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PI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의 사업장 주변에 보호지역과 중요생물다양성지역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공간이 광범위하게 분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환경 책임이 탄소 감축을 넘어 생물다양성 보전과 자연자본 관리로 확장되는 가운데, 주요 기업 사업장의 입지와 주변 생태계의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는 2일 KOSPI 시가총액 상위 30개사 가운데 삼성전자우를 제외한 29개사를 대상으로 사업장과 주변 지역의 생태적 민감지역 접점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대상 기업 사업장 반경 5km 이내에 분포하는 생태적 민감지역은 총 18만6678.7ha로 집계됐다. 생태적 민감지역에는 보호지역, 중요생물다양성지역,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지역 등 보전 가치가 높은 공간이 포함됐다.
사업장 경계 내부에서 생태적 민감지역과 직접 중첩된 면적은 633.5ha였다. 반면 사업장 반경 5km 영향권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중첩 면적은 18만ha를 넘어섰다. 사업장 내부 중첩 면적과 비교하면 약 295배에 달하는 규모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기업의 자연 관련 영향 평가가 사업장 안쪽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업장 경계 내부 기준으로 생태적 민감지역과 가장 넓게 중첩된 기업은 삼성물산이었다. 삼성물산의 중첩 면적은 316.3ha로 분석됐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30.8ha, SK하이닉스 101.7ha, 현대모비스 62.9ha, LG화학 11.2ha 순으로 나타났다.
사업장 경계 밖 영향권역 기준에서도 삼성물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접점이 크게 나타났다. 삼성물산은 3만5813ha로 가장 컸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만5230ha, 현대모비스 3만3481ha, LG전자 2만5327ha, 기아 1만6686ha, 현대자동차 1만5538ha, 네이버 1만5486ha 순이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조사는 환경부 토지피복도를 활용해 기업 사업장과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 현황을 살펴본 것”이라며 “사업장 반경 5km를 영향권역으로 설정하고 보호지역, 중요생물다양성지역,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지역 등과의 공간적 접점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결과는 특정 기업이 법을 위반했거나 생태계를 훼손했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기업 사업장과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어느 정도 가까이 연결돼 있는지를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기초자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자연자본 공시와 생물다양성 관리 논의에서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잠재 서식 생물종과의 공간적 연결성도 함께 검토됐다. 연구진은 사업 영향권역과 연결된 잠재 서식 생물종이 총 676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생물종 분포 자료의 한계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서식지 자료를 활용한 만큼, 실제 서식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기업 사업장과 생태계의 공간적 연결성을 보여주는 참고 지표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의 자연 관련 공시체계인 TNFD(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가 강조하는 ‘자연접점(Nature Interface)’ 개념을 국내 주요 기업에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TNFD는 기업이 사업장 내부뿐 아니라 주변 생태계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자연 관련 위험과 기회를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분석은 사업장과 생태적 민감지역의 공간적 접점을 살핀 것이다. 따라서 해당 기업이 생태계를 훼손했거나 법 위반을 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 영향 여부는 개별 사업장의 인허가 과정, 환경영향평가, 운영 실태, 보전 조치, 지역 생태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기업의 ESG 경영이 온실가스 감축 중심에서 생물다양성·자연자본 관리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지역이나 중요생물다양성지역과 인접한 사업장은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뿐 아니라 공시, 평판, 책임경영 리스크와도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주요 기업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과 어느 정도 접하고 있는지 정량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보호지역이나 중요생물다양성지역과 인접한 기업은 사업장 주변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이어 “기업의 자연 전략은 사업장 경계 안의 관리에 머물지 않고, 사업장과 연결된 주변 생태계의 보전과 복원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풀씨행동연구소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산업군별 자연접점 비교 결과를 연속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 내용을 담은 이슈페이퍼 「더많은자연(Nature Positive) 이행을 위한 KOSPI 상위 30개사의 자연과의 접점 분석(1980~2020)」 전문은 7월 중 숲과나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연구소는 이를 바탕으로 자연자본공시 체계의 국내 제도화를 위한 정책 제안과 국회 토론회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편집자 註: 생태적 민감지역은 보호지역, 중요생물다양성지역,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지역처럼 생물종 서식, 산림·습지 보전, 생태계 연결성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한 공간을 말한다. 쉽게 말해 기업 활동이나 개발 행위가 주변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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