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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징역 10년이 항소심 집행유예로…성인화보 모델 성폭력 사건, 상고 여부 주목 [법정문답]

서울고법, 전·현 대표 석방…미성년 성착취물 혐의만 유죄 판단

 

성인 웹화보 제작사 소속 모델 성폭력 사건이 1심과 항소심에서 크게 엇갈린 판단을 받았다.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던 전 대표 A씨는 항소심에서 미성년자 성착취물 관련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고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감형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성범죄 사건에서의 입증 기준, 객관 자료와 진술이 충돌할 때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유무죄를 판단해야 하는지가 함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성년 성착취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음에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된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는 지난 6월 24일 피감독자 간음, 강제추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성인 웹화보 제작사 전 대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현 대표 B씨에 대해서도 원심의 징역 1년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각각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항소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 상태였던 A씨와 B씨는 모두 석방됐다.

 

사건의 무게는 1심과 항소심 판단의 간극에서 나온다.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A씨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핵심 진술이 객관적 자료와 맞지 않거나 사건 전후 정황과 충돌한다고 보고, 미성년자 성착취물 제작·소지 혐의를 제외한 주요 성범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모두 허위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다만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려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진술만으로는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등 핵심 혐의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1심이 인정했던 이른바 심리적 지배 관계도 항소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부 모델이 전속계약 없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활동한 점 등을 들어 A씨가 모델들의 의사결정을 제한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 주장 전후의 정황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일부 모델이 A씨와 사적으로 만났거나 지인을 회사 모델로 추천한 점, 민감한 개인 문제를 상담한 정황 등을 들어 일반적인 피해 전후 행동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봤다.

 

반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 제작·소지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로 유지됐다. 재판부는 해당 영상이 A씨의 기획과 연출 아래 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는 제작 단계부터 엄격한 책임이 따르고, 외부 유포 여부와 별개로 사회적 해악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경기 부천시 호텔 등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소속 모델 5명을 성폭행하고 다른 모델 6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3년 1월 성인화보 테스트를 빌미로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영상 11개를 소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B씨는 A씨의 성범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 등 16명을 경찰에 허위로 고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23년 7월 전·현직 모델들이 피해를 주장하며 형사 고소에 나서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관련 방송과 언론 보도를 계기로 복수의 모델이 추가로 피해를 주장했고, 수사는 약 2년간 이어졌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2025년 6월 A씨와 B씨의 신병을 확보했고, 같은 해 7월 두 사람을 구속기소했다. 1심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0년, B씨에게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항소심 판결 이후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의 입증 한계를 보여준 판결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던 사건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뒤집힌 만큼 피해자 보호와 성범죄 재판의 신뢰 문제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미성년 성착취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집행유예가 선고된 점은 별도 쟁점으로 남는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 범죄의 중대성을 법원이 인정하면서도 실형을 선고하지 않은 판단이 양형 기준과 사회적 법 감정에 부합하는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성범죄 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의 무게와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 원칙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법률 전문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은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되려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보호와 피고인의 방어권, 사회적 법 감정과 형사재판 원칙이 동시에 충돌하는 사건일수록 법원의 판단 과정은 더 엄격하게 설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1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된 사건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뒤집혔다면, 단순한 감형으로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나 피해자 측이 상고 여부를 검토할 경우 항소심의 증거 판단과 법리 적용 과정이 다시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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