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과 대장암을 포함한 소화기암(消化器癌)은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환자별 특성에 맞춰 치료하느냐가 예후를 좌우하는 질환으로 꼽힌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마다 암세포 표적과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어, 최근 항암 연구의 무게중심은 환자 특성을 반영한 정밀항암(精密抗癌)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소화기암 극복의 출발점은 조기검진이다. 위암과 대장암은 국내에서 발생이 잦은 대표적 소화기암으로 꼽히지만,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난 뒤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이 진행된 사례도 적지 않아 정기 검진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국가암검진에서 위암은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권고한다. 대장암은 만 50세 이상을 대상으로 매년 분변잠혈검사(便潛血檢査)를 시행하고, 이상 소견이 있으면 대장내시경으로 확인한다. 가족력이나 위험 요인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과 상담해 검진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고 예후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암 치료의 흐름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같은 암종에 같은 치료법을 적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환자에게 어떤 표적이 나타나는지 먼저 확인하고 그 표적에 맞는 치료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때 어떤 표적이 있는지 검사해 치료제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는 기술을 동반진단(同伴診斷)이라 한다.
같은 위암이나 대장암이라도 환자마다 표적 발현 양상과 치료 반응은 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밀항암은 단순히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표적을 찾고, 해당 표적이 있는 환자를 선별하며, 그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연결하는 전 과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소화기암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표적 가운데 하나가 CDH17이다. CDH17은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 일부 소화기암에서 발현이 보고되는 세포 표면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정상 조직에서는 발현이 제한적이고 암세포 선택성이 높은 후보로 거론되면서, HER2와 CLDN18.2를 잇는 차세대 표적 후보로 연구되고 있다.
표적을 활용한 항암 기술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먼저 주목받았다. ADC는 암세포 표면 표적을 찾아가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붙여, 약물을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상세포 손상을 줄이면서 암세포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항암제 개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DAC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DAC는 항체에 표적단백질분해(標的蛋白質分解) 기술을 결합해, 암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을 분해하도록 설계하는 차세대 방식으로 설명된다. 항체가 암세포 표면 표적을 찾아가고, 결합된 단백질분해 기술이 암세포 내부의 특정 단백질을 겨냥하는 구조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관계회사인 타깃링크테라퓨틱스와 CDH17 항체 플랫폼에 자사가 확보한 EZH2 PROTAC 기반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결합하는 DAC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양사는 공동 연구계획 수립과 전임상 검증을 거쳐 후속 단계를 순차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연구는 아직 실제 치료 성과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DAC는 연구개발 초기 단계의 기술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탐색하는 연구”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엔지켐생명과학과 타깃링크테라퓨틱스의 협력은 국내 소화기암 정밀항암 연구가 진단과 치료를 함께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항암제 개발은 단일 후보물질의 성공 여부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표적 발굴, 환자 선별, 동반진단, 약물 전달 기술, 임상 검증이 함께 맞물려야 실제 치료 현장에서 쓰일 수 있다.
환자와 가족이 기억해야 할 점도 분명하다. 새로운 항암 기술은 기대를 모으지만, 연구 단계의 기술이 곧바로 치료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가장 확실한 대비는 정기 검진과 생활습관 관리다. 위암과 대장암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치료 과정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국가암검진 대상자는 검진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말처럼, 미리 갖추는 것이 병을 이기는 첫걸음이다. 옛 가르침은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부모에게 받은 몸을 함부로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을 효(孝)의 시작으로 삼았다. 자신의 몸을 살피고 병을 일찍 발견해 돌보는 일은 곧 나와 가족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소화기암 극복은 하나의 신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기검진, 환자별 표적 확인, 정밀한 치료제 개발, 안전성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엔지켐생명과학과 타깃링크테라퓨틱스의 DAC 연구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지켜볼 만한 국내 정밀항암 연구 사례로 볼 수 있다.








1
2
3
4
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