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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강제추행'…피해자 배려는 어디? [기자수첩]

건설업체 K사의 P회장, 강제추행 유죄 확정 뒤 ‘자랑스러운 한양공대인’ 선정…홍보팀·동문회·인권센터, 본지 질의에 ‘묵묵부답’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명예의 전당에는 건설업체 K사의 P회장 부조가 걸려 있다. 한양대 공대는 2020년 P회장에게 ‘자랑스러운 한양공대인상’을 수여하고, 국가 산업 발전과 나눔에 기여한 동문으로 기념했다.

 

문제는 P회장이 상을 받기 전 이미 강제추행 혐의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는 점이다.

 

P회장은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과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려졌고 해당 판결은 확정됐다.

 

한양대 공대가 P회장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선정한 시점은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2020년 11월이다. 강제추행 유죄 전력이 있는 동문의 얼굴과 이름을 후배들이 오가는 공간에 명예의 상징으로 남긴 것이다.

 

한양대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P회장의 형사처벌 전력을 확인했는지, 확인하고도 수상을 결정했는지, 범죄 전력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몰랐다면 검증 실패다. 알고도 상을 수여했다면 대학은 성범죄 유죄보다 기업인의 사회적 지위와 경영 성과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명예의 전당은 단순한 동문 명단이 아니다. 대학이 학생과 사회를 향해 ‘이 사람의 삶과 성취는 본받을 만하다’고 공적으로 선언하는 공간이다. 누구를 자랑스러운 인물로 세우는가는 대학이 지향하는 윤리와 교육적 가치를 보여준다.

 

성범죄 유죄 전력이 확인된 인물을 아무런 설명 없이 계속 명예의 상징으로 전시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수 있다. 피해자가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이 대학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기념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한다면, 대학의 침묵은 피해를 사소하게 취급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법률상 2차 가해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인 행위와 맥락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 그럼에도 가해자의 성공과 명예만을 부각하고 피해의 의미를 지우는 사회적 환경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은 외면하기 어렵다.

 

한양대의 건학정신은 ‘사랑의 실천’이다. 타인의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존엄을 침해해 형사처벌을 받은 인물을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기념하는 일이 대학이 내세우는 가치와 양립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은 시상식 문구나 기부 실적으로 입증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고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성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뒤로한 채 가해 전력이 있는 인물의 사회적 성공만을 기념한다면 ‘사랑의 실천’은 공허한 구호로 남는다.

 

◇ 한양대 홍보팀·총동문회·인권센터에 질의

 

본지는 P회장의 수상과 명예의 전당 헌액이 적절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양대학교 홍보 담당자에게 공식 질의를 전달했다.

 

질의 내용은 P회장의 강제추행 확정 유죄 사실을 수상 심사 당시 인지했는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형사처벌이나 중대한 인권침해 전력을 검증하는 절차가 있었는지, 현재 수상 취소 또는 부조 철거를 검토하고 있는지 등이다.

 

총동문회에도 수상자 선정과 명예의 전당 운영 과정에 관여했는지, 범죄 전력이 확인된 수상자에 대한 취소·재심사 규정이 있는지, P회장의 헌액 유지에 대한 공식 입장이 무엇인지 문의했다.

 

한양대 교내 인권센터에는 성범죄 유죄 전력이 있는 인물을 대학이 계속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기념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줄 가능성은 없는지, 대학의 인권 원칙과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물었다.

 

본지가 대학 홍보 담당자와 총동문회, 인권센터에 문의했지만 현재까지 이 사안을 책임 있게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이나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각 부서의 업무 범위가 다르고 공식 답변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성범죄 유죄 전력이 확인된 인물을 대학의 명예로 계속 기념할 것인지 묻는 사안이 어느 부서에서도 중대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인권센터마저 피해자의 관점과 대학의 인권 원칙에 따라 이 문제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한양대가 내세우는 인권 보호 체계가 실제 현안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최근 강제추행 사건은 항소심 진행 중

 

P회장은 이후 또 다른 여성 사업가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벌금 7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1심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건은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최종 사법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최근 사건의 유무죄와 별개로 2019년 강제추행 확정 유죄 사실만으로도 한양대가 P회장의 수상과 헌액을 다시 검토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양대가 P회장의 유죄 전력을 수상 당시 몰랐다면 수상자 검증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알고도 수상자로 선정했다면 그 판단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수상 이후 유죄 사실을 확인했다면 지금이라도 재심사에 착수해야 한다.

 

수상 취소와 헌액 철회 규정이 없다면 새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규정이 있는데도 적용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성범죄를 비롯한 중대한 인권침해 전력이 확인된 수상자에 대해 명예를 회수할 절차조차 없다면 한양대의 상훈 제도는 윤리적 명예를 평가하는 장치라기보다 성공한 동문을 기념하는 제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 침묵은 중립이 아니다

 

대학이 아무런 설명 없이 P회장의 부조를 계속 전시하는 것은 과거의 수상 결정이 현재도 유효하고 정당하다는 판단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한양대는 성범죄 유죄 전력보다 기업인의 경영 성과와 사회적 지위를 더 중요하게 보는지 답해야 한다. 피해자의 존엄과 대학의 대외 관계가 충돌할 때 무엇을 우선하는지도 밝혀야 한다.

 

한양대가 답해야 할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P회장의 강제추행 유죄 사실을 수상 심사 당시 알고 있었는지, 범죄 전력을 확인하는 심사 절차가 있었는지, 상을 취소하거나 명예의 전당에서 제외할 규정이 있는지, 현재 재심사를 검토하고 있는지 밝히면 된다.

 

인권센터 역시 이 사안을 단순한 동문회 상훈 문제가 아닌 피해자 보호와 대학의 인권 가치에 관한 사안으로 보고 판단을 내놓아야 한다.

 

공자(孔子)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過而不改 是謂過矣)”고 했다. 수상자 검증의 실패보다 더 큰 문제는 문제가 제기된 뒤에도 외면하고 바로잡지 않는 태도다.

 

명예는 돌에 얼굴과 이름을 새긴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타인의 존엄을 지키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질 때 비로소 성립한다. 대학이 부여하는 명예에는 일반 사회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

 

본지는 한양대학교와 공과대학, 총동문회, 인권센터에 P회장의 수상과 헌액에 관한 성실하고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한다. 한양대가 지켜야 할 것은 특정 동문의 체면이 아니다. 피해자의 존엄과 대학 자신의 명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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