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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고서, "농산물값 1만원에 약 4,920원이 유통비용...‘경매 중심 과점구조’ 손질해야"

유통비용률 10년 새 44.8%→49.2%…산지 비용 줄었지만 도·소매 부담은 확대
도매법인 수수료 4~5%로 비슷…“거래방식 다변화·시장 진입 경쟁 촉진해야”

 

정부가 수십 년간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대책을 내놓고 매년 6,000억 원 안팎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농산물 가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에서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소매업체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경로가 유지되는 가운데 가락시장 등 공영도매시장의 경매 중심 거래와 소수 도매시장법인 중심의 유통구조도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6일 발간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2014년 44.8%에서 2024년 49.2%로 4.4%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가 농산물을 1만 원어치 구매할 경우 약 4,920원이 산지 출하 이후 운송과 하역, 경매, 보관, 소분, 판매 등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이윤으로 지출된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산지 출하 단계의 비용률은 10.0%에서 9.4%로 소폭 낮아졌다. 반면 도매 단계는 11.6%에서 14.2%로, 소매 단계는 23.2%에서 25.6%로 상승했다. 산지 공동선별과 포장, 출하조직 육성으로 생산단계의 효율성은 일부 개선됐지만, 그 효과가 유통 단계의 비용 증가에 상쇄된 셈이다.

 

농산물은 부패와 감모 가능성이 크고 생산시기와 지역이 제한돼 일반 공산품보다 유통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소포장과 저온저장, 새벽배송, 소량·다빈도 주문이 확대되면서 물류와 인건비 부담도 커졌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러한 상품 특성만으로 50%에 육박하는 유통비용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유통 단계의 복잡성, 거래비용 증가와 함께 유통주체 간 경쟁 부족이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역할 분절’…단계마다 비용 발생

 

농산물은 통상 생산자가 농협이나 생산자단체, 산지유통인에게 물량을 넘긴 뒤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소매업체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공영도매시장에서는 도매시장법인이 출하자로부터 농산물을 위탁받아 경매 등에 부치고, 중도매인이 낙찰받은 농산물을 다시 소매상과 식자재업체 등에 판매한다.

 

농산물이 산지에서 소비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집하와 선별, 포장, 운송, 하역, 경매, 점포 이동과 재배송이 반복된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은 농산물이 시장에 실제 반입된 뒤 하역과 경매를 거쳐 중도매인 점포로 이동하고 다시 소비지로 배송되는 ‘상물일치형’ 구조다. 농산물이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반드시 도매시장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가는 과정에서 운송비와 하역비, 시장사용료, 감모비용 등이 추가된다.

 

경매제는 공개 경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고 출하대금을 안정적으로 정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정보가 부족한 농가를 보호하고 가격 형성의 투명성을 높여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입량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면 가격이 급락하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급등하는 단기 변동성을 완화하기 어렵다. 경매를 위한 반입과 하역, 대기, 재분산 절차 자체가 유통비용을 증가시키는 문제도 있다.

 

그럼에도 공영도매시장의 경매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청과부류 거래금액 가운데 경매 비중은 2022년 69.7%에서 2024년 71.9%로 상승했다. 가격과 물량을 사전에 협의해 가격 급등락을 줄일 수 있는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같은 기간 17.3%에서 15.7%로 오히려 낮아졌다. 2013년부터 정가·수의매매 활성화가 주요 유통개혁 과제로 제시됐지만 현장의 거래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 수수료 차이 작고 이익률은 높아

 

보고서가 주목한 또 하나의 문제는 가락시장을 중심으로 한 도매시장법인의 경쟁구조다. 도매시장법인은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거나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보다는 출하자로부터 물량을 위탁받아 중도매인에게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사실상 공영도매시장의 물량 수집과 가격 형성을 좌우하는 핵심 유통주체다.

 

2024년 기준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의 위탁수수료율은 대부분 거래금액의 4~5% 수준으로 법인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청과의 수수료 수입은 478억6,100만 원, △△청과 465억8,500만 원, □□청과 448억6,300만 원에 달했다. 수수료율과 거래방식에서 법인 간 뚜렷한 경쟁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반입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가락시장 청과부류 5개 도매법인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23%대를 유지했다. 순이익률도 2021년 이후 상승해 2024년 20.5%를 기록했다. 농산물 유통 전체에서 이윤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가락시장 도매법인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도매법인의 높은 이익이 반드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출하대금 정산과 물량 수집, 가격 발견 기능을 수행하는 데 따른 비용과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법인별 위탁수수료율에 큰 차이가 없고, 경매 중심 거래가 고착된 상황에서 높은 수익이 반복된다면 경쟁이 충분히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도매법인이 거둔 수익이 물류 효율화나 출하 농가 지원, 수수료 인하와 같은 생산자·소비자 편익으로 얼마나 환류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도매법인의 수익이 법인 이익 확대에 머물지 않고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와 생산자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신규 도매법인 지정 시 공모 절차를 도입하고, 성과가 부진한 법인은 지정을 취소하도록 한 것도 기존 경쟁체계에 한계가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률 개정만으로 경쟁이 곧바로 촉진되기는 어렵다는 게 보고서의 평가다. 신규 법인이 실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물량 확보와 시설 이용, 중도매인 거래 관계 등 진입 여건을 마련하지 않으면 공모제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법인의 재지정 심사 역시 거래실적이나 재무건전성뿐 아니라 수수료 절감, 농가 지원, 물류 개선 등 공익적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산물 유통개혁의 핵심은 생산자가 경매와 정가·수의매매, 시장도매인, 온라인 직거래 가운데 가장 유리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통경로 간 실질적인 경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산지에서는 계약재배와 공동출하를 확대해 농가의 가격교섭력을 높이고, 도매 단계에서는 신규 유통주체의 시장 진입과 수수료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소매 단계에서는 산지와 도매가격이 하락했을 때 소비자가격에도 신속하게 반영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단계별 가격과 마진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30여 년간 정부의 농산물 유통대책은 ‘단계 축소’와 ‘거래방식 다양화’를 반복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가격의 절반에 가까운 유통비용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시설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영시장 경매제를 포함한 기존 유통주체의 경쟁구조와 수익 환류체계를 손보지 않는 한 농가 수취가격은 낮고 소비자가격은 높은 농산물 유통의 이중 부담도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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