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민 건강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6월 초 이미 전국 온열질환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어서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부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철 기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는 평년보다 늘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호우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6월 8일 기준 전국 온열질환자는 2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5명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경기도도 45명으로 전년 동기 17명보다 약 2.6배 증가했다.
폭염은 이제 일시적 이상기후가 아니라 반복되는 생활위험이 됐다. 지난해 전국 폭염일수는 29.7일, 열대야 일수는 16.4일이었다. 과거 10년 평균 9일 수준이던 폭염일수는 최근 10년 평균 17.4일로 늘었다. 여름 더위에 대한 대응도 개인 건강관리와 공동체 돌봄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가장 기본은 ‘물·그늘·휴식’이다. 갈증을 느끼기 전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술과 카페인 음료는 탈수를 부추길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야외활동과 농작업을 가급적 줄여야 한다. 외출이 불가피할 경우 양산과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통풍이 잘되는 밝은색 옷을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통, 어지럼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그늘이나 냉방 공간으로 옮겨야 한다. 다만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열대야가 이어질 때는 수면 관리가 중요하다.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잠을 깊게 자기 어렵고, 수면 부족은 다음 날 온열질환 위험을 높인다. 잠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고, 에어컨은 26도 안팎으로 설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선풍기는 몸에 직접 쐬기보다 벽이나 천장을 향하게 해 공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이 좋다. 늦은 밤 과식과 음주, 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냉방이 어려운 가구는 가까운 무더위쉼터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무더위쉼터는 주민센터, 경로당, 복지관 등에 지정돼 있으며 행정안전부 ‘안전디딤돌’ 앱과 시군 홈페이지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는 올여름 무더위쉼터 연장 운영을 확보하고, 열대야주의보가 5개 시군 이상 발효될 경우 열대야 전담조직을 가동하기로 했다. 홀몸 어르신, 만성질환자, 야외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규식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올해는 이른 무더위와 열대야로 온열질환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폭염 취약계층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31개 시군과 함께 폭염 대응체계를 촘촘히 운영하고, 무더위쉼터와 야외노동자 안전관리 등 현장 중심 대책을 강화해 여름철 인명피해 예방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도 조상들은 여름을 견디는 생활의 지혜를 갖고 있었다.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바람과 물, 그늘을 활용해 더위를 다스렸다.
옷차림부터 달랐다. 바람이 잘 통하는 모시와 삼베옷을 입고, 적삼 안에는 등나무 줄기로 엮은 등등거리를 받쳤다. 옷이 살에 달라붙지 않게 해 몸의 열을 식히는 방식이었다. 잠자리에는 대나무로 엮은 죽부인을 안고 누워 바람길을 만들었다. 한옥의 대청마루는 앞뒤가 트여 맞바람이 지나는 천연 냉방 공간이었다.
음식에는 이열치열의 지혜가 담겼다. 초복·중복·말복에는 삼계탕 같은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에 지친 몸을 보했다. 땀을 내고 속을 데우는 방식으로 기운을 회복하는 ‘복달임’ 풍습이다.
조선 왕실은 한겨울 한강의 얼음을 동빙고와 서빙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여름에 사용했다. 복날에는 관원들에게 얼음을 탈 수 있는 빙표를 나눠주기도 했다. 오늘날의 냉방 복지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국가가 더위를 공적 관리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선비들의 피서법은 몸의 더위와 마음의 번잡함을 함께 다스리는 데 있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탁족은 발의 열을 식히는 동시에 마음을 씻는 수양의 방식이었다. 음력 6월 보름 유두절에는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머리를 감아 더위와 액운을 흘려보냈다.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고, 동지에는 달력을 선물하는 하선동력의 풍습도 있었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라는 뜻을 이웃과 나눈 것이다. 더위 대비가 개인의 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오늘에도 되새길 만하다.
옛사람들은 더위를 마음으로도 다스렸다. ‘마음이 고요하면 절로 시원하다’는 심정자연량의 가르침은 단순한 관념이 아니다. 폭염 속 짜증과 조급함은 몸의 피로를 더 키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활 리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피서법이다.
다만 올여름은 폭염뿐 아니라 집중호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반지하주택 거주자는 침수 시 대피 경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호우특보가 내려지면 지하차도, 하천변 산책로, 둔치 주차장 진입을 피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폭우 때는 차량 이동보다 안전한 장소 대피가 우선이다.
무더위는 모두에게 오지만, 그 무게는 같지 않다. 냉방기기가 없는 가구, 거동이 불편한 노인,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폭염은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이다.
공자는 “늙은이를 편안하게 하고(老者安之) 어린이를 품어주라”고 했다. 올여름 필요한 피서법은 에어컨 온도를 낮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옆집 어르신의 안부를 묻고, 야외노동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하며, 취약계층이 무더위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살피는 일이다.
조상의 피서법은 단지 옛 풍속이 아니다. 더위를 함께 견디는 공동체의 지혜다. 폭염의 시대일수록 물과 그늘, 휴식의 기본을 지키고, 이웃을 살피는 마음을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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