구받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 2일 관계사 타깃링크테라퓨틱스와 차세대 DAC 항암 플랫폼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DAC는 Degrader-Antibody Conjugate의 약자로, 항체를 이용해 암세포를 찾아가고 결합된 분해 약물이 질병 관련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번 협력은 타깃링크테라퓨틱스가 보유한 CDH17 항체 플랫폼과 엔지켐생명과학의 EZH2 PROTAC 기반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결합하는 구조다. 회사 측은 위암과 대장암 등 소화기암 영역에서 정밀항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술은 기존 항체-약물 접합체인 ADC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형태로 평가된다. 세포독성 약물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세포 내부의 특정 단백질을 분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줄이고 암세포 선택성을 높이는 것이 개발 방향이다.

 

다만 본지가 주목하는 지점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놓인 시대적 배경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규제 당국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의존을 줄이고, 인공지능과 오가노이드, 인체 유래 세포, 장기칩, 컴퓨터 모델링 등 인체 기반 대체시험법 활용을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FDA는 단클론항체 등 일부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요건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사람에게 더 적합한 평가 방법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동물모델이 사람의 약물 반응을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유럽에서도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 분야에서는 동물실험 대체와 감축, 개선을 목표로 한 로드맵 마련이 추진되고 있다. 의약품 분야에서도 NAM 활용을 확대하려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동물실험 축소 논의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생명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적 요구다. 다른 하나는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의 몸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한계다.

 

실험실과 동물모델에서 효과를 보인 약물이 임상 단계에서 실패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종 차이, 면역반응 차이, 대사 차이 때문이다. 이른바 사람과 동물 사이의 간극은 신약개발의 비용과 시간을 키우고, 환자에게 돌아갈 치료 기회를 늦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인체 유래 세포와 오가노이드, 장기칩, AI 예측 모델을 활용한 대체시험법은 단순한 윤리 운동이 아니라 정밀의학의 기반 기술로 평가된다.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약효와 독성을 예측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엔지켐생명과학의 DAC 개발도 이런 변화 속에서 읽을 수 있다. 암세포 표적성과 단백질분해 기술을 결합하는 정밀항암 플랫폼은 비임상 평가에서도 더 정교한 검증 체계를 요구한다. 기존 동물모델만으로는 표적 발현, 약물 전달, 단백질 분해 효과, 정상 조직 영향 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동물실험을 당장 모두 없애기는 어렵다. 대체시험법이 실제 규제 심사에서 널리 인정받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검증이 필요하다. 실험실마다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평가 기준을 세우고,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신뢰성도 확보해야 한다.

 

생명윤리의 이름으로 검증을 건너뛰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사람을 살리는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환자의 안전이다.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일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일은 함께 가야 할 과제다.

 

맹자는 “군자는 푸줏간을 멀리한다(君子遠庖廚)”고 했다. 죽어가는 짐승의 소리와 모습을 차마 견디지 못하는 마음을 말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관한 물음이다.

 

또 맹자는 “백성을 어질게 대하고 만물을 아낀다(仁民而愛物)”고 했다. 사람을 살리는 의학이 만물을 아끼는 마음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현대 과학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동물실험 없는 신약개발은 아직 완성된 현실이 아니다. 다만 그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과학은 더 정확해야 하고, 윤리는 더 깊어야 한다. 엔지켐생명과학의 DAC 개발을 둘러싼 관심도 결국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정밀항암 기술의 발전은 암세포를 더 정확히 겨냥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어떤 생명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까지 포함한다. 생명을 살리는 기술이 생명을 아끼는 마음 위에 설 때, 의학의 진보는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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