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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서 회수된 아이시스, 한국선 ‘적합’…먹는샘물 기준 사각지대 논란 [유교경영리포트]

장구균 직접 항목 없는 국내 기준…'분원성 연쇄상구균' 검사 실효성·검사 빈도 도마

 

홍콩에서 장구균 검출로 회수 명령을 받은 롯데칠성음료 생수 제품이 국내 기준으로는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먹는샘물 관리 기준의 사각지대가 도마에 올랐다.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8.0’ 일부 제품은 지난 5월, 홍콩 식품안전센터(CFS) 검사에서 장구균 검출로 판매 중단과 회수 조치를 받았다. 회사 측은 한국과 홍콩의 수질 검사 기준 차이를 이유로 들었다. 다만 같은 제품을 두고 국내와 홍콩의 판단이 엇갈렸다는 점에서, 국내 먹는샘물 검사 체계가 국제 기준 변화와 소비자 안전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쟁점은 장구균 검사 항목이다. 현행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상 먹는샘물의 미생물 기준에는 일반세균, 총대장균군, 분원성 연쇄상구균, 녹농균, 살모넬라, 쉬겔라, 아황산환원혐기성포자형성균 등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분원성 연쇄상구균, 녹농균, 살모넬라, 쉬겔라 등은 250㎖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문제는 이번 홍콩 조치의 직접 원인이 된 장구균이 국내 기준에 별도 항목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기준의 ‘분원성 연쇄상구균’은 국제 수질 지표에서 장구균과 겹치는 균군으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기존 ‘faecal streptococci’ 개념을 ‘intestinal enterococci’로 대체해 설명해 왔다. 따라서 “국내에는 관련 기준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논점은 더 분명하다. 국내에도 유사 지표균인 분원성 연쇄상구균 불검출 기준이 있는데, 동일 제품은 국내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고 홍콩에서는 장구균 검출로 회수됐다. 이는 장구균을 직접 겨냥한 국내 검사 항목의 부재, 검사 방법의 차이, 검사 빈도와 표본 관리의 실효성 문제를 함께 드러낸다.

 

먹는샘물 전항목 검사는 관할 시·군·구청장이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는 구조다. 일부 미생물 항목은 매 분기 1회 이상 점검하지만, 모든 제품과 전 유통 물량을 상시 확인하는 방식은 아니다. 정기 표본검사 체계에 가깝다. 반면 홍콩은 천연 생수에서 장구균을 허용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해 미량 검출도 회수 조치로 연결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의 해명도 이 지점을 비춘다. 회사 측은 본지 질의에 '홍콩 유통 제품이 국내 공인기관과 자체 검사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되지 않았고, 장구균은 「먹는물관리법」상 국내 병원성 미생물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자체적으로 약 180개 항목을 검사하고, 암반대수층 지하수를 다단계 여과한다고 밝혔다.

 

회사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문제는 개별 제품의 국내 기준 적합 여부를 넘어선다. 국내 기준과 검사 체계가 장구균을 별도 위험 지표로 포착하고 있는지, 분원성 연쇄상구균 검사가 장구균 위험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지, 해외에서 회수된 동일 제품에 대해 국내 소비자에게 어떤 수준의 정보가 제공돼야 하는지가 핵심이다.

 

관리 체계도 살펴봐야 한다. 샘물 개발과 먹는샘물 제조업 허가는 시·도지사가 맡고, 수질기준 고시와 검사기관 지정은 환경 당국이 담당한다. 현장 지도·점검은 지자체와 환경 당국이 나눠 수행한다. 사고 발생 시 보고 체계 역시 시·군·구청장, 시·도지사, 중앙부처로 이어진다. 기준, 허가, 검사, 점검이 여러 기관에 나뉘어 있는 구조다.

 

이 같은 분산 관리 체계는 평상시 행정 효율을 위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해외에서 식품안전 문제가 제기된 경우에는 대응 속도와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다. 특히 먹는샘물은 유통 범위가 넓고 소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사후 확인보다 선제적 공개와 기준 정비가 중요하다.

 

홍콩 식품안전센터는 장구균이 건강한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위험이 낮을 수 있으나, 면역저하자에게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는 영유아, 고령층, 환자 등 취약계층도 일상적으로 마시는 제품이다. 미량 검출 여부를 단순한 수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사안은 롯데칠성음료 한 기업의 해명만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국내 기준에 따른 적합 판정이 있었다면, 규제 당국은 그 기준이 현재의 국제 수질 관리 흐름과 충분히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장구균을 별도 항목으로 포함할 필요가 있는지, 분원성 연쇄상구균 검사가 장구균 관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는지, 전항목 연 1회 검사 체계가 먹는샘물 시장 규모와 소비자 기대에 맞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물은 생명과 직결된다. 먹는물 기준은 기업의 사후 해명보다 앞서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말은 식품안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해외에서 걸러진 위험이 국내에서는 기준 차이로 설명되는 구조라면, 소비자가 묻는 것은 하나다? 우리 기준은 충분히 촘촘한가?

 

본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관계 당국에 장구균 별도 항목 미포함 사유, 분원성 연쇄상구균 검사와 장구균 검사의 관계, 검사 빈도 상향 및 기준 개정 검토 여부를 추가 취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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