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자들이 저임금 구조와 차별 해소를 요구하며 7월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맞춰 ‘돌봄 하루멈춤의 날’ 투쟁에 나선다. 돌봄 현장의 처우 문제가 특정 직종의 임금 문제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공돌봄 체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노동자 2500명의 총파업 참여 결의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말뿐인 처우개선이 아니라 정부가 돌봄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예산을 보장해야 한다”며 7월 15일을 ‘돌봄노동자 하루멈춤의 날’로 선포했다.
이번 투쟁의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진 돌봄노동자의 저임금·불안정 노동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아이돌봄노동자,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 돌봄 분야 노동자들은 필수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명절상여금, 정액급식비, 교통비 등 기본수당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해 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개정 노조법에 따라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공동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등 관계 부처가 돌봄 정책과 예산을 관장하는 만큼 실질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단체교섭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며 노정협의체 구성과 실무협의를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이를 수용해 돌봄 분야 가맹 조직들과 논의를 이어 왔지만, 6개월 가까이 실효성 있는 합의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협의가 공전하는 사이 돌봄노동자의 생계 부담과 노동조건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호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돌봄노동은 너무 열악해 노동기본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노동조합 조직률이 1%도 되지 않는 현실은 그만큼 돌봄노동이 천대받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전 부위원장은 이어 “돌봄노동자의 7월 15일 총파업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처절한 몸부림이자, 돌봄노동을 낮게 보는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라며 “새로운 돌봄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산고”라고 주장했다.
돌봄 현장에서는 임금과 수당 체계의 차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김애란 인천지부장은 “다른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받는 명절상여금, 정액급식비, 교통비 등 기본수당이 왜 요양보호사에게는 그림의 떡이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명절에 고기 한 근 사 먹을 상여금도 없고, 내 돈으로 밥을 사 먹고, 내 돈을 들여 어르신 댁으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이 정부가 말하는 ‘존엄한 돌봄’의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이주남 부위원장도 돌봄체계 전환 지연을 문제로 지목했다. 이 부위원장은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늦어질수록 한국 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 대책은 너무 늦고, 사회적 논의로도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도 돌봄노동자 처우개선을 공공복지의 핵심 과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이주하 사회복지위원장은 연대발언에서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특정 직종의 임금 인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가 어떤 돌봄체계를 만들 것인지, 어떤 복지국가를 지향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값싼 돌봄에 의존해서는 지속가능한 발전도, 기본사회도 기대할 수 없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이번 ‘돌봄 하루멈춤의 날’은 돌봄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이를 떠받치는 노동자의 처우 문제를 동시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봄노동자들이 하루 멈춤을 예고한 것은 돌봄 공백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현장에 누적된 돌봄의 불평등과 저평가 구조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돌봄은 고령화, 저출생, 장애인 권리 보장, 여성의 경력 유지, 가족 돌봄 부담 완화와 맞닿아 있는 사회 기반 서비스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예산과 제도 안에서 어떻게 보장할지가 향후 공공돌봄 정책의 신뢰를 가를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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