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발생한 이른바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은 당시 영남제분, 현 한탑을 사회적 공분의 중심에 세운 강력범죄였다. 류원기 회장의 전처 윤 모 씨가 범행을 지시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고, 이후 형집행정지와 허위진단서 논란까지 불거지며 영남제분은 불매운동과 평판 추락을 겪었다.
그 영남제분이 현재의 코스닥 상장사 한탑이다. 회사는 사명 변경을 통해 과거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류 회장의 업무상 횡령 유죄 전력과 경영 복귀, 최근 밀가루 가격 담합 관련 사법리스크가 겹치며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거사 문제가 아니라 상장사의 내부통제와 이사회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
류 회장 또한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전처 윤 씨의 형집행정지 과정에서 허위진단서 논란과 회사·계열사 자금 사용 문제가 함께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사안은 별도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고, 류 회장은 2017년 대법원에서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사건의 후폭풍은 기업 신뢰를 흔들었다. 2013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 등 방송 보도로 형집행정지 논란이 재조명된 뒤 롯데제과·삼양식품·농심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영남제분 밀가루 사용 중단 입장을 밝히며 불매 움직임이 확산됐다. 영남제분이 이후 한탑으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이 같은 평판 리스크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시간이 흘렀지만 사법리스크는 다시 반복되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류 회장은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회사 자금 횡령 유죄 전력이 있는 창업주가 다시 상장사 등기임원으로 복귀한 셈이다.
지분 구조도 논란의 한 축이다. 한탑의 최대주주는 장남 류지훈 사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류 회장 본인의 지분은 1% 미만 수준으로 파악된다. 지분 대부분은 장남에게 넘어간 구조지만, 류 회장은 상근 회장이자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다. 반면 장남은 미등기 임원으로 알려져 있어, 소유와 경영의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회 구성 역시 사법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도마에 오른다. 한탑 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지만, 사내이사 중 상당수가 오너 일가 또는 내부 인사로 채워져 있는 구조다. 특히 류 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한 이후 주요 이사회 안건에서 반대표가 거의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은 견제 기능 부재 논란으로 이어진다.
상장사 이사회는 단순히 경영진 결정을 추인하는 기구가 아니다. 과거 횡령 유죄 전력이 있는 인물이 경영에 복귀했다면 이사회와 감사 기능은 더 엄격하게 작동해야 한다. 내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사법리스크가 반복될 가능성도 커진다.
최근에는 담합 관련 리스크도 제기됐다. 한탑 법인과 일부 임원이 밀가루 가격 담합 혐의로 기소됐거나 관련 절차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과징금 규모 등에 대해서는 일부 보도가 있었지만, 본지는 현재 독립적으로 확인된 공식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 구체적 액수는 특정하지 않는다. 제분업체로서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시장 신뢰에는 부담이다.
사업 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 핵심 사업 중 하나였던 사료 사업부는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일정 기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료 사업 매출도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사법리스크와 실적 부진, 지배구조 논란이 동시에 겹치는 형국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다. 상장사는 다수 주주와 거래처, 소비자, 노동자, 지역사회와 연결돼 있다. 과거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과 연결된 평판 리스크를 경험한 기업이라면, 경영 복귀와 이사회 운영, 내부통제 기준은 일반 기업보다 더 엄격해야 한다.
특히 형사 유죄 전력이 있는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다시 들어온 경우라면, 이사회와 감사 기능은 더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명 변경만으로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책임 있는 인사, 투명한 의사결정, 독립적인 감시 구조가 따라야 한다.
본지는 한탑 측에 류원기 회장의 경영 복귀 배경, 이사회 독립성 논란, 담합 관련 사법리스크, 사료 사업 중단 사유 등에 대한 입장 묻디 위해 수차례 연락했음에도 현재까지 답변을 확인하지 못했다. 회사 측 입장이 확인되는 대로 후속 보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논어(論語)』는 “그 몸이 바르면 명령하지 않아도 행해지고, 그 몸이 바르지 않으면 명령해도 따르지 않는다(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고 했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경영자의 처신이 바로 서지 않으면 이사회와 내부통제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한탑의 반복되는 사법리스크는 상장사가 왜 독립적 감시와 책임경영을 갖춰야 하는지를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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