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금융회사의 가장 오래된 자본이다. 예금과 대출, 송금과 결제는 모두 고객과 시장이 금융기관을 믿는다는 전제 위에서 움직인다. 해외 경영도 예외가 아니다. 현지 법규를 지키고, 고객 정보를 보호하며, 의심거래를 제대로 보고하는 일은 금융회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약속이다.
최근, 중국 금융당국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에 잇달아 행정처분을 내리면서 해외법인의 준법관리와 내부통제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중국 인민은행으로부터 수백만 위안대 제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며, 현지 규제 강화 흐름 속 한국계 금융기관의 대응 능력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시 분행은 최근 신한은행(중국) 유한공사에 경고 처분과 함께 총 249만 위안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한화로는 약 4억8000만 원 규모다. 위반 항목은 금융통계 관련 규정 위반, 계좌관리 규정 위반, 위안화 유통관리 규정 위반, 위조화폐 방지 업무관리 규정 위반, 의심거래 보고서 미제출 등 총 9개에 달한다.
관련 책임자 3명에게도 개인 벌금이 부과됐다. 신용업무부 리 모씨는 신용정보 수집·제공·조회 관련 규정 위반에 대한 직접 책임으로 4만5000위안을 부과받았다. 옌 모씨는 고객 신원확인 의무 미이행과 고액거래 또는 의심거래 보고 미이행에 대한 직접 책임으로 8만2906.43위안을 받았다. 리테일업무부 정 모씨도 계좌관리 규정 위반에 대한 직접 책임으로 5만 위안의 벌금 처분을 받았다.
신한은행(중국)에 대한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2월에도 개인 불량 정보 제공을 이유로 57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직전 연도 12월에는 산둥성 칭다오지점이 대출 관리 부실로 20만 위안의 처분을 받았다. 반년 새 세 차례 제재가 이어졌고, 벌금 규모도 20만 위안에서 57만 위안, 249만 위안으로 커지는 흐름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자금세탁방지 등 금융 규정 준수 기준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계뿐 아니라 외국계 금융기관 전반이 규제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재 항목의 다양성과 빈도, 벌금 규모의 확대를 감안하면 단순한 현지 행정 착오로만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전년에 614개 금융기관 및 결제회사를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 포괄 점검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537개 기관이 행정처분을 받았다. 부과된 기관 벌금 총액은 5억2600만 위안, 개인 과징금도 2468만 위안에 달했다. 한국계 은행들의 잇단 제재도 이 같은 광범위한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본국 내부통제 상황과도 맞물린다는 점이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올해 초 시무식에서 “내부통제가 일상적인 영업문화로 굳건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의 LTV 정보 교환 담합 과징금,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 안전성 확보 의무 위반 과태료 등이 이어졌다. 내부통제 강화 선언이 해외법인 현장까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 관계자는 “중국 현지 감독당국의 검사 결과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현지 법규와 감독 기준에 맞춰 개선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점검과 관리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중국) 유한공사는 2008년 4월 설립된 한국 신한은행 100% 출자 법인이다. 베이징시 차오양구에 본사를 두고 전업 상업은행 면허를 보유하고 있다. 공중예금 수신, 대출, 국내외 결제, 어음 인수와 할인, 외환 매매 등 종합 금융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논어 위령공편은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 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잘못이라는 뜻이다. 반복되는 제재 앞에서 금융회사가 먼저 세워야 할 것은 규모가 아니라 신뢰다. 신뢰는 말로 쌓이지 않는다. 내부통제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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