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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키던 마음의 기둥을 만나다"…강갑회 사진전 '장승-마음 기둥' 진주 루시다갤러리

6월 20일~7월 4일까지…전국 장승 46점 흑백사진 선보여
민속신앙과 공동체 정신의 기록...현대인에게 묻는 '삶을 지탱하는 가치'

 

마을 어귀를 묵묵히 지키던 장승들이 진주 남강을 찾았다.

 

마을 어귀에 서서 사람을 맞고 보내던 장승은 단순한 민속 조형물이 아니다. 오랜 세월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고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안을 품어온 정신적 지주였다. 진주 남강변에서 열리는 강갑회 사진작가의 초대전 「장승-마음 기둥」은 바로 그 잊혀진 공동체의 기억과 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진주 루시다갤러리는 오는 6월 20일부터 7월 4일까지 강갑회 작가 초대전 「장승-마음 기둥」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촬영한 흑백사진 46점이 공개되며, 사진 86점을 수록한 동명의 사진집도 함께 출간된다.

 

 

1954년 울산 울주군에서 태어난 강 작가는 동아대학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해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 30여 년간 교사와 교감, 교장으로 재직했다. 정년퇴임 이후에는 유교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유림 문화와 전통문화 현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사진 작업은 언제나 사람과 공동체를 향해 있었다. 「命」, 「터」, 「鄕儒」, 「건너 본 적 없는 바다」에 이어 이번 「장승-마음 기둥」 역시 사라져 가는 삶의 흔적과 정신문화를 기록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에 있다.

 

강 작가는 2021년부터 5년 동안 남한산성 일대의 중부권, 계룡산과 속리산 주변의 충청권, 무등산과 지리산을 품은 호남권, 그리고 남해안과 서해안의 어촌 마을을 찾아다니며 장승을 기록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같은 장소를 다시 찾으며 장승과 시간을 함께 담아냈다.

 

전시장에 걸린 장승들은 하나같이 투박하다. 퉁방울눈, 주먹코, 삐뚤어진 수염, 울퉁불퉁한 몸체와 거칠게 풍화된 표면은 현대적 기준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작가는 바로 그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의 진솔한 삶과 공동체의 정신을 발견한다.

 

작가는 "불완전성이 장승 미학"이라고 말한다. 균형과 조화보다 어긋남과 미완성 속에 살아온 민초들의 애환과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승은 우리 민족의 오랜 공동체 문화가 응축된 상징이다. 마을 입구에 세워져 질병과 재난을 막고, 사람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제를 올리고 정성을 모으던 장승은 공동체 의식과 상생의 문화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인간이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도리가 생기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에서 공동체가 유지된다. 장승은 바로 그러한 관계의 질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작가의 작업노트에는 "장승을 만나러 갈 때 막걸리 한 병을 가져간다. 먼저 장승에게 인사하고 막걸리 한 잔을 올리며 서로 안부를 묻는다"고 구절이 있다. 작가는 장승을 촬영 대상이 아닌 대화의 상대로 대하고 있다. 장승 또한 사진가를 바라본다. 그 시선의 교차 속에서 인간과 자연, 과거와 현재,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가 다시 연결된다.

 

특히 작가의 "사는 것은 제자리에서, 제때 자기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온 장승의 모습은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자세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요로운 물질문명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깊은 고립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마을 공동체는 해체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강갑회의 사진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오늘 우리의 마음을 지탱하는 기둥은 무엇인가.'

 

신화(Mythos)의 시대에 사람들은 장승을 세워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공동체를 지켰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는가.

 

 

이번 전시는 민속사진전이 아니다. 장승이라는 전통문화의 상징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의 의미를 성찰하는 인문학적 기록이며, 관계와 신뢰,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문화적 성찰의 장이다.

 

강갑회 작가가 렌즈에 담아낸 장승들은 오늘도 묵묵히 묻고 있다. 공동체가 점차 무너지는 시대에 과연 우리의 '마음 기둥'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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