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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무인점포 점주 “촉법이라 괜찮다는 말에 더 무너졌다” [인터뷰]

지난 5월 23일·25일 중학생 무리 물품 훼손·절도 의혹
피해 점주 “피해액보다 더 아픈 건 책임 피하려는 태도”
보호자 대응·합의 조건 논란 속 촉법소년 제도 다시 도마에

 

경북 포항의 한 무인점포에서 지난 5월 중학생 무리가 매장 물품을 훼손하고 일부 금품을 가져갔다는 피해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 점주 A씨는 CCTV 자료를 근거로 물품 훼손과 절도 정황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사안은 현재 경찰 수사와 소년부 절차, 학교 선도 절차 등을 통해 판단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무인점포 피해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사건 이후 일부 보호자의 대응을 둘러싸고 책임 회피 논란, 촉법소년 제도 악용 논란, 피해자 2차 가해 주장까지 이어지면서 미성년자 비행 이후 보호자 책임과 피해 회복 절차를 함께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물품 피해보다 더 큰 상처로 “잘못했다는 사과보다 촉법이라 처벌받지 않는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는 점을 꼽았다.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물건을 다시 채우는 일보다 법의 빈틈 뒤에 숨는 태도와 보호자의 책임 회피가 더 큰 불안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A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점은 안다. 아이들을 무조건 강하게 처벌해 달라는 뜻도 아니다”라며 “문제는 잘못을 했을 때 책임을 배우게 해야 할 보호자들이 오히려 책임을 피하는 방법을 먼저 찾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이다.

 

Q. 사건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 5월 23일 오후였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3명이 매장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물건을 고르고 결제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후 계산하지 않은 물품을 뜯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약 50분 동안 매장에 머물며 제품을 훼손했고, 인공 눈 스프레이 등을 매장 안에 뿌렸다. 첫날 훼손된 물품만 수십 개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장난을 친 정도로 생각하려 했다. CCTV를 다시 보니 단순한 장난으로 넘기기 어려운 장면들이 계속 확인됐다”

 

Q. 한 차례 일탈로 끝난 사건은 아니었다고 했는데?

 

“6년 동안 무인점포를 운영하면서 비슷한 일을 여러 차례 겪었다. 한 번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다시 매장을 찾는 경우가 있어 CCTV를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 그 우려가 이틀 뒤 현실이 됐다. 5월 25일 같은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매장을 찾았다. 인원은 6명으로 늘었다. 들어오자마자 제품을 훼손하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두 차례에 걸쳐 훼손된 물품이 100개를 넘었고, 피해액도 수십만 원에 달한다”

 

Q.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학생들의 태도였다. 첫날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친구들까지 데리고 왔다는 점에서 단순한 호기심이나 순간적인 장난으로 보기 어려웠다. 타인의 가게에서 물건을 훼손하고도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행동하는 모습이 너무 참담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는 점은 충분히 알고 있다. 실수할 수도 있고, 잘못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느냐다. 이번 사건에서는 아이들도 보호자들도 책임을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Q. 보호자들의 초기 대응은 어땠나?

 

“가해 학생 6명 가운데 일부 보호자는 연락 이후 사과와 합의 의사를 보였다. 같은 부모의 입장에서 그 사과를 받아들이고 선처를 고려했다. 문제는 일부 보호자의 대응이었다. 사과보다 사건을 축소하거나 결제 처리로 마무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느꼈다. 정확한 피해액 산정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보호자 측이 임의로 금액을 결제하려 했고, 나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제를 취소했다. 실제 피해 변상금으로 받은 돈은 없는데도 이후 ‘이미 결제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물건값 몇십만 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가 잘못했으면 보호자가 먼저 사과하고 책임을 가르쳐야 한다”

 

Q. 학교 선도 절차와 관련해서도 갈등이 있었나?

 

“학교 측 선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일부 보호자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보호자 측은 ‘이미 결제했으니 문제가 없다’, ‘입건도 되지 않았으니 선도위원회를 열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가 결제를 취소했기 때문에 실제로 변상받은 금액은 없었다. 그런데도 마치 피해 회복이 끝난 것처럼 말하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학교 선도 절차는 아이들을 벌주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잘못을 돌아보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절차마저 막으려는 듯한 태도를 보며 더 큰 허탈감을 느꼈다”

 

Q. ‘촉법소년’이라는 표현이 실제로 나왔나?

 

“일부 보호자가 ‘촉법소년이라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한 녹취가 있다. 이미 합의를 진행한 다른 보호자에게 합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도 있었다. 아이들이 법적으로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구조가 가장 답답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의 장래를 망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촉법이라는 말이 피해자 앞에서 방패처럼 사용되는 순간, 피해자는 다시 한 번 무너진다”

 

촉법소년 제도는 아이를 무조건 면책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형사처벌보다 교화와 보호를 우선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문제는 현장에서 일부 청소년과 보호자가 이를 “처벌받지 않는 나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Q. 물품 훼손 외에 절도 정황도 있었나?

