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환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고교 내신 체제가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개편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분포는 이전보다 촘촘해졌다. 내신 1등급의 범위가 상위 4%에서 10%로 넓어지면, 대학 입장에서는 교과 성적만으로 학생을 세밀하게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별 전형 운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주요 대학들은 학생의 학업 역량과 사고 과정을 더 입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의 비중을 조정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학교생활기록부 반영 비율을 줄이거나, 논술 성적의 반영 비중을 높이는 전형이 나타나면서 논술의 실질적 의미도 커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수행평가와 서·논술형 평가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다.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능력만으로는 학생의 학습 역량을 충분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입시와 학교 평가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읽고,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설명하는가’를 함께 묻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부모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논술과 글쓰기 교육으로 향하고 있다. 논술 학원이나 과외를 알아보고, 아이의 말하기와 글쓰기 표현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이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글을 잘 쓰는 것’과 ‘생각이 깊은 것’은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평소 말주변이 좋고 표현력이 뛰어난 학생이 논술형 평가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논술형 평가는 화려한 표현이나 임기응변식 말재주를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다. 대학이 보고자 하는 핵심은 주어진 제시문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문해력, 여러 정보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분석력, 자신의 판단을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사고력이다.
실제 논술형 평가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 가운데는 제시문을 충분히 읽기보다 자신의 배경지식이나 직관에 의존해 답안을 전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장은 매끄럽지만 출제 의도에서 벗어나거나, 핵심 쟁점을 놓치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반대로 표현은 다소 투박하더라도 제시문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은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지점에서 논술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 기술은 일정 부분 훈련으로 익힐 수 있다. 문단을 나누고, 근거를 제시하고, 결론을 정리하는 형식은 반복 연습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그 형식을 채울 생각의 내용이다. 텍스트를 깊이 읽고, 개념을 비교하며, 논리의 빈틈을 찾아내는 힘은 단기간에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 힘은 평소 공부 태도에서 비롯된다. 문제를 풀고 정답을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왜 그 답이 나왔는지, 다른 해석은 가능한지, 글쓴이가 어떤 전제를 깔고 있는지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사회·과학·문학·역사 등 다양한 글을 읽을 때도 내용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주장과 근거의 관계를 따져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내신 5등급제와 논술 확대는 단순히 입시 전략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에게 요구되는 학습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평가는 더 많은 지식을 빠르게 외운 학생보다, 주어진 자료를 정확히 읽고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학생에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입시 제도가 복잡하게 바뀌고 내신 체제가 달라져도, 대학이 선발하고자 하는 인재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겉으로 그럴듯한 표현을 앞세우는 학생이 아니라, 텍스트를 정확히 읽고 그 안에서 자기 생각을 길어 올릴 수 있는 학생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글쓰기 기술만이 아니다. 표현을 다듬기 전에 생각을 깊게 만드는 공부 태도의 변화가 먼저다. 그것이 다가오는 서·논술형 입시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본질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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