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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레미콘운송노조, 수도권 건설현장 공급 차질 우려 속 전면 파업 장기화

잠정합의안 조합원 68.3% 반대로 부결…운반비 재협상 난항

 

수도권 레미콘 운송료 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동자 전면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10일 2026년 수도권 운송료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68.3%로 합의안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가 공고한 투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재적 조합원 7,517명 가운데 7,22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은 96.1%다. 이 가운데 반대는 4,931명, 찬성은 2,213명으로 집계됐다. 무효·기권은 78명이었다.

 

가결 기준은 투표 참여 조합원 과반 찬성이었지만, 찬성률이 30.6%에 그치면서 잠정합의안은 최종 부결됐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합의안 거부를 넘어 수도권 레미콘 운송 현장의 불만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조합원 대부분이 투표에 참여했고, 그중 3분의 2 이상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노조는 “지방보다 못한 운반비에 수도권 조합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며 “이번 투표 결과는 실질적 운반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현장의 경고”라고 밝혔다.

 

쟁점은 운반비 현실화다. 노사는 투표 전날 실무교섭에서 회당 운송비 4,200원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원 다수는 이 인상 폭이 물가 상승, 차량 유지비, 유류비 부담, 물량 감소에 따른 수입 불안정성을 반영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수도권이 전국 레미콘 물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운반비 구조는 지방보다 불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설경기 침체로 운송 횟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회당 단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생계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파업은 계속된다. 노조는 임영택 위원장 명의의 공고를 통해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사측과 후속 협상을 속개할 것”이라며 “현재 쟁의행위는 협상이 최종 타결될 때까지 계속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원들에게 “운송료 투쟁이 승리할 때까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투쟁 대오에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수도권 레미콘 파업은 지난 8일 오전 8시부터 시작됐다. 노조 측은 수도권 소속 조합원 약 8,000명과 레미콘 믹서트럭 1만 1,000대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도권 전체 레미콘 믹서트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수도권 건설현장의 공정 차질도 불가피하다. 레미콘은 장시간 보관이 어려운 특성상 현장 공급망이 멈추면 골조 공사와 타설 일정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산업시설 공사도 레미콘 수급 상황에 민감한 현장으로 꼽힌다.

 

사측인 레미콘 제조업계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와 물량 감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운반비 추가 인상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비조합원 용차와 자체 차량을 동원해 긴급 물량 위주로 대응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공장 가동과 공급 안정성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도 협상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운송노동자 지위와 통합교섭 방식에 대한 노사 간 인식 차이가 여전히 남아 있어 재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갈등은 특수고용 형태로 일해 온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노동법상 지위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노조 측은 올해 2월 서울행정법원이 레미콘 운송사업자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이후, 3월 노조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아 통합교섭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제조업계는 레미콘 운송 구조가 지역별 물량, 거리, 공장 여건에 따라 차이가 크다며 통합교섭 방식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결을 단순한 운송료 인상 협상 실패로만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레미콘 운송은 건설현장의 핵심 공급망이지만, 운송노동자들은 물량 감소와 비용 증가를 동시에 떠안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운송 단가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파업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결국 건설현장과 발주처, 입주 예정자에게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레미콘은 대체재가 거의 없고 장기 보관도 어려워 운송망이 멈추면 현장 공정이 즉시 영향을 받는다”며 “노사 모두 비용 부담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갈등 구조가 반복되면 수도권 주요 공사의 일정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 분야 전문가들도 특수고용 형태의 운송노동자에 대한 교섭 구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레미콘 운송사업자의 법적 지위, 교섭 단위, 운반비 산정 기준이 정리되지 않으면 매년 같은 갈등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인상 폭 하나에만 있지 않다. 수도권 레미콘 공급망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운송노동자의 생계 기반과 제조업계의 비용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 것인지가 본질이다. 정부와 업계가 단기 물량 대응에 머물지 않고, 운반비 산정 기준과 교섭 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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