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정치에서 양식과 군비를 버릴지언정 백성의 믿음만은 버릴 수 없다고 했다.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다. 하물며 소비자의 재산을 맡아 거래를 중개하는 금융기관이라면 신뢰는 경영의 선택이 아니라 존립의 기반이다.
토스증권 해외주식 거래 과정에서 한 투자자의 주문이 약 2년 동안 76차례 거부되거나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1만여 주 규모의 대량 매도 주문뿐 아니라 1주와 4주, 5주 등 소량 주문도 처리되지 않은 사례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문 처리 과정과 소비자 피해 구제 체계가 적정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A씨가 자신의 토스증권 거래내역을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약 2년 동안 거래 화면에 ‘주문거부’로 표시된 사례는 53건, ‘주문실패’는 23건으로 모두 76건이다.
이 수치는 토스증권이 확인한 공식 전산장애 통계가 아니라 A씨가 자신의 거래내역을 토대로 분류한 결과다. 주문거부와 주문실패가 모두 시스템 오류나 전산장애를 뜻하는지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A씨는 주문 불발 사례가 특정 종목이나 한정된 거래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거래 대상은 수십 개 종목에 걸쳐 있었고, 데이마켓과 프리마켓, 정규장, 애프터마켓 등 여러 시간대에서 주문이 처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주문거부 53건 가운데 26건은 미국 정규장 시간대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문 불발 76건을 기준으로 하면 약 34.2%이며, 주문거부 사례만 놓고 보면 약 49.1%에 해당한다.
소비자 피해 관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1주와 4주, 5주 등 소량 주문도 거부 또는 실패 사례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A씨는 대량 주문에 적용되는 현지 브로커의 수량 제한만으로 소량 주문까지 반복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A씨는 2025년 1월 31일 토스증권을 통해 차이나 리버럴 에듀케이션 홀딩스 주식 약 51만7618주를 매도하려 했지만 주문이 거절됐다고 밝혔다.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약 4만8412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토스증권은 해당 대량 주문과 관련해 현지 브로커가 정한 주문수량 제한을 초과해 거절됐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해외주식 거래는 현지 브로커의 위험관리 정책과 거래 조건에 따라 처리된다는 입장이다.
A씨는 대량 주문 거절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거 거래내역을 다시 살펴보다 다수의 주문거부와 주문실패 기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제보 자료에 기재된 주문 수량은 1주부터 51만여 주까지 분포한다.
해외주식 주문은 현지 거래소의 거래 조건과 유동성, 주문가격, 주문 유형, 종목별 제한, 현지 브로커의 위험관리 기준 등에 따라 거절되거나 접수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각각의 주문이 어느 단계에서 어떤 이유로 처리되지 않았는지를 소비자가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주문 화면에 ‘주문거부’ 또는 ‘주문실패’라는 결과만 표시되고 구체적인 원인과 처리 단계가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다면, 소비자는 자신의 주문 조건에 문제가 있었는지, 증권사 시스템에서 오류가 발생했는지, 현지 브로커가 주문을 거절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주문 불발은 단순한 이용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주가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 매도 주문이 처리되지 않으면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은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주문이 처리되지 않은 이유와 책임 주체를 확인할 수 없다면 피해 구제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본지는 토스 측에 A씨가 제시한 76건의 주문별 처리 원인과 1주 등 소량 주문이 거절된 이유, ‘주문거부’와 ‘주문실패’의 구분 기준, 현지 브로커 전달 여부,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등에 관한 입장을 요청했다.
토스 측은 “개별 민원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별도로 확인해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제기된 사안과 관련해 절차에 따라 성실히 소명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토스 측은 절차에 따른 소명과 해결 의지를 밝혔지만, 76건의 주문이 각각 어떤 이유로 처리되지 않았는지와 소량 주문 불발 원인, 주문 전달 단계, 피해 보상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개별 고객의 거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는 회사 입장과 별개로, 거래 당사자인 소비자에게는 주문이 처리되지 않은 이유와 경로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주문 실패의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소비자는 같은 상황이 반복돼도 사전에 대응하기 어렵고, 손실이 발생했을 때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에도 한계가 생긴다.
토스증권의 전산 안정성 문제는 앞서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거론됐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인용한 기존 보도에 따르면 토스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는 2022년부터 2026년 3월까지 42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에 접수된 전산장애 민원 103건 가운데 토스증권 관련 민원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 수치는 시스템 단위로 집계된 전산 오류와 민원 접수 건수다. A씨가 자신의 거래내역에서 확인했다는 주문거부·주문실패 76건과는 집계 대상과 의미가 달라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토스증권은 전산 오류를 줄이기 위해 IT 내부통제 설계를 고도화하고 장애 원인에 대한 통제 실효성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보도에 따르면 토스증권의 IT 투자액은 2022년 218억원에서 2025년 708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소비자의 불안이 저절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전산 설비와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외형이라면, 주문 처리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고 피해를 신속히 구제하는 절차는 금융기관을 움직이게 하는 이음쇠와 같다. 그 연결이 약하면 아무리 큰 조직도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A씨는 거래내역과 회사 회신문, 안내문 변경 자료 등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이 토스증권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지만, 구체적인 조사 범위와 진행 상황은 감독당국의 공식 확인이 필요하다.
토스그룹은 지난 7월 15일 빅테크 금융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금융복합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토스그룹의 2025년 말 자산총액은 41조3000억원이다.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에 따라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만큼, 금융계열사의 소비자 보호와 전산 위험관리 수준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76이라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각각의 주문이 왜 처리되지 않았는지, 주문이 토스증권과 현지 브로커 가운데 어느 단계까지 전달됐는지, ‘주문거부’와 ‘주문실패’는 어떤 기준으로 구분되는지, 반복되는 주문 불발을 회사가 인지하고 분석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A씨는 “고객이 사전에 알 수 없는 기준으로 주문이 반복적으로 거절됐다면 개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투자자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회사와 감독당국이 주문별 원인을 투명하게 확인하고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자신의 주문이 왜 처리되지 않았는지,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어떤 절차로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서지 못한다. 토스증권이 소비자의 신뢰 위에 서고자 한다면 “성실히 소명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문별 처리 기록과 소량 주문 불발 원인, 피해 구제 여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금융기관의 신뢰는 투자액이나 가입자 수가 아니라 소비자가 거래 과정과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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