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가치는 무엇으로 증명되는가. 선진 사회에서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은 화려한 마천루나 행정구역의 크기가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며,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이 엄격한 기준 앞에서, 인구 110만을 넘어 150만 광역시를 바라본다는 용인특례시의 현주소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재정자립도가 높고 유명 관광지가 많아 외견상 살기 좋은 도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십 년 동안 기본적인 체육·복지 인프라조차 누리지 못한 채 소외되어 온 3만7000여 명의 장애 시민들과 그 가족들의 피눈물이 고여 있다.
용인시의 장애출현율은 약 3.5%로 전국 평균 5.1%보다 낮다. 장애인이 적으니 살기 좋은 도시일까. 반대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마음 놓고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없는 환경, 즉 ‘살기 척박한 도시’임을 방증하는 지표일 뿐이다.
현재 용인시에는 장애인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체육시설이나 장애인 친화적 수영 인프라가 부족한 수준을 넘어 ‘전무’한 실정이다. 장애인에게 체육 활동은 단순한 여가나 취미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건강 유지이자 재활이며,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중요한 통로다. 이러한 최소한의 공공복지를 실현하고자 수십 년을 외친 끝에 마주한 희망이 바로 ‘반다비 체육관’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용인시의회는 이 실낱같은 희망을 냉혹하게 짓밟았다. 의원들이 내세운 반대 명분은 접근성, 주차장 문제, 주변의 다른 수영장 존재 여부 등이었다. 하지만 대안 없는 반대는 그저 발목잡기에 불과하다. 시설의 규모나 주차 문제는 논의를 통해 보완하면 될 사안이지, 사업 자체를 중단시킬 본질적 이유가 될 수 없다.
미르스타디움보다 접근성이 더 좋은 곳이 있거나, 장애인 당사자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수영장이 있다면 제시하기 바란다.
더욱이 사업 지연은 고스란히 시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현시점에서 결정을 미루는 것은 행정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미래의 예산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다. 결국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꼴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이 중차대한 민생 사업이 ‘정치적 셈법’에 의해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시의회의 태도는 깊은 좌절감을 안긴다. 의회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당리당략을 따지는 정치 이해집단을 위해 존재하는가.
민선 9기 의회가 저지른 정치적 결정의 과오를, 이제 막 출발하는 민선 10기 의회로 떠넘기려는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다. 3만7000여 장애인의 염원을 외면한 책임을 왜 다음 기수의 초선의원들에게 전가하려 하는가. 혹여나 접근성도 떨어지는 산골짜기 언덕 위에 쪼그라든 반다비 체육관을 던져주며 생색내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책임 미루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자신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민선 9기 용인시의회,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소수 약자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지 말고, 원포인트 의회를 열어서라도 반다비 체육관 건립 예산을 승인 처리하는 것이 결자해지의 자세다.
용인이 진정으로 ‘살기 좋은 도시’이자 존엄한 특례시로 거듭나기 원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사회적 약자들의 오랜 숙원에 응답해야 한다. 시민들은 시의회의 무능과 독선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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