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바둑판과 같다’고 한다. 오묘한 지적 승부를 벌이는 바둑판은 가로, 세로 각 19줄의 교차점이 361개다. 361점 안에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한 수 한 수 돌을 놓는다. 장기 역시 90개의 교차점 안에서 각 12개의 장기짝을 가지고 벌이는 두뇌 싸움이라 경우의 수가 만만찮다. ‘소탐대실, 아생연후살타, 사소취대’ 같은 삶의 격언이 말하듯 바둑도 장기도 모두 평소의 실력과 인성으로 승부가 나지 뜻밖의 행운은 작용하지 않는다. 옆에서 훈수 두던 구경꾼이 흥분해 갑자기 판을 엎어버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은 없다’는 어떤 국수의 말처럼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사람 역시 없는 법, 누구의 삶이든 내력을 들여다보면 ‘풍찬노숙, 파란만장, 산전수전공중전’이 들어 있다. 이렇게 인생이 굴곡지는 까닭은 인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다가올 미래의 일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멀고 먼 옛날 조상들은 도대체 알 수 없을 때 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거북이 등뼈가 갈라지는 모습이나 별의 움직임 등으로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려고 노력했다.
그 ‘거북이 등뼈’가 3천 년 넘는 세월을 건너면서 『주역(周易)』으로, 역경(易經)으로 발전했다. 도올 김용옥 선생께서 ‘계사 없이 유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교 없이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써 주역이 ‘인류철학의 원점’임을 주장하듯 주역은 지난 3천 년 동안 자연과 인간의 일이 풀리는 향방을 ‘64괘 384효’로 정리한 ‘삶의 기초 원리이자 법칙’이다. 나는 삶이 답답할 때면 주역을 펼치는데 여기저기 뒤적거리면서 384개 원리 중 어느 것이 현재 시점에서 내가 경계, 유념해야 할 내용인지 궁리하는 용도로 활용한다.
요즘에는 제20괘 관괘(觀卦)의 6개 효사 중 하나인 ‘크게 벼슬을 할려면 천자 개인을 살피지 말고 그 나라의 빛을 살피라’는 관국지광(觀國之光)의 원리를 유념하고 있다. 작은 일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시대정신을 따르다 보면 더욱 큰일을 하게 되는 원리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구분해야 할 것은 사주팔자(四柱八字)로 운세풀이나 점(占)을 치는 분야는 명리학이라고 따로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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