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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칼럼] 화환 대신 시민, 의전 대신 현장… 김상욱 울산시장 첫날이 던진 메시지

 

새로운 지방정부의 성패는 화려한 공약보다 첫날의 행보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취임식은 의례적인 행사에 그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앞으로 4년간 시정의 철학과 운영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김상욱 울산시장의 취임 첫날은 그런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김 시장은 축하 화환과 화분을 받지 않았고, 공식 오찬도 생략했다. 대신 시청 직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보여주기식 의전보다 실용을 택한 셈이다.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행정은 이러한 작은 선택들이 쌓여 시민의 신뢰를 만들고, 공직사회 내부의 분위기까지 바꿔 나간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민원봉사실을 찾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시장의 첫걸음이 집무실이 아니라 시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 현장이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 이어 ‘120 울산민원센터 고도화’를 첫 결재로 선택한 것은 시민이 여러 부서를 전전하지 않고 한 번의 접수로 민원을 해결하는 행정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행정은 시민에게 편리해야 하며, 시민이 행정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취임 첫날 폐지됐던 126번 시내버스를 복원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대중교통은 시민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공공서비스다. 시민 불편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말이 아닌 정책으로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직접 버스에 올라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현장의 의견을 들은 모습은 책상 위 보고서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는 실천으로 읽힌다.

 

김 시장은 취임사에서 “울산의 주인은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행정의 모든 권한이 시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다시 확인한 말이다. 시민을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시정의 주체로 세우겠다는 약속은 앞으로 울산시가 시민 참여를 얼마나 확대하고, 숙의 과정을 얼마나 제도화하느냐에 따라 평가받게 될 것이다.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대표 도시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축이었다. 이제 울산 앞에는 인공지능, 수소산업, 친환경 에너지, 첨단 제조업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울산은 산업 경쟁력뿐 아니라 도시의 품격과 시민의 삶의 질까지 함께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취임식에 참석한 한중교류촉진위원회 이창호 위원장 역시 “울산은 세계적인 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인 만큼 국제교류와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며 지방정부 간 협력과 민간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은 더 이상 중앙정부만의 역할로 설명되지 않는다. 지방정부의 국제역량과 민간 네트워크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만큼, 울산이 중국을 비롯한 해외 도시들과 경제·문화·산업 협력을 확대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물론 취임 첫날의 행보만으로 시정을 평가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초심을 끝까지 지키는 일이다. 시민과의 약속을 정책으로 완성하고, 현장 중심 행정을 지속하며, 미래 산업과 도시 경쟁력을 함께 키워갈 때 비로소 시민은 변화를 체감하게 된다.

 

화려한 취임식보다 시민과 함께한 첫걸음이 더 오래 기억되는 이유가 있다. 김상욱 시장이 보여준 첫날의 실용과 소통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울산 시정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행정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증명될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울산의 새로운 출발이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새로운 기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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