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ISOI, 법인명 자연인)의 ‘625% 침투’ 광고 논란이 국내외 마케팅 방식 차이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6·25 전쟁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옥외광고에 사용해 비판을 받았지만, 해외 판매 페이지에서는 같은 제품을 홍보하면서도 ‘625%’나 ‘침투’에 해당하는 자극적 표현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국내 소비자에게만 역사적 비극을 홍보 수단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광고 문구 실수를 넘어 기업의 도덕적 잣대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문화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표현을 조심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는 국가적 비극인 6·25 전쟁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아이소이는 2025년 10월 서울 시내버스 등 옥외매체에 자사 제품 ‘로즈 PDRN 잡티세럼’을 광고하며 “잊지말자 625%, 침투하자 더 깊게”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해당 광고는 올해 6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뒤늦게 확산됐고, ‘잊지 말자 6·25’라는 호국·보훈 문구와 군사적 의미를 지닌 ‘침투’ 표현이 결합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6·25 전쟁은 수많은 희생자와 참전유공자, 유가족의 기억이 남아 있는 현대사의 비극이다. 이 때문에 화장품의 피부 흡수율을 강조하는 광고에 ‘625’와 ‘침투’를 결합한 것은 광고 효과를 위해 역사적 상처를 가볍게 소비한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아이소이는 지난달 26일 1차 사과문을 통해 “일부 고객님께 불편과 심려를 드린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625%’라는 수치가 P&K피부임상연구센터 인체적용시험에서 나온 피부 흡수·침투도 측정 개선율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1차 사과문 이후에도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일부 고객의 불편”이라는 표현이 사안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고,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과 내부 광고 검수 시스템 개선안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이진민 대표는 사흘 뒤인 6월 30일 2차 사과문을 내고 직접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저 역시 6·25 참전유공자의 자녀”라며 “광고의 효과만을 앞세운 저의 판단과 부족한 문제의식이 결국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사과의 진정성을 판단하려면 ‘625%’ 수치의 근거가 된 임상시험 보고서나 시험성적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논란은 이후 해외 마케팅 비교로 옮겨붙었다. 최근 한 X(옛 트위터) 이용자는 “아이소이, 미국·일본에서는 625% 안 썼다고 하네요”라는 글과 함께 아마존 판매 페이지, 국내 상세페이지, 국내 버스광고 이미지를 나란히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국내에서는 6·25를 연상시키는 문구를 쓰면서 해외에서는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취지로 확산됐다.
본지가 확보한 이미지에서도 미국 아마존 판매 페이지에는 ‘VISIBLE RESULTS IN 2 WEEKS’라는 문구와 함께 127.1%, 101.9%, 106.1% 등 임상 수치가 표시돼 있다. 이 수치들은 국내 상세페이지에 사용된 일부 임상 수치와 유사한 구조다. 다만 해당 이미지에서는 국내 버스광고에 쓰인 “잊지말자 625%, 침투하자 더 깊게”라는 문구나 ‘625%’ 표현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내 상세페이지에는 127.1%, 101.9%, 104.1%, 106.1%, 103.1% 등의 수치가 표기된 이미지가 사용됐고, 다른 이미지에는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 개선과 관련해 158.5%, 108.5%, 131.9%, 127.4% 등의 수치도 제시됐다. 반면 해외 판매 이미지에는 제품 효과를 강조하는 임상 수치 중심의 표현만 보이고, 6·25 전쟁을 연상시킬 만한 문구는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해외에서는 625% 표현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단정하기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아마존 상품 페이지와 국내 시내버스 옥외광고는 매체 성격이 다르고, 상품 상세페이지와 옥외광고의 카피 전략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판매채널에서 실제로 어떤 문구가 사용됐는지도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분명하다. 해외에서는 임상 수치를 제품 효과 중심으로 설명하면서도, 국내에서는 “잊지말자”와 “침투하자”라는 표현을 결합해 6·25 전쟁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홍보했다는 점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의 역사적 감수성을 해외 소비자보다 가볍게 본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광고는 단순한 문구 경쟁이 아니다. 특히 역사적 비극, 전쟁, 재난, 희생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은 소비자의 기억과 감정을 건드린다.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는 기업이라면 해외 시장의 문화적 맥락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의 역사적 상처 역시 같은 기준으로 존중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아이소이의 후속 대응이다. 회사 측은 ‘625%’가 실제 임상시험에서 나온 수치라고 설명했지만, 현재까지 해당 시험성적서나 전체 보고서가 공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수치가 사실이라면 성분표와 시험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사과문보다 근거 자료가 먼저”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홍보 대응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취재진은 국내외 마케팅 표현 차이, ‘625%’ 수치 산출 근거, 임상시험 자료 공개 여부, 내부 광고 검수 절차 등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려 했으나 아이소이 측 홍보 담당자와 연결되지 않았다. 두 차례 사과문이 나왔지만, 책임 있는 설명과 재발 방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마케팅에서는 국가별 문화·역사·종교적 민감성을 사전에 검토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해외 채널에서는 무난한 표현을 쓰고 국내에서는 논란 소지가 큰 문구를 사용했다면 단순 실수라기보다 내부 검수 기준의 불균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논어(論語)에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고 했다.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보여야 할 태도는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설명과 책임 있는 개선이다. ‘625% 침투’ 광고가 실제 임상 수치에 근거한 것이라면 관련 자료를 공개해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표현 선택이 잘못됐다면 광고 검수 체계를 어떻게 고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아이소이가 국내와 해외 소비자를 향해 같은 윤리 기준을 적용했는지, 아니면 국내 소비자의 역사적 감수성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본 것인지는 앞으로 회사의 해명과 자료 공개 여부에 달려 있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논란은 광고 문구 실수를 넘어 기업 신뢰의 문제로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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