 

“CCTV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단순 기물 훼손 외에 절도 정황도 확인됐다. 매장 안 키오스크 돈통을 열려고 시도한 모습과 돼지저금통에 있던 현금이 사라진 정황이 있었다. 당초 학생들은 절도 혐의를 부인했다. 처음에는 물품 훼손 문제로만 생각했지만, 영상을 다시 확인하면서 절도 의심 장면도 확인됐다. 이 부분은 수사기관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

 

Q. 사건이 알려진 뒤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는데?

 

“제보자 보호를 위해 일부 녹취 내용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일부 보호자와 지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촉법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점주가 과도한 돈을 요구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해자인 내가 오히려 가해자처럼 몰렸다. 어느 순간 돈을 밝히는 악덕 점주처럼 됐다. 아이들이 물건을 훼손하고 금품을 가져갔다는 의혹보다, 내가 돈을 요구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더 크게 퍼지는 느낌이었다. 3주 가까이 참다가 녹취 내용을 공개하게 됐다. 처음부터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했다면 굳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Q. 합의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

 

“일부 보호자 측은 합의 의사를 밝히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했다. 기사와 유튜브 영상 삭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작성, 일정 기간 게시 유지, 사실관계에 대한 각서 작성 등을 요구했다. 상대 측이 원하는 내용대로 글을 쓰고, 7일 동안 올려두고, 기사와 영상까지 모두 내려야 합의를 보겠다는 식이었다. 그것은 사과나 피해 회복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다시 책임을 떠넘기는 요구처럼 느껴졌다”

 

A씨는 일부 보호자 측이 특수재물손괴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특수절도와 절도미수 의혹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의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혐의 일부는 부인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마치 금액이 맞지 않아 합의가 안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Q. 다른 무인점포 점주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나?

 

“이번 사건은 내 가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무인점포 점주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도 미성년자 절도와 기물 파손 피해 호소가 반복된다. 무인점포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영업 방식이다. 상주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절도와 장난, 기물 파손의 표적이 되기 쉽다. 가해자가 미성년자로 지목될 경우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과정에서 점주가 느끼는 무력감은 더 커진다”

 

A씨는 “어떤 사장님들은 ‘촉법소년은 피할 수 없으니 제발 우리 가게만은 피해가게 해달라’고 말한다”며 “그만큼 현장의 공포와 무력감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 하루하루 버틴다”며 “CCTV를 설치하고 경고문을 붙여도 작정하고 들어오는 아이들을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Q. 촉법소년 제도에 대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아이들을 무조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들은 실수할 수 있고, 성장 과정에서 바로잡을 기회가 필요하다. 문제는 책임을 배우지 못하는 구조다. 잘못을 저질러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고, 보호자마저 법적 빈틈을 먼저 찾는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 배우지 못한다. 피해자의 억울함을 줄이고 아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서라도 촉법소년 제도는 현실에 맞게 논의돼야 한다. 아이를 보호하는 제도는 필요하다. 반면 그 보호가 책임 회피의 언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보호와 책임이 함께 가야 아이들도 다시 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다”

 

Q.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가 무엇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사건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여부만으로 볼 일이 아니다. 피해 회복 절차, 보호자 책임, 학교 선도, 소년보호 처분의 실효성, 무인점포 안전 대책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나는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보호자가 책임 있게 사과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니라 ‘촉법이라 괜찮다’는 말, ‘결제했으니 무죄’라는 주장, 그리고 피해자인 내가 글을 쓰고 영상을 내리라는 요구였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이들도 책임을 배울 수 없고 피해자도 회복될 수 없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서 “정치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하면 백성이 면하려고만 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고 했다. 법망을 피하는 방법만 배운 아이에게 남는 것은 책임감이 아니라 계산이다. 잘못을 부끄러워하는 마음, 곧 수치심(羞恥心)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길러야 할 최소한의 도덕 감각이다.

 

이번 포항 무인점포 사건은 우리 사회에 묻고 있다. 아이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눈물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보호와 책임이 함께 가는 제도로 다시 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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