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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문 전 대한항공 부기장 “무자격 조종사 문제 제기 뒤 인생이 무너졌다” [인터뷰]

명예훼손 재심 무죄 뒤에도 손해배상 패소…“고의도 과실도 아니라면 무엇인가?”

 

전직 대한항공 부기장 이채문 씨가 1999년 해고 이후 제기해 온 대한항공 조종사 채용 자격 논란과 관련해 “공익제보 이후 20년 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이 30년 동안 무자격 조종사를 사용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돼 1년간 구속됐다”며 “재심에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제대로된 손해배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도 대한항공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다시 해외로 나가 국제사회에 호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씨는 대한항공 조종사 출신이다. 그는 "입사 당시 군에서 2500시간 이상 비행했고, 계기비행 50시간 경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군 비행시간 1500시간 이상과 계기비행 50시간 이상이 필요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나는 자격을 갖췄는데도 입사 후 11년 3개월이 지나도록 기장 승진 기회를 받지 못했다”며 “반면 회전익 항공기 조종 경력 291시간에 계기비행 경력이 없던 인물이 입사 5년 만에 기장이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문제에 항의한 뒤 1999년 1월 31일 부당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그는 대한항공의 조종사 채용과 자격 부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내부 비리 고발에 나섰다.

그가 제기한 핵심 의혹은 자격 미달 조종사 채용과 비행시간 조작 지시다. 이씨는 “대한항공은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을 모집한 뒤 추가 비행을 시키지 않고 비행시간을 조작해 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이후 형사 재심 과정에서 중요한 판단 대상이 됐다. 이씨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재노10 재심 판결은 그가 1인시위에서 제기한 “대한항공이 30년 동안 무자격 조종사, 시간 미달자, 회전익 항공기 조종사, 계기비행 무자격자를 사용해 사고를 내왔다”는 취지의 표현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허위사실이라고 해서 고소됐고 구속까지 됐다”며 “그런데 재심에서는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됐다. 그럼 그 사이 내가 겪은 구속과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해외 기관에도 문제를 알렸다고 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영국 런던의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를 찾아가 관련 내용을 알렸고, 이후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과 형사보상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후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2018년, 2020년 세 차례 소송을 진행했으나 모두 패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0년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그는 “법원은 대한항공이 고소해 구속되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대한항공이 고의나 과실로 고소했다는 증거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대목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고의도 아니고 과실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결이 났는데도, 그로 인해 구속된 피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합니다. 이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이씨의 문제의식은 사법제도 전반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법부는 사회 갈등을 조정하고 화해를 이끌어 사회 통합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현실에서는 힘없는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제10조도 언급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가 있다”며 “사법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익제보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망명 신청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씨는 “국내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 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금전 지원, 의료 지원, 직업 지원 등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내 재판을 다시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내년에는 다시 해외로 나가 국제사회에 관련 문제를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이씨는 자신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고도 전했다. 그는 “내가 겪은 일과 대한항공 조종사 자격 논란, 관계기관의 책임 문제를 책으로 정리했다”며 “이 문제는 한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 공익제보자 보호와 사법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고 분쟁을 넘어 항공 안전, 공익제보자 보호, 형사 재심 이후 피해 회복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재심에서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된 표현을 이유로 과거 구속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법적·사회적 논쟁의 여지를 남긴다.

본지는 이씨의 주장과 관련해 대한항공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문자메세지와 함께 이메일을 발송했음에도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회사 측 반론이나 추가 설명이 확인될 경우 후속 보도에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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