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국무총리실 사회대개혁위원회를 향해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는 공론화를 요구하더니, 현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신규 투자 논의에는 왜 침묵하느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 시장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국가 반도체 산업단지 정책을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며 “그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대통령 주도로 논의되는 광주·전남 등 남부 지방 반도체 신규 투자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논란의 발단은 사회대개혁위원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반도체 산업 정책, 공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문이다. 위원회는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겨냥해 “현재 결정된 국가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정책은 지난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발표돼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또 “반도체 산업단지 문제는 특정 지역의 유불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전략과 직결된 과제”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공론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사회대개혁위원회가 공론화를 이야기한 것은 전 정부에서 시작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을 겨냥한 것”이라며 “현 정부가 총리실에 설치한 기구의 공론화 주장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는 남부 지방 반도체 신규 투자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광주·전남 등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 핵심 인사들이 기업 총수들과 접촉하며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관훈토론회에서 “용인에 짓기로 한 것을 짓지 않고 지방으로 간다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며 기존 용인 산단과 별개의 신규 클러스터 논의라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이 시장은 “광주·전남 등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수백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구체 내용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며 “그렇다면 사회대개혁위원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위원회 논리대로라면 이 같은 투자가 타당한지 공론화를 통해 따져본 뒤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는 것이 언행일치”라며 “전 정부가 오랜 기간 검토와 평가를 거쳐 결정한 일에는 공론화를 거치지 않았다며 딴지를 걸고, 현 정부가 평가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국의 호남 반도체 투자 문제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호남권 신규 반도체 투자 논의는 이미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국가전략산업 입지를 정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 제기됐고, 일부 의원들은 청와대를 찾아 항의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별도 입지 논의와 갈등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반도체 투자 지역을 둘러싼 이해 충돌이 확산되고 있다.
이 시장은 “전북지역이나 영남 등에서 상당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 사회대개혁위원회가 대통령과 청와대를 상대로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한 공론화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자’고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용인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는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원 약 777만㎡ 부지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 6기를 건설하는 국가전략산업 프로젝트다. 투자 규모는 360조 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팹리스, 연구기관 등이 함께 들어서는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목표다.
사업은 이미 행정절차와 보상 단계에 들어섰다. LH는 산단 조성공사 발주와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6년 하반기 착공과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번째 생산라인 가동 목표 시점은 2030년으로 제시돼 왔다.
이 시장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장기간 검토와 평가를 거쳐 추진돼 온 사업”이라며 “이제 와서 공론화 부족을 이유로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의 시간을 늦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대개혁위원회의 태도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라며 “국민을 위한 기구라면 정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전략산업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했다.
유교의 정치철학에서 공정한 기준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논어(論語)의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은 서로 다른 의견 속에서도 바른 기준으로 조화를 이루는 태도를 말한다. 용인에는 공론화를 요구하고, 현 정부 주도의 다른 지역 투자에는 침묵한다면 그 공론화론은 국민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특정 지역의 유불리를 넘어 국가 생존전략과 직결된 사안이다. 그만큼 정책 결정 과정도 산업 논리, 인프라 여건, 기업 판단, 지역 균형이라는 기준을 함께 놓고 투명하게 설명돼야 한다. 사회대개혁위원회의 다음 입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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