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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노동자, MBK 본사 농성…14일 김광일 부회장 면담 합의

회생절차 폐지 뒤 책임론 확산…홈플러스 경영 관여한 김 부회장, 다른 투자기업 역할도 도마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10일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본사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뒤 오는 14일 김광일 MBK 부회장과 면담하기로 합의하고 농성을 해제했다.

 

안수용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장을 포함한 홈플러스 노동자 5명은 이날 오전 D타워 건물 로비 출입구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홈플러스 먹튀 주범 MBK 나와라, 김병주”, “투기자본 MBK 퇴출, 김병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농성 참가자들이 건물 안쪽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들어가자 MBK 측은 오는 14일 김광일 부회장과 면담하는 대신 농성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농성은 이날 정오께 해제됐다.

 

14일 면담의 구체적인 참석자와 의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홈플러스의 회생과 고용 문제를 놓고 MBK 경영진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해 온 만큼, 김 부회장이 어떤 입장과 대책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이번 농성은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직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회생절차 폐지가 곧바로 파산 선고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홈플러스가 회생을 이어가려면 정해진 기간 안에 운영자금 확보와 즉시항고 등 후속 조치에 나서야 한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의 운영자금 확보가 회생절차 재개의 관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운영자금 조달을 둘러싸고 홈플러스·MBK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MBK와 김병주 회장이 1000억원 규모의 연대보증을 제시했지만 메리츠금융이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메리츠 측은 최대주주의 책임 있는 자금 지원과 충분한 보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금 지원 주체들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노동자와 납품업체, 입점 소상공인,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가 회생하지 못할 경우 직접 고용 노동자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입점업체, 지역 납품망까지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김광일 부회장 책임론 다시 부상

 

노조가 면담 상대로 김광일 부회장을 지목한 배경에는 그가 단순한 MBK 임원을 넘어 홈플러스 경영에 직접 참여해 온 인물이라는 점이 자리한다.

 

김 부회장은 MBK의 홈플러스 인수와 사후 관리에 관여했고, 홈플러스 공동대표이자 회생절차의 관리인으로 경영 일선에 참여해 왔다. 홈플러스가 메리츠금융에 긴급 운영자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도 김 부회장이 이행보증을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그는 최근 정치권과 노동계가 참여한 홈플러스 관련 회동에서도 MBK를 대표해 참석했으며, 추가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에서는 홈플러스의 경영과 회생 과정에 관여한 김 부회장이 14일 면담에서 단순히 노조의 요구를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자금 확보와 고용 안정, 향후 점포 운영에 대한 MBK의 책임 범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이사회와 경영에 참여해 왔으며, 2024년 공동대표에 취임해 관리·재무 분야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 취임 이후 약 1년 만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했고, 회생절차마저 폐지되면서 그의 경영 판단과 책임 범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차입매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후 홈플러스 점포와 부동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는 경영을 이어왔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영업 기반과 장기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고 주장한다.

 

MBK는 홈플러스의 위기가 온라인 유통시장 확대와 대형마트 업황 악화 등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됐으며, 그동안 홈플러스 회생과 운영을 위해 자금과 보증을 제공해 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 금감원 중징계안…시장 신뢰도 흔들

 

MBK를 둘러싼 신뢰 문제는 홈플러스 회생 실패에만 머물지 않는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2일 MBK에 대해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안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상환전환우선주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낮춰 투자자 이익을 침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MBK는 금감원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으며 금융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종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위탁운용사 선정과 MBK의 신규 펀드 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폐지에 이르고 MBK의 출자자 이익 침해 논란까지 겹치면서, 사모펀드가 투자기업에 행사하는 경영권과 그에 따르는 책임을 어떻게 규율해야 하는지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롯데카드·네파·고려아연 관여도 적절한가?

 

업계에서는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 이외의 MBK 투자기업 경영과 주요 의사결정에도 폭넓게 관여해 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롯데카드와 네파 등 MBK 포트폴리오 기업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은 이력이 있으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도 MBK·영풍 측 전략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활동해 왔다. 롯데카드와 네파의 현재 이사 재직 여부는 각 회사의 최신 임원 공시를 통해 추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롯데카드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과 보안 사고 이후 내부통제 책임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MBK 측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대주주가 정보보호와 장기 투자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국회와 금융권에서 제기됐다.

 

네파도 차입금과 이자 부담, 실적 정체가 이어지면서 재무구조와 투자회수 전략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돼 왔다. 사모펀드 측 인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재무·경영 판단을 내리는 구조에서는 단기적인 투자금 회수와 기업의 장기 성장 사이에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려아연의 경우 김 부회장이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확보 전략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지배권을 확보할 경우 회사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속도를 조절하고 장기적으로 국내 대기업이 인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의 시간표와 국가기간산업의 장기 투자 주기가 충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비판도 낳고 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과 핵심광물,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으로, 제련소와 생산시설에는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은 홈플러스에서 나타난 점포 매각과 재무 중심 경영이 고려아연에도 적용될 경우 고용 안정과 설비 투자, 국가 핵심광물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우려가 실제로 현실화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MBK는 고려아연의 기업가치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면 회사를 단기적으로 매각하려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김 부회장 역시 고려아연을 향후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 ‘이사 겸직’ 넘어 책임 구조 물어야

 

특정 인물이 여러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거나 투자기업의 경영에 관여한다는 사실 자체가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것은 아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투자기업에 이사를 보내 재무와 경영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한다.

 

문제는 투자기업에서 대규모 고용과 거래처 피해가 발생하거나 회생이 실패했을 때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와 대주주가 어떤 책임을 지느냐는 데 있다. 홈플러스의 회생 실패 원인과 김 부회장의 구체적인 경영 판단이 법적·경영상 책임으로 연결되는지는 관계기관 조사와 법원의 판단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가 커질수록 김 부회장이 관여하는 다른 기업에서도 재무적 투자자의 수익 회수 논리가 장기 경쟁력과 고용, 설비 투자보다 앞서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14일 예정된 면담은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에게 직접 입장을 설명하는 자리다. 구체적인 의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회생절차 폐지 이후 노동자들이 직면한 고용불안과 MBK의 자금 지원 책임을 외면한 채 형식적인 만남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오는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 예정이다. 14일 면담에서 실질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투쟁이 MBK의 다른 투자기업 노동자들과 연계된 공동 대응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논어(論語)》 안연편에는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 나온다. 기업의 경영권 역시 투자금만으로 정당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거래업체, 소비자와 투자자의 신뢰 속에서 유지된다.

 

홈플러스의 회생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김광일 부회장이 다른 투자기업의 의사결정에 계속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질문도 결국 책임의 문제로 모인다. 14일 면담에서 김 부회장이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MBK의 책임과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지가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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