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 전 대표 A씨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뒤 같은 회사 팀장급 운용인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제재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쟁점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다. 대표에서 팀장으로 직함은 바뀌었지만,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업무에 다시 관여하고 있다면 제재의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문제다. 금융투자업의 근간인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제재내용 공개안에 따르면 타이거자산운용투자일임은 2025년 1월 23일 기관 과태료 1억 원의 제재를 받았다. 임직원 제재로는 직무정지 3개월과 과태료 400만 원 1명, 문책경고와 과태료 1,450만 원 1명, 문책경고와 과태료 250만 원 1명, 주의 1명이 포함됐다.
제재 사유는 임직원의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 집합투자규약을 위반한 집합투자재산 운용, 성과보수형 투자일임계약서 필수 기재사항 누락,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 위반 등이다.
가장 무거운 대목은 직무관련 정보 이용 금지 위반이다. 금감원 공개안에 따르면 당시 대표이사 A씨는 회사가 운용하는 40개 펀드와 2개 벤처투자조합의 특정 기업 투자 사실, 내부 검토자료 등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적시됐다.
A씨는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던 2021년 12월 본인과 회사 임직원, 지인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 개인투자조합을 설립했다. 이후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특정 기업 5곳의 주식·채권 등을 조합 명의로 총 41억3,000만 원어치 매수한 사실이 금감원 공개안에 담겼다.
개인 명의 투자도 함께 적발됐다. 금감원은 A씨가 회사 운용 펀드와 회사 고유계정의 특정 기업 투자 사실, 내부 검토자료 등 비공개 정보를 이용해 본인 명의 계좌로 같은 종목을 매매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본인이 담당 운용역인 22개 펀드에서 특정 기업 보통주를 매수한 날, 같은 종목을 본인 계좌로 매수한 사례가 포함됐다. 2018년 9월에는 회사 고유계정과 같은 날 동일 조건으로 특정 기업 전환사채 30억 원어치를 본인 명의로 매수한 사실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자기 이익을 위해 직무 관련 정보를 이용한 행위로 판단했다. 고객 재산 운용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가 사적 투자에 활용됐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업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사안으로 볼 수 있다.
임직원 자기매매 제한 위반도 함께 드러났다. 대표이사, 감사, 사내이사 등이 복수 계좌를 이용해 자기 계산으로 상장주식 등을 매매하거나, 매매명세를 회사에 통지하지 않은 사실이 제재내용 공개안에 포함됐다.
회사 차원의 운용·계약 관리 문제도 확인됐다. 5개 펀드는 집합투자규약상 벤처투자비율을 일정 기준 이상 유지해야 했지만, 평균 비율이 최소 기준인 50%에 미달했다. 성과보수형 투자일임계약 195건, 계약금액 1,078억 원 규모에서는 투자위험 경고문구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은 제재 이후 A씨의 근무 형태로 옮겨갔다. 여러 배체 보도를 종합하면, A씨는 직무정지 3개월 제재 이후 대표 임기 만료와 함께 물러났음에도 현재 같은 회사에서 팀장급 운용인력으로 근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난해 말까지 임원이었고, 재취업 당시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를 단순한 일반 직원 근무로만 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중징계를 받은 임원의 금융회사 임원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한다. 다만 일반 직원 신분의 근무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과거 법령해석 회신문에서 직책명이나 계약 형식보다 실제 업무집행 관여 여부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회신문은 문책경고를 받은 임원이 같은 금융회사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한 사안과 관련해, 실제 금융회사 업무를 집행하고 있다면 업무집행책임자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안과 사실관계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직함보다 실질을 봐야 한다는 판단 기준은 이번 논란에도 시사점을 준다.
타이거자산운용 측은 언론에 “다른 회사도 중징계 받은 임원이 직원으로 강등돼 근무한 사례가 있다”며 “현재 경영을 하지 않고 운용만 하기 때문에 규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명시적 규정의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법에 없는 제한을 행정기관이 임의로 넓히면 또 다른 권리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규정상 직원 근무가 금지돼 있지 않다면, 이를 곧바로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부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한 제재 이력이 있는 인물이 다시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회사 임원 취업제한 제도는 직함만 제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건전성과 투자자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은 명불부실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름이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직함은 팀장이지만, 전직 대표이자 재취업 당시 최대주주였고, 고객 자금 운용 업무에 다시 관여하고 있다면 그 이름과 실질 사이에는 간극이 생긴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는 직급표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실제 권한, 영향력, 업무 관여 범위, 고객 자금 접근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제재를 받은 인물이 직급만 바꿔 같은 회사에서 유사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재가 실제로 무엇을 제한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논어 위정편에는 “법과 형벌로만 다스리면 백성은 빠져나가려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취지의 말이 있다. 이른바 면이무치다. 법조문상 빈틈만 피하면 된다는 태도는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신뢰의 기준과 거리가 멀다.
금융은 법 이전에 신뢰의 산업이다. 자산운용은 그중에서도 고객의 믿음을 직접 운용하는 업이다. 고객은 회사의 간판만 보고 돈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다루는 사람의 절제와 윤리를 함께 믿고 맡긴다.
금융당국과 입법부도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살펴야 한다. 현행 규정이 임원 취업제한에 머물러 일반 직원 신분의 업무 복귀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제재 사각지대는 반복될 수 있다.
제재 이력자의 금융투자업계 채용과 업무배치 기준, 고객 자금 운용 업무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부정보 이용, 사익 추구, 고객자산 관련 제재를 받은 인물에 대해서는 직급보다 업무 접근 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무신불립,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타이거자산운용 논란은 한 회사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금융투자업계가 고객 신뢰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묻는 사건이다.
법망을 피해 이름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형식의 문을 닫고 실질의 책임을 세우는 일, 그것이 이번 사안이 금융당국과 업계에 던지는 과제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